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13) 썸네일형 리스트형 제주여행 아내와 둘이서 제주를 다녀왔다. 아내가 제주를 참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좋았다. 벚꽃연화 🌸 벚꽃연화(年華) 🌸 난척선생 해준 것 하나 없어도 어김없이 찾아 주는 네가 고맙고 미안해서 쓸쓸했던 겨울밤을 툴툴 떨어내며 밭은 마음이 자꾸 마중을 나가던 2월 쿵쿵 기다렸던 3월의 나날들이 마침내 폭죽처럼 환하게 찾아온 너를 좋아서 좋아서 놓칠세라 가버릴세라 동동 보고 다시 보고 보고 다시 보고 찰나는 너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만남의 순간조차 이별이 앞서 가고 한창인 너를 보며 헤어질 걸 슬퍼하네 좋아서 그저 좋아서 봄밤 빗 속에서 지는 너를 바라보며 보내야지 보내야지 한참을 서성이네 꽃비는 쏟아지고 꽃잎이 분분한데 그래도 좋아서 좋아서 온 마음 내어주고 저만치 돌아서면 또다시 너는 또다시 오겠지 찬란한 쓸쓸한 벚꽃연화(年華) 2월 하순 난척선생 낮이면 봄기운 어렴풋이 내려앉고 새초롬 매꽃소식 하나 둘 날아드니 저도 따라 괜스레 설레인다. 잘 익은 친구 한번, 은근슬쩍 꾀어 볼까? 하얀 매꽃, 병풍 삼아 걸어두고 낮술 한 잔 하자 할까? 봄볕에 취해 좋고 매화에 취해 좋고 낮술에 취해 좋아 에라 몰라. 세상사 취기에 넘어가네. ----------------------------------------- 답시 오민규 作 낮이면 온기 밤이면 한기 피어나는 매꽃 아래 낙엽들은 숨죽여 진토 되고 봄기운 설레임에 낮술 한잔 간절하나 이역만리 전쟁 소식 이 또한 사치인가 자문하네. 주가가 떨어진들 그 누가 당선된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생각 끝에 에라 몰라 자전거나 타고 보고. 중년 툭툭 눈이 와서 내가 내가 그립던 밤 소파에 앉아 사춘기 소녀처럼 울었다. 빡빡한 밥벌이에 어리벙벙 터져버린 입술이 처량해서 뭉텅뭉텅 유실된 21년이 황망해서 그나마 애써 건져올린 추억은 복받치게 서러웠다. 고된 몸도 지친 마음도 꾸역꾸역 관성이 밀고가는 출퇴근 깊은 숨 몰아내고 현관을 들어서면 질끈 현기증이 일렁였다. 어서 지났으면 싶던 관념으로 살아가던 그 시절 밤 새워 시를 썼고 꿈에서도 낮을 사느라 피로한 이 밤은 지난 내가 보고싶고 부디 옛 밤이 그리웁다. 불안이 불면의 밤을 태웠던 그때는 그때는 생각컨대 값진 사치의 시절 불안이 찾아들 작은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숨막히는 이 저녁하늘 온통 까마귀떼 눌러붙는다. 뒤쳐진 영혼이 따라오길 기다리던 인디언은 사라진지 오래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없는 나.. 가끔씩 그러하다 가끔씩 그러하다 가끔, 이게 뭔가... 싶은 밤이 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배꼽 아래께가 시려온다 아마도 그건 근원적인 외로움같은 것 더듬거리며 잠든 아이의 손을 꼬옥 쥐어본다 좀처럼 가시지않는 어쩔수없는 그런 밤이 찾아들면 나는 기필코 써야 한다 원시의 밤 그밤이 이렇게 시를 .. 시간 무정 시간무정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모른 채 저 만치 떠내려가는 내 일부를 아쉬워해 봐도 무심한 파도는 짹깍짹깍 날 밀고 나간다 물결 휘청거릴 때마다 부스러기들은 점점이 심연으로 떨어지고 앙상한 뼈마저도 마침내 씻겨질 운명이여 잔잔하다가도 일순간 높이 일렁거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온순.. 사춘기 사춘기 친구, 그 옛날 어느 점, 그 한 점에서 우리는 어긋났었다. 그리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지금, 그 언저리가 어디쯤인지 도무지 꼬집어 낼 수도 없거니와 설령 그 순간을 잡아 올린다 해도 자욱한 시간의 강이 너와 나를 엉클어 놓고 서로의 손짓은 한참이나 엇갈려 있을 것이 분.. 그녀 때로는 아내보다도 그녀의 상냥한 목소리가 먼저 아침을 연다. 출근하는 아침이면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맞이하는 그녀가 있다. 그녀는 내가 오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안녕하십니까' 라는 인사를 건네온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반드시 그녀의 볼에다 살짝 뽀뽀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녀..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