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쓰기

네비 말, 캐디 말 그리고 아내 말

난척 선생 2016. 9. 28. 14:57

추석연휴,

2박3일 제주도로 온가족(부모님, 동생가족, 우리가족)이 여행을 다녀왔다.

 

 약간 들뜬 상태로 첫날이 훌쩍 지나고, 둘째 날 점심메뉴는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 오겹살이 합당했다.

인터넷으로 맛집을 검색하고 방문하였다. 깔끔한 인테리어.. 그 벽면 한쪽에 정성스럽게 붙어있는 주인의 말처럼 오겹살의 육질과 맛은 자신감으로 넘쳐흘렀다.

특히 오겹살이라 그런지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가족들도 모두 만족한 표정들이라 그곳으로 이끌고간 나도 덩달아 만족스러웠다. 

그걸 반영하듯 내 입은 쉴새없이 오물오물거리며 구워진 고기를 씹어대고 있던 바로 그때..

갑자기 입 안에서 돌같은 것이 와락 씹혔다.

처음엔 오겹살의 오돌뼈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왼쪽 어금니쪽에 보철한 금니가 쫀득거리는 비계 부분에 달라붙어서 떨어져 버린거다.

이런~~

조금 황당했지만...  전에도 한번 이런 적이 있던 터고, 또 음식물을 씹기에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는 것 같아 여행에서 돌아오면 치과를 갈 요량으로 떨어진 금니를 잘 간직해 두고서, 오른쪽으로 쫀뜩한 오겹살을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다.

 

 제주 가족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은 토요일이었고, 다행스럽게도 연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날씨는 일본으로 접근하는 태풍의 영향으로 새벽부터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랬거나 말았거나 어서 떨어진 금니를 붙일 마음으로 아내에게 치과는 어디가 잘하냐고 물었다.  

아내는 자신이 치료받은 적있는 근처 치과를 추천해주었고.. 전화를 하니 연휴기간이지만 오전치료는 한다고 알려주었다.

 

 우산을 받쳐들고 빗물이 흘러 넘치는 보도를 잠시 걷자, 이내 운동화로 빗물이 스며들어 신발과 양말이 금새 젖어버렸다.

젖은 신발과 양말 때문에 좀 찜찜한 기분이 되어 치과에 들어섰다.

4명의 환자가 대기하고 있었고.. 안내 데스크에는 친절한 얼굴의 간호사가 제법 친절한 어투로 예약이 되셨냐고 물어왔다.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니, 우리 병원엔 처음이냐고 다시 물어왔다.

내가 심드렁하게 처음이라고 하자.. 예의 친절한 음성으로, 친절하게 종이를 건내주며 여기에 인적사항을 적고 기다리시면 된다고 상냥한 얼굴로 웃어보였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친절하고 상냥한 간호사의 말에, 비로 인해 찜찜해진 기분이 좀 나아졌고,

나도 덩달아 점잖고, 교양있는, 제법 친절한 환자가 되어서 조심스레 소파에 앉아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요즘 많은 병원들이 그렇하듯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병원 전체를 감돌고 있었다.

아내의 말처럼, 이 동네에서는 그래도 치과 의사선생님의 이름을 걸고 하는 병원이니 만큼 꽤나 유능한 치과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대기하는 사람들, 또 시간에 맞춰 미리 예약을 해둔 사람들이 제시간에 맞춰 하나씩 들어왔다.

데스크 간호사도 제법 친절하고, 병원 인테리어에서도 전문적인 냄새가 나고(이걸 조심해야 한다. 단지 전문적인 냄새가 나는 건지, 전문적이지 않아서 전문적인 냄새를 풍기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된다.) 

 

사람들이 휴일 오전부터 찾아오는 걸 보니 제법 입소문이 난 병원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모르게 병원에 대한 신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많은 사람들이 분위기나 선입견 혹은 그럴싸한 외관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현혹되고 마는 경향이 있다. 정신 차려야지 하지만... 이건 나도 어쩔수 없다.) 

 

 기다리는 동안 휴대폰을 꺼내어 SNS를 뒤적거리며 기다렸고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 덕분에 대기 시간은 30분이 훌쩍 넘어 갔다.(어딜가나 요즘은 예약을 해야 한다니까..^^)

이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거야 라고 생각하는 찰라..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다행이다 싶어 얼른 안쪽으로 들어갔다.

