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쓰기

또 이렇게 한해가

난척 선생 2008. 12. 30. 11:13

과히 들뜬 기분은 아니지만 뭔가 좀 느슨해지는 세모입니다.

내일 자정에도 어김없이 종각에서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거고

종각 주위엔 한해를 보내는 의식을 치르려는 인파들이 벌떼처럼 모여 들것입니다.

저는 텔레비젼을 켜놓고 그 타종 의식을 멍청하게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습관처럼

5... 4...3...2...1

2009라는 숫자가 화면에 깜박거릴 거고.. 한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날이 밝았다고 의식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는 날짜표기에 2009년을 2008년으로 오기(誤記)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오게 되겠지요.

한 해 두 해 세월을 보내어 어느덧 37년이라는 숫자를 달고 서게 됩니다. 이쯤 되면 나이가 지닌 무게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닌 셈이지요.

 

20대 중반부터 느꼈습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걸.

그리고 이런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흘러서

저는 이런 느낌을 두고 "시간의 가속도"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어린시절보다 시간이 무척 빠르게... 그리고 점점 빨리 흘러간다고 느끼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시간이라는 것이 물리적으로는 공평하고 정확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시간의 개인적, 심리적인 흐름은 빨라지기도.. 느려지기도 하는 것 또한 분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우리들 가운데 시간이 무심히 흘러가고 있고.. 이런 흘러 보내는 것에 세월에 더깨가 덥힐 수록 심리적으로 익숙하게 되어

나이가 들면 들수로 "시간에 심리적 가속도"가 붙는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을 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그래서 시간을 다른 무엇보다 아껴 쓰려고 의식을 곳추 세우곤 했지만 이런 시간 아껴쓰기가 결코 녹록한 한것이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시간이 내 주변을 바람처럼 지나갈 때마다 매번 퍼뜩 정신을 차리려는 용은 쓰는 편이지요.

그런데 얼마전 텔레비전 방송을 보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제 귀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나이 들수록 의문을 품지 않고 질문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배운 삶의 가치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날 살아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 된다.'

 

바로 공지영 작가의 책 "나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나온 구절이더라구요.

이 문장을 듣는 순간 무릎을 쳤습니다.

그랬었구나!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의 보이지 않는 차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타성에 젖어 습관으로  살아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기찻간에서 보이는 창 밖 풍경처럼 휙휙 흘러가는 것이겠구나!

그것도 습관에 길들여지면 길들여 질수록 점점 더 빠르게 속도가 붙게되는 것이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해보며 올 한해를 반성해 봅니다.

 

저는 며칠 전, 시간을 내어

올 한해가 시작되기전 세웠던 목표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되돌아보고

6개월 전에 비해 재산은 얼마나 줄었는지(ㅋㅋ 왜 줄었다고 말했을까?) 재산현황표도 작성을 해보고,

4년전에 썼던 유언장도 다시 작성을 하며 한해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를 추천 해봅니다.

한해가 저무는 이 시점, 뭔가 정리하기 좋고 시작하기 좋은 이 시점, 좀 귀찮더라도 한 해를 되돌아 보는 의미에서 여러분 스스로나 아내에게 편지를 한 통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런 행위가 살아 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을 사는 작은 실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자! 올해가 이제 숫자상의 변화가 이틀 후면 오게 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진심으로 잘 알고는 있지만  

언제나 습관이나 타성은 저를 안일하고 나른한 곳으로 안내합니다. 정확히 말해 우리 스스로가 그러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겠지요.

 

우리는 내일 자정,

한 해가 바뀌는 변화를 기꺼이 즐길 줄 알듯이

우리 삶의 가파르고 완만한 변화에 대해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삶의 변화를 즐기게 될 그날까지...

그리하여 내 안의 끊임없는 진화를 맛보는 그 날이 오기까지

깨어 있으며, 배워나가며, 감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저와 관계를 나누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날들을 만들어 가시길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2008년 歲暮에  정창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