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회복탄력성> 장자의 빈배이야기

140~141p
다시 말해 서 나의 분노나 짜증은 외부적 사건이나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내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의 분노나 좌절의 근원은 내 머릿속에 있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다음과 같은 장면을 상상해 보자. 지금 나는 잔잔한 호수 위에 조각배 한 척을 띄어놓고 조용히 낚시를 즐기고 있다.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날씨는 화창하고, 주위는 평화롭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배가 내 조각배를 뒤에서 쿵 하고 박았다. 배가 몹시 흔들리고, 평화로움과 행복감은 갑자기 불쾌감과 분노로 바뀌게 된다. 왠지 무시당한 느낌도 들며, 조용히 혼자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침해 당해 억울하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나는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나의 정당한 분노를 부주의한 배 주인에게 퍼붓기 위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획 돌려 뒤를 째려본다. 그런데 아뿔사. 그 배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저 빈 배가 물결에 떠내려오다가 내 배에 와서 부딪힌 것이다. 순간 분노는 연기처럼 사라지고만다. 왜 그런가? 그 배가 내 배를 들이받았다는 사실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이 일화는 분노나 좌절이 외부의 사건에서 자동적으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 사건에 대한 나의 순간적인 해석이 분노의 원인인 것이다. 어떤 배가 와서 부딪힌 순간, 내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부주의하게 혹은 고의로 내 배를 들이받았다. 그 사람은 나만의 시간을 즐길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말하자면 나를 무시한 것이다. 나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그 사람은 분명 잘못을 했고 따라서 대가를 치뤄야 한다." 그러나 뒤를 돌아다보니 빈 배였다.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에나 있는 것이다. 스스로 어색한 미소를 짓는 순간 분노는 사라지고 만다. 나의 스토리텔링이 완전히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즉 분노는 내 머릿속에서 내가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의 결과이지, 다른 배가 내 배에 부딪혔다'는 사실에 의해 자동적으로 야기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