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추격자

난척 선생 2008. 3. 4. 17:28

 

    

    시나리오, 감독: 나홍진

    주연: 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나홍진 감독.... 하!

그의 첫 영화...

영화의 내용 만큼이나 무서운 감독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들의 호기심과 긴장을 잡아 당기며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는 시종일관 그 고삐를 놓지 않는다..

 

영화는 처음부터 연쇄살인범(하정우)을 미리 알려주고 시작한다..

그러므로 통상 범죄스릴러 장르에서 범인이 누굴까하고 추리해보는 것은 쓸모가 없다.

다만.. 관객은 사건이 도데체 어떻게 진행이 될런지.. 그리고 범인은 어떤 식으로 잡히게 될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뛰어난, 걸작이긴 하지만... 명작이거나 좋은 영화는 아니다. 그것은..

극장을 나서며 정말 대단하다...라는 말을 연신 중얼거렸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내내 바싹 긴장을 하며 보았다. 도무지 이 잔혹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런지..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에서 병원으로 돌아온 김윤석이 아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는 장면 넘어로

펼쳐진 도시의 밤풍경은 참으로 씁쓸하고.. 만신창이가 된 김윤석을 보며 무분별한 현재를 살아낸 처량한 인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는 몹시 씁쓸하고 울쩍한 기분이었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뛰어났다..어쩌면 탁월했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정말 치밀한 시나리오와 장면들, 배우들의 연기가 어울어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격자가 좋은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섬뜩하다 못해 잔인한 폭력성에 기인한다.

 

앞서말한 시나리오와 장면구성들.. 연기 등은 참 잘 어루러져 있다.

특히, 심각성에 치닫기 쉬운 이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조연 배우들의 무리없는 코믹성이 가미해 짐으로 잘 피해나갔고... 급박하게 전개되는 내용 또한 이를 잘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의식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뛰어난 영화는 잔혹한 폭력으로 인해 이 주제의식에 점수를 높게 매겨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나빴다고 할까?

 

쉽게 말해 폭력으로 물든 영화는 교육상 좋지 못하고, 그러기에 재미있고 뛰어나지만,

좋은 영화의 대열에 올리기가 뭣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뛰어난 영화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감독은 여간 내기가 아니다.

나홍진 감독은 이 영화를 처음 만들었고... 시나리오까지 직접 썼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렇게 치밀하게 구성을 짜맞추고 한 장면 장면을 생각하자면

감독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가 충분히 짐작되었다.

 

생각해보라! 탄탄한 시나리오를 쓰기도 쉽지 않은데...

감독으로써 한 장면 장면을 이미지화해야 했다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것도 폭력이 넘쳐나는 잔혹한 장면(머리에 정에 대고 망치로 내려 치는 장면,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고

피가 벽면에 튀는 장면, 수족관에 목잘린 머리와 함께 나뒹구는 장면 등등)들을 하나하나 그려야 된다면 영화 찍는 내내 배우가 극악, 극단적인 역할에 몰입되는 것 만큼이나

감독의 머릿 속도 피가 튀는 폭력으로 얼룩지게 되는 것이다. 

 

그걸 이겨내고 탄탄한 영화로 개봉한 나홍진 감독은 분명 여간 내기가 아닌 것이다.      

미학적 혹은 문학적인... 예술 감각을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그는 영화가 상업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영화를 공포와 코믹과, 기대감으로 골고루 채색하여

잠재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들이고 있는 것이다.    
  

봉준호감독의 '살인의 추억'의 오마쥬

추격자에는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분위기가 널려 있다.

 

먼저.. 영화의 소재를 보자, 연쇄 살인사건!

화성 연쇄살인 사건(실화)과 유영철의 연쇄살인사건(아마도 추적자는 유영철의 연쇄살인이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두 영화 모두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것이 닮아 있고 모두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 닮아 있다.

 

두번째, 두 영화 모두 어둑한 분위기와 밤의 씬이 많고, 특히 비오는 씬이 많이 있다는 점이 닮아 있다. 낮보다 밤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많고... 비오는 씬이 인상적이다. 

 

세번째, 김윤석과 하정우의 추적씬과 김윤석과 그의 똘마니가 한남자를 �는 씬은 봉준호감독의 살인의 추억의 오마쥬가 확실하다.

특히 김윤석과 그의 똘마니가 각자 다른 골목으로 나누어 추적하는 장면에서 그런 느낌이 강하게 왔다.

뿐만아니라 이 장면에 쓰인 쿵쾅거리는 음악은 아마 '살인의 추억'과 거의 똑같거나... 놀라울 정도로 아주 흡사하다. 

     

네번째, 두 영화 모두 심각하면서도 영화의 흐름에 코믹을 넣은 것 또한 유사하다.