치료실로 들어가니 제법 이쁘게 생기고 좀 더 전문적인? 가운을 입은 여의사가 어떻게 왔냐고 물어왔고.. 떨어진 금니를 보이며 이렇게 떨어진 금니를 붙이러 왔다라고 했더니, 그녀는 치과용 치료의자에 앉고, 입을 크게 벌려보라고 했다.

아! 해보라고 해서.. 정말 입을 크게 벌리고 아! 하고 소리를 냈더니... 소리를 그렇게까지 크게 내지 마시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더 입을 크게 벌리고 아! 해보라고 하기에 또 아!하고 소리를 내었는데... 또 그 어여쁘고 전문적이고 권위적인 의사는 그렇게 소리를 크게 내서 아! 할 필요는 없다고 조금 전보다 좀더 힘 주어 말했다. 그녀의 말투로 보건데.. 그녀의 속마음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 분명했다.

 "이 사람 완전 바보 아니야? 조금 전에 소리 크게 내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멍청한 놈..."

 

 입을 크게 벌리고 누워 있는 나는 하마터면 눈물이 찔끔 날뻔할 정도로 억울함이 밀려왔다. 아! 하고 입을 크게 벌리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크게 "아~~~!!!" 할게 뻔한데... 소리를 작게 내라니... 내 입에서 썩은 냄새라도 난단 말인가..(혹시 아! 하고 크게 말하면 썩은 입냄새가 올라 올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의사지만... 너무하는군~~ 하고 속엣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문가다운 포즈로 떨어져 나온 금니를 내 어금니에 끼워넣어 보더니, 이건 잘 들어 맞지 않는데... 라고 중얼거리더니, 다시 떨어진 금니를 넣었고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고, 전문적으로 입에다 거즈같은 것을 넣고.. 하여간 제법 전문적이며, 딱딱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내 부끄러운 입을 농락하더니 황망한 대사를 쳤다.

 

"조금만 기다리면 선생님이 오실꺼예요."

 

....!!

 

 결국 냉철하며 전문적이고 권위로 똘똘 뭉친 것처럼 보이는 그녀는 치과의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세상이 이렇다. ㅋㅋ)

순간 영화 곡성의 대사가 스쳐지나 갔다.

 

"절대 현혹되지 마소!"

 

 그녀는 여기 바보 하나가 또 속았지롱 하듯이 저쪽을 향해 휙가버리고, 져쳐진 의자에 휑댕그레 남겨진 나는 약간 억울했지만 진짜 전문가인 의사가 오기를 기다렸다. 제법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있을 무렵... 나이많은 목소리의 진짜 치과의사가 다가 오더니 다시 아!하고 입을 벌려보라고 했다.

전문적인 의사처럼 보이는 간호사로부터 이미 단단히 학습을 받은 나는 신중하게 최대한 볼륨을 낮춰 아~하고 입을 벌렸다.(학습효과란 이렇게 무서운거다.)

내 마음은 이제 내 앞에 이 나이 지긋한 의사가 모든 상황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겠지..하고 몹시도 목마른 사람처럼 입을 쩍벌리고 제법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동상처럼 붙들려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전문적이고 경험이 많은 것이 분명한(나이가 많으니 얼마나 치료 경험이 많겠는가?.. 기다리면서 입구에 봤는데... 서울대학을 나오고..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에 있었고... 각종 세미나다... 미국 학회다.. 뭐다해 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계셨다... 이런 타이틀에 현혹되지 않도록 조심스러워야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전문성과 권위를 상징하고 있었고.. 어쩔수 없이 그걸 받아 들일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게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무 자르듯 깔끔하게 들려왔다. 아니, 사실 무 자르듯 깔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은 녹이 잔뜩슨 무딘 칼로 가차없이 무우 대가리를 힘껏 내려치는 소리였다.

 

"이거 우리병원에서 하셨어요?"

 

".... 아니요"

 

"그럼 이거 치료한 병원에가서 해달라고 하세요... 이거 안붙는다.. 맞지도 않고... 떨어진 어금니에 이물질도 잔뜩있어서 안 된다."

 

(헐! 그 병원은 사라졌는데... 그럼...어디로 가서?")

 

"!...."

 

"이거 그 병원에 가서 붙여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는 마치 길가에 있는 똥을 피하듯 재빨리 다른 환자에게로 돌아가버렸다.

 

간당강당하게 달려있던  머리가 순식간에 툭하고 떨어졌다. 

몹시 무안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재법 쿨한 척, 별일 아니라는 듯 의자에서 일어나왔다.

