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다 비번 지음
참으로 공감이 가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좋은 시입니다.
찬찬히 읽어 보시길...
41P
누가 누구를 가르치나
민들레 꽃밭을 보면 내 눈에는
마당을 온통 뒤덥으려는 잡초무더기만 보인다.
내 아이는 꽃을 꺽어 엄마에게 선물하고 소원을 담아
솜털 같은 하얀 홀씨를 날려 보낸다.
술 취한 노인이 미소를 보내면 나는 어쩌면 내 돈을 노릴지도 모르는
냄새나고 지저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는 자신에게 미소 짓는 누군가를 보면 미소로 답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나는 음치에 박자감마저 없어
수줍게 앉아 조용히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내 아이는 리듬을 타면서 음악에 몸을 움직이고 가사를 따라 부른다.
가사를 모를 때는 제멋대로 지어서 부른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을 만나면 나는 행여 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지고
걸을 때 방해가 될까 피할 궁리부터 한다.
내 아이는 두 눈을 감고 두 팔 벌려 바람을 타고 날다가 웃으며
사뿐이 땅으로 내려온다.
진흙 웅덩이를 보면 나는 조심조심 바깥쪽으로 돌아간다.
진흙이 잔뜩 묻은 신발과 옷과 거실 카팻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 아이는 아예 웅덩이 안에 철퍼덕 앉아버린다.
거기서 댐을 건설하고 강을 만들어 건너다니고 벌레들과 함께 논다.
우리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인지
아이가 우리를 가르치는 것인지 모르겠다.
- 작가 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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