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어제 대구지역에 계시는 한 FP가 내가 근무하는 곳을 방문했다.
그분은 처음 보자마자 나와 총무는 감탄을 했다.
정말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함과 동시에 자신이 왜 이곳에 방문을 했지는 방문 목적을 다소 곳하게 밝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점심시간에 이렇게 방문을 해서 미안하고, 자신의 고객이 오기로 되어 있으니 점심시간동안 영업소에서 기다리게 해달라는 것이다.
명함을 건내받고.. 이 정도 성실이 느껴지는 분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싶어... 고객창구에 홀로 남겨두고 총무와 나는 홀로 점심을 먹으로 나왔다.
물론, 예의 상 점심을 함께 먹으러 가자고 말씀을 드렸지만.. 그분은 정중하게 거절을 하셨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총무가 내게 말을 했다.
"저분 정말 대단하시데요? 1년이 되지 않은 신인이신데 MDRT를 목표로 하고 계시고, 제가 잠깐 전산으로 살펴보니 업적도 많이 하시는 분이더라구요... 오늘 여기에 방문을 한 것이 민원을 해결하러 오셨는데... 제게 자기 지점장님께 절대 피해가 안가도록 해달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나도 총무의 이 말에 동의를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며 한마디 했다.
"저런 사람은 분명히 성공한다... 성공할 수 밖에 없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그분은 아직도 고객을 기다리고 계셨고... 고객이 지금 오시는 중이라고 말하며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그분이 그럴수록 그분에 대한 신뢰가 느껴졌다. 그분이 고객을 고객을 기다리는 동안 민원의 내용을 들으니 전혀 FP의 잘 못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FP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가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될텐데..
그런데 그분이 오기로한 고객의 전화를 받는 순간 그분의 얼굴에 미묘한 감정이 드러났다.
전화통화 끝나고 FP는 오기로한 고객이 이곳으로 못 오겠다 한다며 내게 하소연을 했다.
아니! 민원을 해결해 준다는데... 민원을 걸었던 고객이 찾아오지 않는다니 이상도 하여라...!
FP는 우리에게 자신이 직접 자신의 고객과 고객이 근무하는 사장님을 만나봐야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적으로 근데 고객의 사장은 왜 만나나? 하고 의아했지만 그냥 무심히 넘겨버렸다.
더이상 우리가 처리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처럼 보였고... 우리 쪽 일이 아니기에...
그분이 나가시고 한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나? 이번에는 그분과 고객이 함께 우리 영업소를 방문했다.
나는 고객이 내방했으니 이제 문제가 해결되겠구나 싶었고.. 그 두분을 상담실로 안내하고 계속해서 내 업무를 봤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두사람은 상담실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결국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FP가 내게로 와 도움을 요청했다.
아니, 고객이 내방했으면 고객이 원하는 데로 처리해주면 되는데... 무슨 일이 더 남았나 하며 그 FP를 도와주기 위해 상담실로 들어갔다. FP가 참으로 좋은 사람처럼 여겨졌기에...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순순이 받아 주었고... 또 고객보다는 그 FP의 처지가 안되어 보였다..
상담실에 들어가니 고객은 묵묵부답으로 앉아 계셨고... 거듭되는 내 물음에도 고객은 입을 열지 않았고 답답한 FP는 그 고객과 있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주절주절 늘어 놓았다.
나는 FP에 대해 고객이 단단히 맘을 닫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그 FP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고객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입을 열수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고객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마침내 말문이 터지고 고객의 비하인드 스토리가가 흘러나왔다.
여기서 세세히 말할 수는 없겠으나.. 아뿔사! 고객의 말에 의하면 FP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다.
뭐 하여간 어정쩡하지만 어느정도 해결이 난 듯해 보였고..
할 말을 마친 고객은 일하다가 잠시 짬을내서 나왔는데 1시간이 흘러갔다며 돌아가셨고 FP는 그 고객을 모셔다 드린다면서.. 내게 고맙고 죄송하다는 말을 몇번씩 하며 따라 나갔다.
30분쯤 뒤에 그 FP가 수박 한통을 손에 들고 영업소로 다시 들어왔다.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며 수박을 건내주었다. 솔직히 그 수박이 부담스러웠지만...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어서 어정쩡하게 수박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 FP의 하소연을 들어주어야 했다. 그 고객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봉사를 하고 서비스를 했는지...
듣고 보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 었다. 도저히 나라면 그렇게 까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분은 정도를 넘어 그 내방 고객을 친절하게 대한 것이다.
나는 그 FP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한 행동 속에 정말 날카롭게 벼린 칼이 들어 있다는 걸 직감했다.
할말을 마친 그 FP는 예의 오늘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두서너번씩 챙기며 돌아갔다.
전체적으로 판단을 내리면 두분과 고객 사이에는 누구의 잘못도 없었지만....
두 사람 모두... 누구하나 잘한 일은 없는 것 같았다.
빨갛게 잘려진 수박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여기에 잡아 두었다.
지나친 친절 혹은 과도한 예의를 경계하라! 과유불급이다.
그 과한 친절과 예의 속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