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쓰기

돌아보니 저만치 흘러갔다.

난척 선생 2015. 8. 4. 15:55

며칠 전이었다.

내 블로그를 뒤적이다가 문득, 내가 본 영화 중, 지난 10년간 베스트 영화는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

블로그를 뒤적거리며 별점 4개 이상의 영화를 찾아 보았다.

그런데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스스로 놀라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전쯤에 보았을 것이라 생각한 영화는 시간이 거의 3년이 흘러있었고...

한 3년쯤  전에 본 영화같은데... 무려 7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있었다.

스스로 느낀 주관적인 시간과 세상을 관통했던 물리적인 시간의 차이가 너무 컷던 탓에 그 순간은 몹시 썸뜩했더랬다.

흡사 기억상실증 환자나 치매에 걸린 노인이 되버린 기분이랄까?

 

이렇게나 빠르고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 버렸단 말인가?

그간 내 마음 속 시계바늘이 매우 바쁘고 격하게 돌아갔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살다가는 뭐가 뭔지도 모른채, 황망한 죽음을 맞이 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

내가 이루고 싶은 몇몇 소망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내게서 멀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싶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 몹시 그리워졌다.

그리고 지나버린 시간과, 내가 딛고 서있는 오늘과, 다가올 시간이 제법 무겁고 무섭게 느껴졌다.

 

내 주관적 시간은 도대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이러다가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나도 결국 내 아버지처럼 순순히 할아버지가 되어있겠지...

 

되돌아 보건데,

내 선택과 내가 보낸 시간에 대해 후회없이 살고 싶었다.

바쁜 가운데도 세상에 휘둘리거나 혼이 빠진 줄도 모른채 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은 뜻 대로, 마음 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주 가끔씩은 꿈꿔 오던 모양대로 살아지기도 하였다. 

 

어쩔수 없이..

이게 내 생의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