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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다시 봄은 피어나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군데군데 목련촉이 새하얗게 올라오는 걸 보며

사내는 곧 봄이 한가득 펼쳐지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리고 사내는  

아! 이제 정말 봄이다! 라고 가볍게 감탄사를 내뱉고는 잠시 사색에 잠긴다.

 

곧 봄이 물밀듯 들이닥칠 것이다.

그리고 사내는 어쩌자고 어쩌자고 하며 봄에 취하게 될 것이다.

 

세월은 사내가 나이를 더해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맹렬하게 흘러가지만..

이런 무정한 세월은 사내로 하여금 시시각각 계절이 변하는 것을 피부로 자연스럽게 느낄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그리하여 계절이 한 구비를 넘어 가는것에 대해 격식을 차리며 제법 민감해지는 것이 사내는 더이상 어색하지 않다. 

 

특히 꽃이 팝콘처럼 후두둑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은 더욱더 계절의 변화에 대해 예의 격식을 한껏 더 차리게 마련이다.

애둘러 먼곳으로 꽃놀이를 가는 정도의 격은 아니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사내가 사는 도시와 그 주변부를 살필 요량은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예년보다는 꽃이 늦다는 생각을 하며 사내는 꽃이 터져나오는 차례를 하나하나 가늠해본다.

소박하고 고혹한 매화(매화는 진즉 피기 시작했고..), 전라도 구례 노란 산수유.. 처음엔 화려하고, 다음엔 정갈하고, 마지막엔 단아한 목련, 늘 유치원 아이를 떠오르게 만드는 가벼운 듯 노란 개나리, 그리고 길게길게 군락을 이루었을때 너무도 화려한 벗꽃, 천주산에는 소박한 진달래와 철쭉..

 

그리고 또 사내는 봄꽃 하나하나에 추억을 매달아 본다.

예전 3월 초순 하동과 구례로 가던 기찻길에서 흐릿한 눈이 번쩍 일으켜 세웠던 매꽃

취직을 하고 난 이듬해 무슨 봄바람이 씌어 구례 산수유 마을에 이르렀을때 돌담 주위로 피어난 노란 산수유 꽃을 화폭과 렌즈에 담아대던 아마추어 화가들과 사진사들과 따사로운 봄의 기온

백수시절 아파트 단지내에 그야말로 오롯히 피어 나던 하얀목련을 보며 뭔가를 깨쳤다는 듯 시를 써대던 사내의 풋풋한 감성

출근길 도로변에서 나를 좀 봐달라며 노란 노란 손들을 흔들며 마구마구 몸부림치던 개나리

그리고 짝사랑의 여인과 함께 떠난 벗꽃이 만개한 쓸쓸한 진해,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전 싱글거리며 찾아간 화려한 벗꽃의 기쁜 만개와 지난해 가족과 벚꽃의 진수를 만끽한 경화역

정병산에 진달래 철쭉이 많을 꺼라 올랐지만 철쭉과 진달래는 지고 없고 씁쓸한 백수만이 정병산을 반나절 어색하게 떠돌다 내려왔더라는 십수년전의 기억의 단락

 

이제 조만간 봄은 피고, 꽃은 찾아온다.  

그리고 사내는 이렇게 꽃에 얽힌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사내는 추억을 되새김 질하는 일이 많을수록 나이를 제법 먹은 것이라 생각을 해본다.

곱씹을 추억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틀림없다고...

 

그러나

 

사내가 나이를 별 생각없이 먹어가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봄은

아니

꽃들은

죽을 힘을 다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고

봄을 피워내고 있다고

 

그리하여 결국엔

나비와

벌과

감성이 둔탁한 사내의 남동생마저도

유혹하고 말꺼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제 곧 사방천지에

봄이 피어날텐데

그러면 사내는 또한번

어쩌자고 어쩌자고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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