영화는 살인범을 쫓는 심각한 흐름이지만... 군데군데 배우들의 코믹이 묻어 난다. 그래서 요소 요소에 관객의 무거운 마음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섯번째, 두 영화 모두 기존 영화에서처럼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대결이 아닌 조금 나쁜 놈과 아주 나쁜 놈(정신병)의 대결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광호나 추적자의 김윤식은 선의 편에 있기는 하지만... 정의로운 주인공은 아니다..  오히려 추적자의 김윤식은 보도방을 운영하는 악에 가까운 인물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손색없다. 

김윤석의 연기로 말할 것 같으면 요즈음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타자의 극악한 아귀에서, 천하장사 마돈나의 인생의 패배자 아버지로, 혹은 즐거운 인생에 명퇴를 하고 택배와 대리운전을 뛰는 힘없는 아버지로... 영화계의 비중을 늘이고 있다.

이런 확장의 이유는 그의 연기력 때문이지 않겠는가.. 연기가 안된다면... 살아남지 못하리..

이번 추격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마치 송광호처럼 유창한? 부산 사투리를 섞어가며, 자신감 넘치치는, 화려하기까지 한....

그의 연기와 주인공의 캐릭터가 잘 맞아 떨어졌다.

 

하정우 역시,

히죽히죽 웃거나 자연스럽게 힐끔거리는 것이, 정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의 눈빛을 잘 보여 주었다.  그는 말없이..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 해낸 것 같다.

 

서영희... 개인적으로 이 배우의 이미지 고착에 대한 우려가 걱정이 된다.     

그녀는 전작 궁녀에서 특유의 슬픈 눈으로 비극적인 인물을 연기했었다. 이번에도 딸을 둔 엄마이며 생계를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역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녀의 슬프고도 선한 눈이 보여주 듯 김윤식이 닥달하는 전화 한통에 못이겨 감기 몸살인 몸을 이끌고 하정우의 집으로 간다.

이걸 어떻게... 거기에 가면 죽는데....

그녀가 맞이한 운명은 참으로 기구한 것이어서...

영화가 끝나도 개운한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씁쓸한 느낌을 지워주고 있는 캐릭터이다.     

 

영화를 보며 이 배우는 2번 연속 이렇게 비운의 캐릭터에 캐스팅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밝거나 강한 캐릭터를 소화했으면 하는 기우를 해본다.

왜냐하면, 그녀는 슬픈 눈을 지닌 배우.. 이고.. 그래서 좀 쓸데없는 걱정까지도 하게 만드는 착한 캐릭터를 지닌 배우이다.

 

추격자의 승리는 음악의 승리  

추격자에서 음악을 뺀다면...

아마 절반이 달아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정말 음악은 극적인 효과를 배가 시켰다.. 특히 추적 씬에서의 음악은 관객들을 마음데로 조정한다.

아마 영화제에서 음향과 음악상은 획득하지 않을까?

 

앞으로 추적자의 행로는?

영화 추격자가 국제 영화제에서 선전하는 그림을 그려본다.

개인적인 소견을 말하자면 추적자는 국제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한마디로 먹힌다는 얘기다..

2008년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승전보를 가져올 것을 기대 해본다.  

 

추격자가 남긴 것은?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극장문을 빠져나갔다..

그들을 보며 느껴졌던 것은 역시, 그들에게서도 발견되는.. 뭔가 개운치 못한 씁쓸함이다.

영화 한편을, 그리고 상업성을 띈 영화를 봤다면 엉성하게 나마 개운함을 주어야 하는 것인데...

이 영화는 중간중간에 코믹을 섞는 대신 마지막을 포기 했다.

 

그래서... 딱히 설명하지 못할 씁쓸한 여운이 길게 남는 거고...

무엇인가를... 감히 말하자면... 이 영화가 '삶의 본연' 같은 것을 건들인 것 같은...

삶에 대한 본질 중에.. 그 어떤 것을 무심결에 살짝 치고 간 것같은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김윤석이 하정우를 죽일 정도로 증오하게 되고...

김윤석은 손에 채원진 수갑을 풀어서라도 반드시 잡아될 놈! 하정우...에 미치가는 것은..

그가 기필코 잡고 싶었던 것은 하정우가 아니라 어쩌면 그 자신이 예전에 놓쳐 버렸던...

이제는 기억초차 희미한...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인간의 본질에 대한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침내 김윤석은 처참하게 망가진 얼굴로...  

제 어미가 쳐참하게 맞아 죽고, 목은 잘려 수족관 속에서 뒹굴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아이의 병실...

 

김윤석은 아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터치하고...

어떻게 제 어미가 죽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유리창에 펼쳐진 도시의 밤을 깊게 깊게 빨아 당기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

                                      추. 격.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