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쓰기 (285) 썸네일형 리스트형 게으름을 향해 이따금 게으름을 누리고 있는 제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어려서부터 근면성실한 삶이 바람직하다고 배워선지, 지금까지는 대체로 그렇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부지런함이 주는 결과 또한 그럭저럭 만족스러웠고요.그런데 말입니다, 부지런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으로, 쫒기 듯 살아가는 동안에도 문득문득 게으름을 꿈꾸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게으름'이란 단어를 Daum에서 검색하니 ‘행동이나 일 처리가 느리고 일하기 싫어하는 버릇이나 성미'라고 나와 있네요. 저는 성격이 급한 탓에 행동이나 일을 미루지 않고 서둘러하는 편이라, 느긋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이런 걸 보면 저는 게으른 성품을 타고나지는 않은 듯합니다만… 뭐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부지런한 것도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느긋하고 행.. 슴슴한 맛 예전에는 맵고 짠 음식을 즐겼습니다만 이젠 간이 세게 된 음식을 먹고 나면 위와 장이 부대끼고 자주 과민반응이 나타나더군요.자극적인 음식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워 되도록 멀리하게 되고 심심하게 간이 밴 음식이 오히려 입에 잘 맞더군요.이런 취향의 변화는 비단 음식만은 아닌가 봅니다. 책이나 영화, 음악에 대한 기호마저도 확연히 달라져서 예전에 좋아했던 격정적이고 번뜩이면서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작품보다는 심심한 듯 은은하면서도, 서서히 스며드는 듯한, 하지만 뭉근하게 전해지는, 에너지의 총량은 상당한, 그런 작품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살아보니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들은 반짝 타들어가다가 이내 사그라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밋밋하고 슴슴하게 느껴지는 것들은 도드라지거나 돋보이지는 않지만 그 여운은 은.. 성(城) 월요일이고 연차휴가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몸이 찌뿌듯했다. 주말에 무등산을 다녀온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목욕탕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이었다. 스스로 대중목욕탕을 찾아간 것은. 쭈뼛쭈뼛 탕 속으로 들어앉아 몸을 지지고 있으니 피로가 가시는 듯했다. 이마와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문득 '인생에는 정답은 없다'는 말을 이제는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았다. 이는 살면서 꽤 자주 들었던 말인데, 그럴 때마다 그럴듯한 이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곤 했다.그렇다고는 해도 선명하거나 확실한 느낌은 아니어서 여전히 어슴푸레하기만 했는데,오십이 넘자 삶에 정답은 없다는 걸 확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전엔 인생에 확실한 정답.. 12월 30일 오늘은 12월 30일 월요일이고, 연차휴가 중이다.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2025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적어 보았고, 문득 내게 어울리는 영어 이름을 이리저리 생각해 보다가 Chat GPT에게 50대 남자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물어보았다.AI가 추천해 준 이름 중에서 예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이름인 James를 발견했고 결국 이것으로 결정을 했다.'James Jung' 성과 이름을 함께 불렀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딱히 쓰고 싶은 주제는 없었지만, 세모(歲暮)를 하루 앞두고 있어 간단하게라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노트북을 켰고, 이어폰을 끼고 '멜론' 플레이 리스트에서 셔플 재생을 눌렀다. 순식간에 카페 소음이 차단되며 음악이 흘러나왔다. 좋은 .. 가을 밤을 걷다 나이가 들수록 계절이 변하는 것에 민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24절기가 눈에 들어오게 되더군요. 절기가 되면 그날 아침의 날씨와 그 절기가 지닌 의미를 비교해 보게 됩니다. 가령 상강(霜降)이 되면 아침에 창을 열고, 과연 서리가 내릴 만한 날인지를 가늠해 보는 거죠. 이런 걸 보면, 이제 어쩔 수 없이 ‘옛날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해당 절기가 오면 대체로 그 의미와 날씨와 얼추 맞아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는 절기와 날씨가 자주 어긋나더군요. 이런 현상이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사뭇 걱정이 됩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올여름 기후변화에 따른 불편을 겪고 나니 앞으로 찾아올 기후변화에 따른 후폭풍이 심각하게 걱.. 하루하루 살아보니 억지로 힘을 줘서 되는 일들은 드물더군요. 이삼십 대에 읽은 자기 계발서들은 하나같이 '목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메시지가 강했습니다. 당시엔 그런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책에서 나오는 대로 하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것만 같았고, 또 그렇게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삶에 힘이 꽉 들어 찬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젊은 나이였다는 말이겠지요.) 뭐, 그렇다고 그런 책들이 쓸모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그 시절엔 적지 않은 도움이 됐고, 힘든 직장생활을 헤쳐나가는데 꽤 유익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잘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을 때보다는 힘을 빼고 느슨하고 유연하게 있을 때 저절로 일이 풀려나가는 경우가.. 무지개를 보거든 되돌아보면 생은 대체로 평범한 나날이었다. 가끔은 기쁨 한 스푼, 혹은 두 스푼의 슬픔이 양념처럼 뿌려질 때도 있었고, 드물지만 기쁨이 넘치거나, 파도처럼 슬픔이 밀려든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생은 영롱하게 반짝거리거나, 무거운 돌덩이를 매단 채 컴컴한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반짝이는 시간은 길지 않았고, 어두운 심연으로부터 다시 떠오르지 않은 적도 없었다. 대부분 어제와 비슷한 날들이 이어졌고, 지루하다 싶을 만큼 특별한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쉰이라는 나이가 되고 보니, 별일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면 다행라고 여겨진다. 별일이란 것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별일 없이 그럭저럭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다행인 것이다. 살면서 불현듯 마.. 마음을 믿나요? 살아보니 힘든 일은 한꺼번에 밀려드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마도 그렇게 느껴지는 걸 겁니다. 문젯거리가 하나 정도라면 적당히 해결될 가능성이 크겠지요. 하지만 한꺼번에 어려운 일이 몰려들면 아무래도 이겨내기가 버겁다 보니, '힘들 일은 이상하게 한꺼번에 몰린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튼 이럴 때면, 어둡고 무거운 감정에 사로잡힌 채 서서히 몸과 마음이 지쳐가다가 결국에는 그나마 남아 있던 기운마저 쑥 빠져버리게 되지요. 주변 세상이 허물어지는 듯한 기분도 들기도 하고, 삶이 한순간에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듯합니다. 이런 날들은 내내 계속될 것만 같고요. 정말 암울하죠. 그러다가도 어떤 긍정의 시그널들이 이쪽저쪽에서 들려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슬그머니 밝아집니다. 그리고는 이런 생각.. 이전 1 2 3 4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