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란
디에나,
아빠의 거친 말에 기분이 많이 상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감정에 너무 휘둘려서 분명한 현실을 보지 못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아라.
어른이 된다는 건
마음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네 기분이 좋지 않아도, 하기 싫어도, 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단다.
어른은 스스로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러려면 전후좌우를 모두 면밀하기 살펴야 하는 때가 많더구나.
그냥저냥 대충 해 버릇하게 되면 몇 가지 오점이 남게 되고, 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커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앞으로 네가 맞이하게 될 사회라는 곳은
모르긴 몰라도, 비록 네게 불만이 있다고 해도, 아빠처럼 싫은 소리를 내며 하나하나 알려주거나, 엄마처럼 조용히 타일러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알았으면 해. 아니 그런 사람은 드물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네가 마주하게 될 사회는 그저 조용히 맘에 들지 않는 대상을 시나브로 자연스럽게 배제시키는 경우가 많단다.
사회는 그런 곳이란다.
한 개인이 조직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스스로 떠나가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조직 또한 그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 성원을 나름의 방식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제 성인이 되었고, 대학생이니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내키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소통을 하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대학생활을 하며 하나하나 연습을 하며 어른들의 사회로 나올 준비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단다.
살아보니, 세상은 별것 아닌 사소한 행동 몇 개로, 한 사람을 규정짓고 판단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더구나.
그러니 말과 행동에 더 신중을 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기분 나빠서 전화받기 싫고, 대화하기 싫다고, 단절하다 보면
직장이나 사회에 나와서도 습관처럼 그렇게 하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되는데
나는 우리 디에나가 그런 모습으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아빠 말에 마음이 상하고, 서럽겠지만, 4년 동안 사회생활을 미리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라.
세상엔 올바른 방향으로 가라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결코 많지 않단다.
너에게 진심 어린 말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서 점점 사라져 가게 되면 장님처럼 참 세상의 이치를 보지 못하게 되고
가치 있는 무엇인 가를 배울 기회를 점점 잃게 된단다.
직장생활 25년 해오며 그래도 아빠 나름으로 뭔가 깨달은 바를 소중한 딸에게 전하고 싶은 거란다.
그래서 조금 전에, 우리 디에나에게 매섭게 화를 내었을 있을 거야.
너에게 쓰지만 그래도 약이 된다고 생각해서 비록 표현이 서툴지만,
사랑하는 다현이를 위해서 한 말이라고 이해해 주렴.
그리고 어렵겠지만, 앞으로 속으로 화내지 말고, 좀 더 바깥으로 표현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럴 때 인간은 좀 더 성숙해지는 거고 어른이 되는 거다.
아빠도 겪어보니, 그렇다는 걸 알겠더라.
단지 아빠가 네게 감정적으로만 화를 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잊지 마라 장차 맞이하게 될
직장이란 곳, 혹은 대학 이후의 사회는
예의 없거나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은, 표 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이란다.
앞으로
쓴소리도 씩씩하게 받아들이고, 툴툴 털고 일어나는 우리 딸을 기대해 본다.
아빠가 화내는 방식이 좀 모자라서 미안하다. 기분 풀어라. 그리고 잊지 마라
아무리 화를 내었어도 아빠는 네 편이고 널 응원한다는 걸.
널 사랑하지 않으면, 아쉬운 소리도 할 필요가 없단다.
이제 성인이니 조금만 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아빠도 많이 미흡하지만 노력 중이다.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