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쓰기

장미 한 송이

난척 선생 2010. 2. 16. 09:48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다.

신은 부모의 부족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아이를 세상에 보내셨다."   - 난척선생

 

 

설연휴가 끝나고 별것 아닌 일에 내가 짜증을 내자 아내는 몹시 힘들어 했다.

 

아이는 그런 아내를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 또한 기분이 몹시 외롭고 허전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백화점으로 쇼핑을 갔다.

백화점에 들어서자 마자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아빠, 엄마가 기분이 안 좋으니까... 우리 꽃을 선물해주자! 그러면 다시 기분이 좋아 질꺼야... 히히"

 

"그래~ 그렇게 하자! 정말 멋진 생각이다. 틀림없이 기분이 좋아 질꺼야..."

 

나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의 생각에 놀라고 감동을 먹는다.

그리고 아이는 백화점 쇼핑을 하는 내내 어서 꽃을 사러가자고 보챈다.

결국 백화점 한켠에 자리잡은 꽃집에 들렀다.

장미꽃 한 송이를 아이의 손에 쥐어주자 엄마에게 꽃을 전해 주었을 그 순간을 상상하는지, 아이는 구름 위를 내달리는 표정으로 웃음이 한 가득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걸음이 빨라진다. 그리고 뜬금없이 내게 스파이 놀이를 하자고 한다.

"스파이 놀이?"

 

엄마 몰래 장미를 숨키고 가져가서 불쑥 장미를 내밀어 엄마를 깜짝 놀래켜 주자는 것이다.

나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음을 짓는다.

 

집 가까이 이르자 아이는 이전 보다 더 빨리 집을 향해 뛴다.

아이의 발걸음에 경쾌한 리듬과 박자가 실린다.

아이의 뒷모습엔 16분 음표가 막구마구 쏟아진다.

 

 

그 날 밤,

아내는 물컵에 담긴 장미 한 송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아내가 다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