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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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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형! 조용조용 크리스마스 연휴를 가족과 보내고 있는 중이었어. 방으로 들어가 책을 펼쳐 볼까 하는 찰나, 문득 형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오랜만이었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며칠 전, 휴대전화 액정에 형의 이름과 함께 벨이 울렸을 때의 반갑던 마음과 약간의 놀람이 또렷하게 떠올라.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형의 나즈막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는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 형의 그 편안한 목소리는 그것을 넘어 성품마저 부드럽고 편안한 사람임을 짐작하게 하는데 어쩌면 그건 형의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천성이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보게 돼. 그날 몹시도 바쁜 일과가 거의 끝나가려고 하는 무렵, 전화기 너머로 전해오는 형의 편안한 음성에서 형..
익숙함에 대하여 어린시절,(그러니까 정확하게는 내가 국민학생이었던 시절부터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가기 전 까지를 말한다.) 나는 점심 도시락이건, 집 반찬으로 나오건 간에 김치와 된장은 모조리 싫어 했다. 내 또래라면 모두 짐작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상에 김치류와 된장이 없다면, 지금보다 먹는 재미가 상당히 줄어들 것은 분명하고, 인생에서 소소한 행복 하나가 쑥 하고 빠져나가 버리게 될 것이 뻔하다. 매년 10월에서 11월이면 부산에 위치하고 있는 회사 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다.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검진을 받고 나면, 부산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O에게로 가는 수순을 밟는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종합검진을 받은 김에 치과검진까지 받으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핑계로 잠시 O 얼굴 한번 보자는 수작이라면..
참으로 오랜만에 편지를 쓰다 어제 오늘 집 밖을 나서자 볕은 따사로워서 이제 모퉁이를 돌면, 봄 꽃이 와락,하고 안겨 올 것만 같습니다. 계절은 언제나 틀림없이 해를 돌아 또다시 내 곁에 마주 앉습니다. 참으로 믿을 만하고 정직한 것이 바로 이렇게 매번 돌아오는 계절이란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계절에 다..
일상과 근황 휴대폰에서 느닺없이 폭염경보음을 알리는 날이 이어지는 그야말로 여름입니다. 이런 무더위에도 다들 잘 지내시겠지요? 40년 이상의 세월에 떠밀려가다보면 이런 더위는 견디기 힘들도 제법 익숙해질만한 나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말그대로 해묵은 사람들입니다. 요즘 ..
또 이렇게 한해가 과히 들뜬 기분은 아니지만 뭔가 좀 느슨해지는 세모입니다. 내일 자정에도 어김없이 종각에서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거고 종각 주위엔 한해를 보내는 의식을 치르려는 인파들이 벌떼처럼 모여 들것입니다. 저는 텔레비젼을 켜놓고 그 타종 의식을 멍청하게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습관..
가을치례 몇일 전이다. 아내가 뜬금없이 남자들은 가을을 탄다는데 당신은 가을 안타냐고 물어왔다. 아내의 말을 듣고 멋적게 웃어보이며 나도 가을을 탄다고 했더니.. 대뜸 피식 웃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겪어보니 나라는 사람은 가을 안탄다며 제멋데로 단정 짓는 것이 아닌가. 그도 그럴것이 아내..
2007년 한해를 마무리 하며 2008년이라는 시작에 앞서 또 하나의 "끝"이라는 이름으로 歲暮의 의미를 부여해봅니다. 2008년 1월 1일과 2007년 12월 31일, 이 사이에는 얼마나 큰 다름이 있을까요? 제 생각엔 이 둘의 간극에는 그저 특별한 의미를 붙이기 나름일 따름이라고 여겨집니다. 실상 별반 차이없는 나날들의 연속이라는 말입니..
몇자 적어 봅니다. 백제의 옛 터전, 부여에서의 회합 이후 다들 잘지내셨는지요? 저는 요즈음 들어 정말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는 모양입니다. 도무지 틈을 낼 여유가 보이지 않을 만큼 마음과 행동의 맥박이 빠르게 뜁니다. 이럴 때면 비로소 평소 아주 바쁜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의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