(평상시 친구나 가족들에겐 그렇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때 다시 냉철하고 전문적인 의사처럼 보이던 간호사의 목소리가 발길을 돌려세웠고

그 말은 떨어진 무우 대가리를 다시한번 확인사살하듯 날카롭게 귓전을 파고들었다.

 

"이거 가져가셔야죠!"

 

그녀의 손가락은 내가 들고간, 한때 내 몸의 일부였음이 분명한 찌그러지고 처량한 금니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금인데.. 그토록 처량하게 보일 줄이야...) 

그렇게 비참한 기분으로 병원을 나서다가... 친절한 데스크 담당 간호사에게 혹시나 싶어 물어 보았다.

 

"얼마입니까?"

 

 내가 기대한 대답은 '우리 불친절하고 나이만 처먹은 늙은 전문적인 의사선생님이 자신은 아무것도 한일이 없으니 그냥 바보처럼 그렇게 가시면 됩니다.' 정도였는데... 막상 돌아온 대답은 "5000원입니다." 였다.

나는 조금 황당해서 

"!.... 치료를 안받았는데도... 5000원을 내야 되나요?" 했더니...

치료를 받았거 받지 않았건... 비용을 내야 하는 거란다.

 

순간 마치 철저하게 사기당한 사람처럼 처참하고 비통한 기분이 들었다. 30분을 넘게 기다려서 치료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대안 치료를 제시 받은 것도 아니라.. 무지막지한 언사로 자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았으니 지금은 사라진 처음 치료를 받은 병원을 수소문하던 어쨌든 찾아 가라고 쫒아내듯 하고는... 하지않은 치료비까지 챙기려 든다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이런 전문적인 환경에선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주저하던 나는, 평소 교양인인 척하고 다니던 버릇이 있어서인지... 약간 부끄럽고 주눅이들고 억울한 마음으로 조용히 계산을 하고 그 병원을 빠져 나왔다.(그래도 자존심은 남아있다라는 표시로 현금영수증을 요구했다.)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와 상가 복도에서 잠깐 넋놓고 멍하게 서있다가 치과의사인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녀석이 전화를 받자마자... 명절 인사고 뭐고 할 것 없이 친구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난 이게 문제다... 인사부터 해야 하는 건데.. 내 할말부터 먼저하는 거다... 이기적인 놈)  

 

하여간 여차저차해서... 이차저차하게 되었다.. 이게 맞는 거냐...억울하다.. 라는 말이었다.

 

친구는 명절 연휴가 끝나가는 아침 댓바람에 전화를 걸어서, 지 얘기만 하고 있는 내가 못마땅했는지... 아니면 어제 밤 늦도록 마신 술이 덜 꺤탓인지.. 심드렁하고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해왔다.

 

"이상하네... 의사가 왜 그럴꼬? 혹 네가...까다롭게 굴어서 그런 거 아니냐? 아니면 옷차림을 이상하게 했던지..?"

 

 순간 친구녀석의 말처럼 그랬던가? 싶었다. 까다롭게 굴었나? 싶었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지만..

친구가 말한 옷차림은 좀 걸리는 데가 있었다... 헐렁한 티셔츠에 잠옷같은 반바지라니... 그래서 의사가 그랬던 것일까? ^^

 

하여간 평소 내 치아 주치의라고 생각하던 친구에게 위로를  받으려다 위로는 받지 못한 채...

어떻게 할까 하고 상가 복도를 낙타처럼 어슬렁거리다가...

휴일에 문을 연 다른 치과를 발견했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그 병원으로 들어갔다.

(왜냐하면 이 병원에서도 거지처럼 내쫒기듯, 쓸데없이 치료비만 내고 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다시 들어간 치과는 깔끔하지도 않고 아주 전문적지도 않았고... 간호사는 동네 아줌마 같고, 의사는 동네 형같은 느낌이었는데... 하여간 내 입을 찬찬히 들여다 보더니 좀 전에 전문적이고 깔끔한,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치과의 의사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이거 붙여 봐야 잘 안붙는다... 붙여도 금새 떨어질꺼라 소용이없다, 떨어진 곳에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어 어렵다는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의사들은 다 똑같다니깐... 그래도 역시 의사는 의사아닌가? 대단하지!) 

나는 속으로 또 안되는 건가? 또 우리병원이 아니니 원래 치료받은 병원으로 가라고 우짜지.. 하고 있는데... 의사의 다음 말이 들려왔다.

