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친하지 않습니다."
이 말속엔 관계에 대한 덤덤함과 씁쓸함이 진하게 배어있다.
그러니까 위의 말은 과거에는 친했지만 지금은 더이상 예전처럼 친하지 않다는 말일 것이다.
아! 관계의 씁씁한 뒷맛이여!
어쩌면 우리는 관계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착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그래도 우리가 지금까지 몇 십년을 함께 한 오랜 친구 아닙니까?"라는
조금은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와 알게 된지도 벌써 십수년이 훌적 넘어섰고, 예전엔 서로의 관계가 친밀하고 농밀했음으로...
비록 예전처럼은 아니라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 사이에 관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고...
아무리 당신과 나 사이가 그렇고 그렇다하더라도... 여전히 그 관계는 유효할 것이라고...
당신과 내가 '우리 관계는 이제 여기서 끝이 났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우리 사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 생각에 이건 착각이다. 관계는 변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 더이상 항상성에 기대지 말자!
사람들 마음에는 과거에도 그랬다면... 지금도 그러하리라고 기대하는 항상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에... 과거는 이미 슉슉 지나갔고..
우리 앞엔 현재만이 덩그러니 존재할 뿐이다.
그러면 우리 앞에 놓인 지금을 한번 돌아보자...
어쨌든 내 앞에 지금은 과거의 결과일 것이므로...
당신과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으나... 과거로부터 부지불식간에 시작되어,
아는 듯 모르는 듯
서먹해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는 시나브로 식어가며
언젠가 어느시점에 도달하면 급속도로 서먹해 질게 뻔하다.(사실 서먹한지도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이제 마음은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리고 그러다가 주삣주삣 행동마저도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리면,
아무리 친했던 사이라도 서먹해진 관계를 회복하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이미 깨진 사기그릇을 접착제로 애써 붙일 순 있겠지만... 아무래도 상처는 지울수는 없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런 관계회복은 도무지 자신이 없다.
내겐..
익히 아는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 가꾸어 나가지 않으면 서서히 단절이 되어버릴 것이다.
물론 '좀비부부'나 '윈도우 부부'처럼 명목상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될바에야 차라리 그와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순전히 내 생각)
물론 사람끼리는 서로 잘 맞지 않는 그런 조합이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계속 부딪히며 서로 개선해 나가는 관계 회복보다는
사실 많은 이들은 서로의 관계에 대해 그냥 포기하고 사는 것이다. (순전히 내 생각2)
그렇기에 사회에서 시작한 관계는 좀처럼 친구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는 생각을 해본다. (순전히 내 생각3)
생각이 서로 맞지 않지만 피차 얼굴 붉히는 일 없는 것이.. 그나마 필요에 의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좀비같은 관계(서로 잡아먹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서로 협력하거나 의지하지도 않는 멍한 관계?)는
언젠가 두사람 중 한사람의 필요에 의해 잠시 연결될 수 것이므로,
피차 손해 볼것이 없고 나의 이익이 앞선다면 언제라도 그를 일으켜세워 잠시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면 되는,
쌍방간의 아주 편리한 방식이기에 사람들은 굳이 그 대상과의 관계를 억지스럽고, 공식적으로, 끊어 버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순전히 내 생각4)
그런데 이런 방식은 내게 있어서 어딘지 모르게 반칙인 것 처럼 여겨지고, 정정당당하지 못한 것 같고, 어딘지 모르게 씁쓸함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도 이러한 방식을 인간관계에 있어 암묵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러니까... 최소한 가족과 친구에 있어서 의도했던 아니건...
이런 방식은 반칙을 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주장을 해본다.
가족과 친구란 무엇인가?
