부산을 다녀와서
토요일 저녁... 한번쯤 그런 날이 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이유로 기분이 급격하게 다운되어
나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하기 힘들 때...말이다.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전화를 돌렸다.
언제나 처럼 막상 전화를 걸었긴 했지만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저 뻔한 일상의 안부들.. 판에 박힌 멘트와 건조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들...
이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며, 상대도 마찬가지...
하긴, 남자 친구지간에 뭐, 별다른 이야기를 전화로 말하겠는가?
그래도 이런 판에 박힌 이야기를 친구들, 한사람 한사람들과 주고 받는 동안
내 마음은 차츰 업되고 있음을 알았다.
내친김에 큰맘먹고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주말 외박을 하기로 했다.
철없는 남편 덕분에 집사람은 주말에 고생을 덤터기로 써야 했지만...
부산! 친구 집까지 4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어쩜 한번도 찾아 나서지 못했다..
내 등따시고, 내 바쁘고, 내 기분 좋을 때는
그리움은 싹을 틔우지 못하는 법.
친구라는 존재는 그리움이나 허한 마음을 잠시 잠시 치료하기 위한 비타민이나 대일 벤드인지도 모른다.
친구가 흔쾌히 만날 것을 허락한 덕분에
뻔한 이야기를 더 뻔하게...만들며.. 술과 함께 나누어 마셨고..
내 기분은 언제 그랬냐는듯 평상시처럼 회복되었다.
그리고
아주아주 오랜만에 친구 집에서 하루를 기거하며
별다른 미동 없이, 그 자리에 못처럼 박혀 누어
외화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를 8편을 내리봤다..
밥을 주면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주면 주는데로 먹고..
하며 민패를 끼쳤지만...
좋았다..
말로만 듣던 프리즌 브레이크를 봐서도 좋았고...
그저그저 브라운관 앞에서 시간의 껍데기를 훌러덩 훌러덩
벋겨 낼 수 있어 좋았다.
아주 잠시동안이라면 일상을 빗껴나는 것도 약이 되는 것일까?
오후 1시가 다되어 나는 부리나케 창원으로 돌아와서는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한 가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