 

"굳이 금으로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가격도 저렴하니까 OOO으로 하면 될겁니다" 

(OOO은 재료의 이름인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치과의사이자 내 주치의라고 믿고 있는 친구가 나중에 알려주겠지...)

 

"? OOO !" (결국 OOO은 친구가 알려줘서 지아이GI로 밝혀졌다.)

순간 머릿 속에서 개그 프로에서놀랍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었을 때 감탄과 함께 흘러나오던 천사의 등장 음악이 흐르는 듯했다.

아~~~~ 아~~~ 아아~~ 하는 그 음악 말이다. 떠오르지 않는다면 할 수 없다.. 이건 여러분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보라

무슨 음악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방금 친구가 알려줬는데.. 빈소년합창단의 캐논 변주곡이네.. ㅋㅋ)

 

그렇게 치과에 들어간지... 15분만에 간단하게 치료를 마치고 놀랍게도 11000원의 비용을 치르고 상가 밖을 나왔다.

치료를 끝내자 찜찜했던 기분이 개운하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르자... 다시 억울함이 밀려왔다.

 

그리하여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여차저차 이차저차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다듣고 난 아내는, 일단 그런 병원을 소개 시켜줘서 미안하다.. 원래 그 영감의사가 딘골들에게는 안 그런데.. 좀 불친절하고, 그런 편이다. 내가 아는 누구도 그렇게 당한 적이 있다. 그래도 실력은 있다... 하여간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아서 다행이다라는 등등의 말을 해왔다.

그래도 내가 실제 치료받은 비용이 11000원인데... 치료도, 처방도, 대안 제시도, 하지않은 그 전문적이고 인테리어가 깔끔한 병원에서 5000원이나 받다니 억울하다고 하자,

 

아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럼 전화를 걸어 차근차근 전후 사정 이야기를 하고 돈을 돌려받아라고 했다.

물론 나도 그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회적 지위와 체면.. 뭐... 이따위 것들에게 발목이 잡혀 주저주저하자..

아내는 침착하고 단호하게 억울한 것보다는 약간 챙피한게 났다고 말해왔다.

(아내가 마치 현자나 성인같은 소리를 할때가 아주 가끔 깨알만큼 쏟아 질때가 있는데.. 바로 그날이 그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아내의 말이 맞았다.

 

 나는 아내의 전화를 끊고 바로 전문적인 듯하고, 인테리어가 멋지고, 간호사도 의사같은, 의사는 기업의 사장님같은, 그 치과로 전화를 걸었고...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그러나 도무지 그냥 넘어 갈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자, 처음엔 안된다라고만 하던 간호사는 그럼 돈을 환불해드릴테니 좋은 말할 때 순순히 오시는게 좋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는,비가 쏟아져 빗물이 줄줄 흘러넘치는 거리에서 발길을 곧장 돌려 전문적이고 인테리어가 멋있는 그 병원을 찾아갔다.

뭔가 찜찜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뭐 억울한 것 보단 좋잖아! 라고는 생각으로 전문적이고 인테리어가 깔끔한 병원문을 열었다.

환불받는 과정에서 현금영수증 취소때문에 해프닝이 있었지만... 하여간

그렇게 환불받고 내리치는 비를 뚫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 내 신발과 양말 뿐아니라 양아치같은 옷가지와 가방은 이미 다 젖어있었다.

평소같으면 축축한 느낌이되어 매우 기분이 찜찜할 터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뭔가 개운했다. 시린이가 빠진 것처럼..(사실 금니까 빠지니까.. 개운하진 않았다... 빠진이를 메워야 개운한 법이긴 하다.)

어금니는 말끔하게 메워져 있었고... 내 지갑 속에는 습기찬 5000원짜리가 잘 모셔져 있었다.

하지만..

참말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말하건데.. 그 환불받은 돈은 단순히 그냥 현금 오천원짜리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구겨진 5000원권이었지만.. 내 빼앗긴, 구겨진, 상처받은 자존심 따위를 찾고 오는 숭고하고 거룩한 행위였음이 분명하다는 신의 계시를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어떤 계시처럼 불쑥 찾아든 또다른 신의 말씀 하나!

 

"아내 말 잘 들어서 나쁠 것 없다~아니 아내 말 듣길 참 잘했다~"

 

역시 남자는 여자 말 잘 들어야 한다.

적어도 네비 말, 캐디 말, 아내 말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