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쓰기

그건 니가 맛이 가고 있다는 증거다

난척 선생 2011. 9. 9. 14:22

통영거제를 넘어가며 단장님에게

 

'단장님 이제 추석이 와도 더이상 설레이지 않습니다. 별다른 기대나 설레임이 언제부턴가 사리지고, 단지 며칠 쉰다는 의미밖에는 없는 거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단장님은 '너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니가 맛이 가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아하! 그렇구나!

 

맛이 간다.. 즉, 늙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아! 그렇구나.. 늙어 간다는 것 더이상의 설레임이나 호기심이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가는 것..

 

그리고 며칠전 퇴근길 라디오프로 "노홍철의 친한친구"를 듣는데.. 오프닝 멘트에서 그룹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그인가 하는 사람이 자신은 매일 아침눈을 뜰때 오늘은 어떤 새로운일이 생길까하고 흥분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자문해보았다.

나의 아침은 과연 어떤가? 미지의 세계를 생각하면 흥분이되며 설레이는가?

 

그렇지 않다. 단장님의 말씀처럼 나는 예전과 달리 좀 맛이 가고 있는 중인것 같다.

점점 더 일상은 지루해지고 뭔가 재미있는 일은 발견되지 않다라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환경에 의해 사고가 고착되고, 환경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지 못하고, 미시적이거나 거시적인 세상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쉽게 일희일비하지 않고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좀 둔감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말해 어제보다 좀 늙었다는 거다. 몸도 생각도 좀 늙었다.

이게 정상인가?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것은 고약한 습관의 관성일 따름이다.

나를 이기게 하는 것도 습관이요, 나를 지게 하는 것도 습관일 테다.

 

어쩌면 최근 1-2년사이 나는 너무 생각없이 바삐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은 아메리카 인디언처럼 우리의 뒤쳐진 영혼이 우리를 쫒아오기를 기다려야 할때인지도 모르겠다.

영혼과 침착한 조우를 한 다음, 그와 함께 또다시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몇 시간만 있으면 추석연휴이다. 이번 추석은 좀 예전과 달리 약간의 변화를 줘봐야 겠다.

예를 들면,아파트 경비아저씨에게 감사선물하기, 동생과 조용히 술한잔하기, 부침개 구울때 좀 거들어주기, 아내에게 먼저 고생했다 말하고 어깨라도 주물러 봐야겠다.

 

그리하여 추석연휴동안 뒤쳐진 영혼을 만날수 있다면,

그리하여 예전처럼 설레임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번 추석은 풍성하리라~ 아주 풍성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