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한문장 읽기

강백호! 너란 녀석은...

난척 선생 2015. 6. 22. 16:47

일천구백구십칠년부터 일천구백구십구년의 시절은

생각해보면 룸팬, 루저, 백수, 히끼코모리 등의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리던 2년이었고...

내 인생에 있어 무한 낭만시대가 아니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푸르스름하게 날이 밝기 시작하는 새벽녘까지 tv시청과 책, 라디오, 음악, 그리고 약간의 글쓰기 등과 벗하며 지내던 침울과 침잠의 시절...

당시엔 몰랐지만 모든 일들은 지나고 보면 또렷하게 그 의미가 덧대어지고, 그 마음 춥고 어둡던 시절의 의미가 비로소 해석되어지는 것이다.

(그 의미에 대해 여기서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은 관두기로 하자.)

 

어쨌든, 그 침울했고 침잠했던 시절, 내게 몇 안되는 위로꺼리 중에 하나가

 슬램덩크! 바로 그 강백호다.   

 

     

 

요즘 나는, 슬램덩크 완전판을 한권 두권 주문해서 보는 재미에 쏙 빠져 있다.

적어도 내겐 강백호!라는 이름은, 기고만장하고 황당하고, 턱없이 패기넘치는 분기탱천의 에너지와 청춘에 한번쯤 꿈틀대는 똘끼를 휘감고 들썩거리고 싶은 꿈 조각들이 꿈틀대는 욕망덩어리다.

강백호! 내 너를 5번쯤 만나서 히죽히죽대고, 쿨럭쿨럭 가슴으로부터 눈물을 퍼올렸건만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너는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한다. 강백호! 너란 녀석은 정말! 여전히 변함 없이 그 성격 그대로 나를 흥분시키는구나~

그리하여 강백호! 너란 녀석을 곁에 두고 오래 보고 싶은 것이다. 조금씩 아껴, 너를 대하며 

그 예전, 내 젊은 시절의 에너지도 바탕은 너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다.

 

마흔을 훌적 넘긴 나이에 이르러 보면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는 것이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럴싸한 광고 멘트처럼 

단지 수의 덧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님을 몸으로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체력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지고, 몇 번의 체념이 스스럼 없이 받아들여지면 알게 된다.

별 수 없이 늙어 간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상하게도, 예전 같지 않은 몸을 자주 느끼고, 늙어 간다는 사실을 몸소 체득하게 되는 시작점에는... 

그럴수록 정신은 맹렬한 기세로 젊음의 에너지을 지향하고 갈구하는 것 같다.

마치 몸에 대한 심리적 반작용으로, 몸은 비록 늙어 가지만 정신만은 아직도 여전히 싱싱한 청춘의 것임을..

굳이 확신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교보문고에서 "슬램덩크 완전판 7권"을 주문하고

강백호의 그 똘기넘치는 정신을 불러일으켜 보고자 하는 것이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난,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