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척 선생 2008. 5. 13. 16:58

 

   

    산중일기

 저자 : 최인호

 

18P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더 가까워진다.'

눈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참사랑이 아니다. 참사랑이라면 눈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할 것이다. 눈에서 멀어 졌다고 마음까지 멀어지는 것은 참우정이 아니다. 참우정이라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인호 작가의 말이 참으로 맞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문장을 생가만히 각하면 좀 서글퍼지는 것이다. 나에겐 그런 친구가 있던가? 이 물음에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를 책망할 따름이다.

 

  

205P

 

자세가 바르면 정신이 바르다. 이것은 틀림없는 진리이다. 자세가 바르면 정서가 불안할 수가 없다. 

 

-중략

 

 그뿐이랴.

 두팔을 앞뒤로 세차게 흔들면서 거침없이 걸어가는 스님들의 걸음걸이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걸어가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자신의 주인공들이었다.  

 

-중략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똑바로 몸을 세우고 꼿꼿이 앉을 수만 있다면,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활달하고 당당하게 걸을 수만 있다면 그 간단한 행동하나에서 우리의 정신 균형을 잡고 우리의 영혼은 바로 서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때였다. 밤늦게 귀가를 하는 길에 한 술취한 어른이 내게 다가와 걷는 모습이 당당하다며 멋지다고 칭찬을 했다. 술취한 어른의 말이기에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그래도 칭찬인지라 기분은 좋았다.

자세가 바르면 정신이 바르다는 말, 나는 100% 동감한다. 

 

 

220P

 

마찬가지로 우리는 고통이나 불안이 있으면 본능적으로 그 고통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거나 호습을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이를 피하고 잊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를 피한다고 해서 그 고통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고통은 더 큰 고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통을 잊으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고통의 심연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니체는 실존철학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저서에서 나를 죽이지 않는 한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라고 선언하였다.

 

 

267P

 

침묵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침묵보다 말을 하되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문을 걸어 잠그고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것보다 사람들 속에서 함께 어울리되 물들지 않음이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278P 일본 선승 잇큐(一休) 禪詩

 

벚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그 속엔 벚꽃이 없네.

그러나 보라. 봄이 되면

얼마나 많은

벚꽃이 피는가.

 

 

289P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키에르 코게르가 '죽음에 이르는 병'이 라는 제목의 철학을 썼듯 인간은 누구나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기 시작한다. 인간은 누구나 감기나 암이나 치질과 같은 뚜렷한 증세가 있고 고통이 있는 질병들은 병이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죽음이라는 만성병은 병이라고 받아 들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