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한 사람이 최근들어 지각이 잦았다.
유심히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 사원을 살짝 불렀다.
그리고는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런 이야기 하는데 좋은 기분일리는 없다)
"OOO님 자꾸 지각하실래요?"
이 말에 그 사원은 도리어 짜증을 내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게 아닌가.
"내가 밤10시까지 공부하고... 얼마나 아침에 피곤한지 아십니까?"
"!...."
그리고는 바로 연달아 짜증어린 표정으로 이렇게 연타를 날렸다.
"알았어요! 지각 안하면 되잖아요!"
순간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적반하장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그 사원이 늦는 이유를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밤 늦게 개인의 발전을 위해 무슨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그것은 조직과는 별 상관관계가 없는 일인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다.
자신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과 직장과 개인적 용무에 대한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것에 대해 믿음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밥벌이에 대해 감사를 느끼지 못하고, 존중이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 사람은 많은 월급을 받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감사와 고객들에 대한, 그리고 그사원을 지원해주고 있는 다른 이들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어찌 화를 낼 수 있을까?
그는 단지 모를 뿐이고, 무지할 뿐이다. 그런 사실에 대해 나는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이러한 그에게 과연 신뢰를 계속 보낼 수 있을 것인가?
그에대한 감정 잔고가 마구 차감되고 있다.
이럴 때면 나는 한 인간의 장 단점을 보고 차분히 평가를 내려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다.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배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찹찹하게 가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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