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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가족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

힘들고 지친다는 말의 의미를 들여다 보면 사실 몸보다는 마음에 비중 훨씬 더 있는 것이다.

 

어제 힘들고 여려진 마음...

그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의 얼굴이 제일 먼저 눈에 찬다.

이제 9개월이 된 막내는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빙그레 웃어준다. 6살 딸아이는 책방에 숨어 있다가 갑작이 튀어나오며 해맑은 웃음으로 장난을 친다.

 

아내는 내 얼굴에서 하루의 일과를 금새 읽어 낸다.

옷을 갈아 입자 마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오는 것이다.

내 얼굴 표정은 사람들에게 잘 읽힌다.

더군다나 함께 살을 부비는 아내에게는 말해 무엇하랴..

 

 

잠자리에 들기 전

잠든 아이들에게 살며시 다가가 뽀뽀를 하고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조용히 귀엣말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침대에 눕자 이런 문장이 머릿속을 흘러 갔다.

 

"요 이쁜 것들을 보면,

 금새 풍성한 가을이 온다."

 

노트에 옮겨 적고 이 짧은 문장으로도

근사한 詩로구나 하고 스스로 만족스러워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접시에다 다음과 같은 메모와 함께 캡슐알약을 놓아두었다.

"힘들때 먹는 약 내용물만 먹을 것!!"

 

 

 

조심스럽게 그 작은 캡슐을 열어보니 예쁜링에 아주 작게 돌돌 말린 아내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창욱!

 사  랑  해 

 힘 내"

  

"......" 

 

가족!!

역시 가족이다.

내가 일군 가족이다.  

사랑한다, 모두모두 이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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