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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빅쇼트

빅쇼트 The Big Short, 2016 제작
출연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어제 "아담 맥케이 감독"의 영화 빅쇼트를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 '빅쇼트'는 심각한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아주 자상하고 코믹스럽지만 아주 냉철하게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라는 점에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미국과 같이 제법 합리적이고 투명하다고 알려진 경제제도에 내에서도 탐욕의 꽃이 피기 시작하면 결국 어떻게 되는 지를 알려주고,

중심부를 벗어난 몇몇 단계를 넘어서 있는 누군가는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좋은 작품이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감독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이 문제가 되었던 이유 등과

CDS(신용부도 스왑)에 대한 낯선 용어들을 전문가가 직접 출연해 설명한다 든지, 카지노의 블랙잭 게임으로 설명하는 등등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쉽게 풀어 주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금융상품들을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해, 영화가 진행되더라도 이 용어의 진입장벽에 막혀 재미의 단계로 넘어 서지 못할 것임으로...) 

 

영화 '빅쇼트'를 보면서 

서브프라임 모기기론 사태의 경위를 독특한 형식과 편집으로 전달한 감독의 센스와 용기가 부러웠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좋은 연기와 분장에 박수를 보낸다.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 이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배트맨의 주인공이 돌변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눈빛과 벌어진 입, 정말 쩐다.

라이언 고슬링 연기.. 역시 참 잘하죠. 믿을 만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스티브 카렐 연기는 응축해서 폭발하지만 과하지 않고, 그가 이제 더이상 코메디 연기를 하는 배우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 시켜준다.(이미 영화 '폭스캐쳐'로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브레드 피트의 연기 또한 튀지 않고 영화의 전체 그림에 잘 조화를 이루고 묵직합니다. 심지어 수염으로 뒤덥혀 그의 잘 생긴 얼굴을 반쪽 정도만 볼 수 있을 정도지요. 하지만 그는 무게있는 연기를 하지요. 

   

이 영화의 분장에 대해서도 저의 의견은 역시 칭찬입니다. 왜냐하면... 

크리스찬 베일은 한참을 들여다 보고 알아 봤고... 스티브 카렐이나 라이언 고슬링은 심지어 영화가 끝났을 때 앤딩 타이틀을 보고

아! 저 사람이... 역할을 했구나! 하고  놀라워 했습니다. (물론 외국인 안면장애가 있는, 내 개인적 문제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공동 제작자 겸 조연으로 출연한 브레드 피트 역시 수염과 안경 그리고 결벽증을 가진 캐릭터 분장으로 영화 속에 그 얼굴을 고스란히 묻은 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한 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영화의 힘 중 하나가 다양성에 있다고  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떤 사건을 영화에서 다룰 때, 보통 헐리우드식 영화는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여 슬픔, 분노, 혹은 감동을 일으키는 그런 영화가 많지만, 어제 본 영화 '빅 쇼트' 처럼

사실에 입각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아주 냉철하게 상황을 전달하는 영화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에서, 미국 영화의 힘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 영화는 어떠할까? (아래 내용은 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의 블로그의 견해와 의견을 같이 합니다.) 

우리나라의 1997년 "IMF 사태"는 영화판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아직까지는 그 암울한 시대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의 일상을 모호하게 묘사할 뿐, 사건의 원인과 실체적 진실에 대해 깊숙히 접근하여 냉철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이런 영화는 아직까지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큰 사건에 대한 태도는 비단, 97년의 IMF 구제금융 사건 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시대에 큰 획을 긋한 굵직한 사건의 경우도 동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설령, 그런 민감한 사건을 영화화했다 하더라도,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해서 영화적 감정에 이입되게 만드는 그런 영화들 만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령 영화 속 정의는 반드시 이겨야 하고, 설령 정의가 지더라도 분노해야 하며, 이런 정의로운 감정들로 관객들을 선동하는 영화가 대부분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심하게 표현해서 왠지 모르게 그런 영화를 통해 주입식 감정을 살찌우고 있는 것 같은.... 어딘지 모르게 싸구려 감성같은.. 

그런 감정을 받게 되는 영화...

결국, 이런 영화들을 관통하는 감정에 선동되어야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우리의 다수의 관객은 영화에서 퍼주는 감정선을 그대로 넙죽넙죽 받아 먹고 있지는 않은가? 마치 이유식을 받아 먹는 아이처럼..  

 

왜 우리의 영화에는 사건을 휘감고 있는 팩트를 낱낱히 철저하게 분석하여, 감정보다 실체를 앞세우는 그런 절제된..

그러나 냉철한 시선을 가진 영화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우리 영화는 이런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면 사건이나 그 실체에 주목하기 보다는

가상의 주인공을 내세우며 그의 감정을 극단으로 몰아 세우며, 관객들의 감적에 호소하여 마침내 누군가의 생각에 동조하는 

그런 류의 영화만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일까?

이것이 참으로 아쉽고 아쉽다.   

 

이제 한국영화도 감정의 휘발류를 뿌리고 불을 지르는 영화보다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냉철 시선을 보내는 멋진 영화도 몇 편쯤 나와 줄 때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인들에 비해 감정에 많이 휘둘리는 점이 있다.

정의는 실현되어야 하고, 악은 규정되어져야 하며, 악은 그 싹을 밟아 버려야 하고.. 그럴 힘이 없다 하더라도 대중에게 고발해야 하며,

분명 진실은 존재하며 밝혀 내어 만천하에 알려야만 하는 것으로...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시원스럽게 돌아 가지 않음에도... 그럴수록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길 요구하고,

적어도 돈을 내고 보는 영화 속에서 만큼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구현되기를 갈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한 사건의 구체적인 팩트와 그 사건의 원인과 그 사건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어떤 이가 주장하는 감정에 휘둘리기 전에 반드시 알아할 숙제인 것이다.  

 

하지만,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소소한 비용을 지불하며 소중한 이와 영화관에서 주말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을 통해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리의 심정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관객의 입장에선 영화 속에서라도 우리 모두가 바라고 있는 것처럼 악은 반드시 응징되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넘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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