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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인터뷰 중에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서재 이미지 1

 

빠르게 범람하는 정보의 시대

 

우리는 너무나 많이 빠르게 범람하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과거의 인간에게는 정보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죠. 정보도 없었지만 그나마 있는 소수의 정보는 책에만 존재했고 이런 책들은 왕의 서고나 수도원의 성직자만이 소유했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어요.

오늘날은 완전 반대입니다. 너무 많은 정보가 빠른 속도로 범람하고 있어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는지 구분할 수도 없게 되었죠.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아니라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집중하는 능력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의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연구자가 되어야 해요.

많은 사람은 핸드폰, 페이스북, 인터넷과 같은 것들에 자신의 통제권을 빼앗겨 버리죠. 이런 것들이 정보의 홍수를 일으킵니다.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정보는 내 생각, 행동을 결정짓고 지배하게 되죠. 수동적인 나를 정보가 제압하는 것이죠. 물론 이 새로운 미디어는 유익하고 정보로의 접근을 쉽게 하지만,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일 때만 또한,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정보를 대할 때만 유익합니다. 5분마다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핸드폰을 체크 한다면 그것은 핸드폰이 능동적인 것이고 여러분은 단순히 핸드폰이 제공하는 것에 반응하는 것에 불과해요. 우리는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이어야 하고 '내가 꼭 알아야 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아 이해하려고 시도해야 해요. 그래야만 내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지 기술이 날 사용하게 하는 게 아닌 것이 됩니다.

예를 들면, e-book은 엄청난 발명입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으면 책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단지 종이에 불과했죠. 하지만 e-book은 언제 당신이 책 읽기를 시작했는지 멈추었는지 알아요. 어떤 페이지를 빨리 읽었고 어떤 페이지를 천천히 읽었는지도 알죠. 요즘은 표정을 인식하는 소프트웨어와 어플리케이션을 e-book에 심어 생체측정 센서를 연결해 심박 수나 혈압 등을 체크하기에 이르렀어요. 이런 발명의 좋은 면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더 좋아할 만한 책을 쓸 수 있고, 안 좋은 면은 이 엄청난 데이터가 좋은 책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적 상황 등에 영향을 미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러한 데이터가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대기업에 종속된다면 이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갖게 되고 개인은 완전히 무기력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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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효율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현시대의 중요한 문제는 바로 사람들이 한 가지에 오랫동안 집중하는 능력을 상실해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인내력, 주의력, 책에 대한 집중력을 상실해 가고 짧은 영상 콘텐츠만을 원합니다. 이것이 요즘 우리에게 일어나는 가장 안타까운 일 중 하나이죠. 인류는 많은 업적과 진보된 과학기술을 이루었는데 '단순히 집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잃어가고 있어요. 비행기를 타고 원하는 모든 곳을 여행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정신이 계속 분산되기 때문에 그 장소를 진정으로 볼 수 없게 되었어요. 어떤 것을 하든 다른 것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리는 현상인 FOMO(fear of missing out :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는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질병이며 문학과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능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래서 인문학, 역사가 주는 주요한 메시지는 덜 효율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나 항상 효율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그러므로 사람들이 계속 온라인상에 있으려고 하는 겁니다. 더 효율적이 되려고 항상 스마트폰을 체크하는 거죠. 때문에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덜 효율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비록 더 적은 양을 생산하더라도 더 좋은 삶을 살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