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제로다크시티

난척 선생 2013. 3. 17. 15:52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2012

 

고등학교때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의 "폭풍속으로(원제 브레이크 포인트)"를 보고 이 영화가 주는 남성적인 매력에 흠뻑 바졌다. 그야 말로 남자영화,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남성들이 꿈꾸는 세계를 잘 보여준 폭풍속으로의 영화감독은 바로 여성, 캐서린 비글로우 ... 이런 와일드한 영화의 감독은 남성이라고 당연시 했었다.

그후로 감독의 영화를 챙겨봤는데...

블루스틸, 스트레이지 데이즈, 그리고 최근의 허트로커이다. 재미있게도 이 감독의 영화에서는 많은 여성감독에게서 볼수 있는 특유의 섬세함이나 남녀관계 혹은 가족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영화는 없다. 오히려 그녀의 영화에서는 남성성이 돋보인다. 그녀의 연출력이 뒤받침 되지 않았다면 여성감독이 그려내는 엉성한 남성들의 이야기로 욕을 얻어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감독의 연출력은 탄탄하다. 특히 최근작 허트로커에서는 죽음을 바로 앞에 놓고 업무를 수행할 수 밖에없는 폭발물 제거 팀의 이야기로써, 전쟁의 커다란 장막 속에 같혀진 한 남자가 점점... 목숨을 건 도박성향으로 변해가는, 그가 평범한 세상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과의 관계를 져버리고, 짜릿한 그만의 전쟁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남성성을 뛰어나게 그리고 있다. 특히 극도의 폭탄제를 하며 극도의 긴장에 중독되어 있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가족을 책임진 가장으로써 어쩔수 없는 철저한 경쟁사회로 뛰어들어 회사에서 짤리지 않기위해, 혹은 성공을 꿈꾸며 오늘도 스스로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불태우며 달리는 폭주기관차와 같은 우리들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하였다.

 

 

비글로우 감독은 지난 번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남성의 주무대인 전쟁지역(파키스탄)....이름하여 작전명 '제로니모' 즉 오사마 빈라덴를 추적하고 제거 하기까지의 과정을 흡사 다큐같은 느낌으로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실제 관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참조하여 만든 이 영화는

오사마 빈라덴이 숨어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 CIA요원들과 특수부대원들이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는데.. 흡입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때, 즉 모든 임무가 끝났을 때 오는 허탈감...

결코 어떤 집단에 대해 옳고 그름의 시선을 다룬 것이 아니라, 혹은 어떤 철학이나 가치관, 인간성 상실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임무가 완수되기 까지의 과정을 통해 한 인물 혹은 주변 인물, 혹은 배경 인물들에게 주어진 상실감이 영화의 전반을 스쳐지나가듯 흐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좋았다. 그저 보여 주고...

관객 각자가 영화를 통해 느낄수 있도록 놓아주는 느낌이 있어 편안했다.

억지스러움을 집어 넣지 않아 좋았다.

지난 번의 영화 허트로커도 그래서 좋았다.

시간이 허락하는 사람은 허트로커와 이번의 다크제로시티를 함께 감상해보라 권하고 싶다.

주인공들의 집착이 가져다 주는 보는 이의 허탈을 체험해보라 권유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