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166P
호저와 고슴도치 및 스컹크는 적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코를 킁킁거리고 발을 쿵쿵거리며 돌아다닐 수 있지만, 아무 무기도 없는 포유류는 한시도 경계태세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그런 포유류는 위험신호와 탈출로를 알아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행동권을 샅샅이 알아두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전문가가 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왜 기회주의적인 포유류가 생겨야 했는가? 그 대답은 간단하다. 개미핧기나 코알라 같은 전문가의 생활방식에는 심각한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특수한 생존장치가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걱정할 게 없지만,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 전문가는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전문가가 경쟁자들을 앞지르기 위해 극단적으로 전문화했다면 유전자 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수밖에 없었을 테고, 따라서 위기가 닥쳐왔을 때 이 변화를 재빨리 역전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고무나무 숲이 사라지면 코알라도 사라질 것이다. 쇠처럼 단단한 입을 가진 육식동물이 호저의 뻣뻣한 털을 아작아작 씹어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한다면, 호저는 만만한 먹이가 될 것이다.
기회주의자들은 항상 살기가 고달프지만,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해도 거기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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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유인원은 모든 비전문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기회주의적이다. 그 집단은 비전문가의 전문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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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원숭이 새끼는 모두 호기심이 왕성하지만, 자라날수록 그 호기심은 차츰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어린 시절의 호기심을 간직하고, 때로는 호기심이 더욱 강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결코 조사를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만 알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절대로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질문에 대답하면, 그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낳는다. 이것은 우리 인류의 가장 위대한 생존 기술이 되었다.
새로운 것에 끌리는 경향을 '네오필리아(neophilia : 새것 좋아하기)'라고 부르며, 이는 '네오포비아(neophobia : 새것 싫어하기)'와 대조를 이룬다.
# 환경변화에 순응하느냐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느냐!
고슴도치나 호저처럼 지독하게 전문화가 되는 것은 그만큼 급격한 환경 변화에 약점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신 우리 털없는 원숭이들은 피부조직에 그대로 드러나 추위에 굉장히 약하지만 발빠르게 환경의 변화에 대응을 해야만 합니다. 한마디로 피곤하지요. 대신 우리 털없는 원숭이들은 환경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원숭이는 어느정도 적응이 되면 환경에 안주하지만 우리 인간은 끊임없는 질문과 호기심으로 가장 위대한 생존기술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네요.
^^ 참으로 멋진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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