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님은 먼곳에

난척 선생 2008. 12. 5. 13:55

 

   감독: 이준익

   주연: 수애, 정진영, 엄태웅, 정경호, 주진모

 

이준익의 엔딩 

 

 이준익 감독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사투리가 무지막지하게 난무하는 황산벌로 주목받더니 "왕의 남자"로 완전대박을 터트려버렸다. 그리고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 이번에 '님은 먼곳에'를 만들어 냈다.

 

이준익의 감독의 영화는 추운 겨울날 길가에서 먹는 오뎅국물처럼 따듯함이 살아있다.

밖은, 현실은 정말 추운데 오뎅국물을 들이키면 춥지만 속이 금새 훈훈해져서 추운 것을 잠시 잊게 되지 않던가?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보고나면 가슴이 콱 맥히도록 시리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이 따듯해져 오는 반전을 경험 하게 된다.  

 

자! 그럼 여기서 앞서 말한 말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3편의 공통점을 찾아 보자. 

 

먼저 위 세편의 영화는 모두 가수나 밴드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음악이 가미된 영화라는 점이다.

 

'라디오 스타'의 한물간 스타 '최곤'은 이젠 당신이 그립지않죠~~라며 아련한 추억을 자극했고,

'즐거운 인생'의 활화산 밴드의 세남자는 '터져버릴거야~~' 목청을 높여 과거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노래를 하고 있고..

이제 '님은 먼곳에'에서는 남편을 찾아 무작정 위문공연단에 탑승한 주인공 써니는 그저 오로지 남편을 만나기 위해 미친듯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처럼

세영화 모두 음악을 매개로 하여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또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세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엔딩의 깊은 심도에 있다.

즉, 엔딩과 함께 음악이 흐르면서 관객을 자극하는 힘은 다른 영화에 비해 엔딩의 힘이 크다 할수 있겠다.

라디오 스타의 엔딩을 살펴보자.

 

 최곤에게 결별을 통보하고 시내버스를 타고있던 박민수(안성기)는 최곤이 라디오 생방송에서 울부짖으며 돌아와 형!이라고 외치는 말을 듣는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영월로 돌아 온다. 방송국 밖에서 쉬고있던 최곤에게 나타나 우산으로 기타를 치는 흉내를 내고 가지고 있던 손가방을 던지며... 최곤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정지화면, 음악이 흐려며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즐거운 인생의 엔딩도 심도과 여운은 깊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세남자의 공연이 계속되는 가운데 카메라는 음악과 함께 서서히 아주 서서히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것이다. 마치 이제 이만하면 카메라는 없어도 된다. 이제부터 영화는 영화속에 있는 관객들과 무대위의 가수 것이다라는 것처럼... 천천히 음악과 함께 영화를 빠져나오는 것이다.

마치 극장에서 엔딩크레딧이 오르고 관객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무렵, 영화에 심취한 몇몇 관객이 천천히 스크린에 시선을 던진채 극장을 빠져나오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러면 님은 먼곳에의 엔딩을 살펴 보자.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남편을 찾게된 써니, 엄태웅은 영문도 모른채 총알이 빗발치는 사지에서 불려나오고..

그곳에서 자기 눈을 의심할만한 사건을 만난다. (고국에 있어야할 그의 부인이 그 코앞에 있지 않은가? 순간 도끼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 )

도망가듯 월남전에 참전한 남편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혼이 빠진 사이,

써니는 말없이 남편을 바라보다가 울부짖으며 남편의 뺨을 사정없이 때린다. 울면서도 계속계속 때린다..

이에 남편은 써니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어버린다.

이때 엔딩 음악은 흐르고 써니(수애)는 계속해서 엄태웅을 때리며 운다.

그리고 이런 주인공들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크린 곳곳에서 폭단과 총알이 빗발치고, 군인들이 정신없이 총알을 피해 뛰어다니고 있는 것이다.   

  

위의 세 영화의 엔딩은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아 있을 엔딩장면이 될 것 같다.

 

 이준익 감독의 최근 3편이 모두 음악과 관련된 걸 보면 이는 감독이 음악이 지니는 파워를 알고 영화 속에 감성 자극코드를 숨겨놓은 것같다.

그리고 이준익표 엔딩은 영화 전체를 갈무리하는 그런 심도 깊고, 여운이 긴 엔딩이라 하겠다.

 

이준익 감독의 차기 영화도 음악을 소제로 하고 있고...  엔딩이 인상적일지...

나는 어쩐지 다음 영화도 분명히 음악과 관련이 있으며 엔딩 또한 감동과 긴여운을 지니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