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한문장 읽기

냇 윌스의 만담

난척 선생 2023. 4. 25. 00:05


86p

냇 월스의 만담
‘별 일 없거나 개가 죽었거나'
빅터 레코드, 1908년 발매

어떤 부자가 자신의 주치의로부터 산에 가서 요양하다 오라는 조언을 들었다. "과로와 업무 과몰입으로 체력이 고갈 된 상태입니다. 정상적인 몸 상태를 회복하려면 산이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일과 관련된 것들을 잊고 지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4주에서 6주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하세요. 그러면 다시 괜찮아질 겁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의사의 조언대로 해야겠어. 멀리 떠나 있는 동안은 편지나 전보 따위에 방해 받지 않을 생각이야. 아니, 아예 편지나 전보를 받을 수 없는 곳으로 가야겠군"
그리하여 그는 6주 동안 멀리 떠나 있다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 도시로 돌아왔다. 그동안 집에 관한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해 소식에 목말라 있던 그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중 나온 하인에게 물었다.
“이보게 헨리, 집에는 별일 없었는가?" “별일 없었습니다요, 나리. 아무 일도 없었지요. 집을 떠나실 때와 진배없습니다요."
"그런가? 그래도 내가 지금 집 소식이 굉장히 궁금한 상태이니,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좀 얘기해보게."
"없습니다요, 나리. 나리께 말씀드릴만한 소식은 없습니다요. 아주 작은 일이 하나 있긴 한데, 워낙 별 게 아니라… 그래도 알고 싶으시다면 말씀드리지요. 나리께서 가신 후 나리께서 기르던 개가 죽었습니다요"
"내 개가 죽었다고? 어째 그런 일이. 개가 어쩌다 죽었나?"
"그게 말입니다요. 나리 .. 개가 불에 탄 말고기를 먹었지요."
"뭐라고? 불에 탄 말고기를 먹었다고? 아니, 어쩌다 개가 불에 탄 말고기를 먹었나?"
"그게 말입니다요, 나리.. 헛간이 불에 타는 바람에 소와 말도 다 타고 나중에 개가 불에 탄 말고기를 먹고 죽었습니다요." “뭐라고? 헛간이 불에 탔다고?"
"예, 나리. 헛간이 불에 탔지요."
"아니, 어쩌다 헛간에 불이 붙었나?"
"그게 말입니다요. 나리. 집에 난 불이 헛간으로 옮겨붙는 바람에 헛간이 불에 탔지요. 그래서 소와 말도 다 타고 나중에 개가 불에 탄 말고기를 먹고 죽었습니다요."
"뭐라고? 그러면 집도 탔다는 얘긴가?"
"예, 나리. 집이 완전히 타버렸지요."
"아니, 어쩌다 집에 불에 탔나?"
"그게 말입니다요, 나리.. 집에 촛불을 켜두고 있었는데 불이 커튼으로 옮겨붙으면서 지붕으로 번지고 헛간에까지 불똥이 튀었지요. 그래서 헛간이 홀랑 다 타버리고 소와 말도 다 타고 나중에 개가 불에 탄 말고기를 먹고 죽었습니다요."
"집에 촛불을 켜두고 있었다고? 가스와 전기가 들어오는 집에 촛불을 켜두다니?"
"예, 나리, 관 주위에 촛불을 켜두었습니다요."
"관이라니! 누가 죽기라도 했는가?!"
"예, 나리. 별일 아니라 깜빡하고 있었는데, 마님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요."
"뭐라고? 장모님께서 돌아가셨다고!"
"예, 나리. 하지만 이미 돌아가셨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요."
"아니, 장모님은 어쩌다 돌아가셨나?
"그게 말입니다요, 나리...... 잘은 모르겠지만, 동네 사람들 말로는 마님이 나리의 운전기사와 달아나는 바람에 충격을 받아 그런 거라고들 합니다요. 하지만 그것 말고는 별일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