특히 가족은 무한의 조건없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친구 또한 가족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만화 '빨강머리 앤'처럼 철없는 시절, 대책없이, "영원한 친구"라는 무려 1000톤 정도의 무게는 좋이 나갈것 같은 무거운 단어들을 주고 받은 친구라면... 이런 필요조건에 의한 관계는 어딘지 모르게 몹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앤 셜리와 그녀의 친구 다이애나는 처음 보자마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서로 영원한 친구가 될 것을 맹세해 버린다. 참, 순수하고 맑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앤이 성장한 후에도 그들은 영원한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오직 작가 루시 몽고메리 여사만이 알고 있을 일이다.)
당신과 나,
그러니까 우리 관계는 어디서에서 부터 틀어졌던 것일까?
오해와 편견, 열등감과 우월감,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뭔가 기질적으로 맞지 않는 성격 등등
뭐... 대략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너와 나의 관계를 서서히 무너트리게 했을 것이라 짐직한다.
많은 이들이 관계의 출발을 서로의 공통점으로부터 자연스레 시작하는 듯하다.(그게 자연스럽긴 하다...)
하지만 고향, 학교, 직장, 동호회, 취미, 여행 등등 서로의 동질감에 많이 기댄 채 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애초에 서로의 '공통점'에서 출발을 한다면, 되려 어떤 사건에 대해 자신이 주장하는 맞다고 고집하며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되기 쉽지 않을까? (내 경우에는 몇번의 낭패를 본적이 있다. 한 대상에게 공통점과 첫인상의 호감으로 선입견을 가진채 무턱대고 열을 올리며 한 사람을 좋아하다가... 이질감에서 오는 실망이란...쯧쯧쯧... 까불까불 감정에 휩쓸리다, 내 그리될 줄 알았지...)
이러하니
쉽지 않겠지만,
차라리 서로의 차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조심스럽게 출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신과 나는 다릅니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당신의 의견은 존중합니다.
라는 태도로 관계를 시작해보는 것이다. 그럼 관계단절 따위의 위험에 대한 보험역할은 충분히 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이미 서로의 관계가 시작했다면 이를 유지하는 것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나는 언제라도,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쉽게 틀어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해보자.
"당신을 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서로가 좋은 인연이 되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내 생각에 관계라는 것은 "만남의 횟수" 만큼 비례하여 깊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관계에 있어 '만남의 횟수'보다는 결국 '공감의 횟수'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즉, 아무리 자주 만난다 하더라도 공감이 없거나 그 공감이 음의 방향으로 가버린다면
그 관계의 상호작용의 결과값은 결국 0이거나 마이너스의 값을 나타 낼 것이다.
굳이 도식으로 표현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관계밀도 = (만남의 횟수+ 함께한 시간) × 공감지수
결국, 관계의 밀도는 만남 횟수와 시간도 중요하지만 공감지수가 0이거나 마이너스이게 되면 관계 또한 제로나 마이너스로 흘러 갈 것 뻔하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일까?
어쩌다 너와 나는... 더이상...
아주 사소한 우연에 기인하여
당신과 나, 이 관계에 수많은 시간과 사건들이 자잘하게 흘러 갔을 것이다.
그러다가 아주 사소한 사건들과 때로는 굵직한 사건들과 무심한 시간들 사이에
당신과 나의 공감은 제로 이거나 마이너스로 뿌리내리게 되었을 것이며,
시간이 깊을수록, 횟수가 많을수록,
당신과 나는 점점 멀어져 갈 것이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공감이 없었거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음(-)이 였을 것이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매우 안타깝고 씁쓸하긴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럼으로 '당신과 나'는 좀더 쿨~ 해져야 할 것이다.
덤덤하고 씁쓸하지만..
'우리' 이라는 단어로 묶기에는..
이제 '당신과 나는' 각자의 시간과 공간에서 역사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말입니다. 빨강 파랑 노랑으로 나뉘어 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애써 담담하게
"이제는 친하지 않습니다."
* 8월이 들어서면서 부터 지리하게 날씨가 우중충하더니, 요 며칠사이 누군가 톡 건들기만 해도 터져버릴 것같이 울적한 기분이다. 어서, 햇볕은 쨍쨍 모래알도 반짝거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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