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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문장 읽기

노동을 통한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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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지은이:  조중걸

 

 

 

45P~

 

노동은 자기 창조적인 전체성을 지녀야 한다. 이는 노동이 고도의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농부는 최초의 밭갈이에서 추수까지, 작업의 전과정을 전체적으로 주도 한다. 그러나 일관 작업대에서 이루어지는 변화없고 파편화된 작업은, 그를 노동으로 부터 철저히 소외시킨다.

 

중략

 

 한편에 노동을 통한 자아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운명과, 다른 한편에 자기 표현을 요구하는 자아가 있다. 그리고 그 간격은 물건을 소비하는 것으로 메운다. 그는 일관 작업대에서의 무의미한 고역을 통해 창조력을 희생시키지만, 그 반대급부로 소비할 수 있는 돈을 얻게 된다. 이제 자아의 실현은 소비를 통해 달성되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가 창조력과 개성을 발휘할 여지의 영역은 바로 여기다. 소비야말로 그의 전 존재를 채우는 것이며, 그의 개인성을 한껏 보증해주는 것이고, 노동의 덧없음을 잊게 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가 생계를 위하여 발휘해왔던 노동은 이제 기계에 의해 대체되었고, 그의 노동력은 어떤 창조적 의미도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시골의 농부들이 자신의 밭과 작물에 가했던 창조적 변주들을 생각해보라. 그것이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한들 그에게는 의미와 보람과 삶의 의의를 보증해주는 것들 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이와 같은 것이 없다. 아무리 창조적인 직업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거기에 창조성은 없다.

 

중략

 

자신의 작업이 가장 창조적인 자율성을 보장받으리라고 믿었던 사람들조차도 그의 작업현장에서 당황한다. 그는 소비 가능한 상품을 산출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교수는 그의 지식을 소비 가능하도록 말끔하게 정형화해야 하며 작곡가들은 그의 음악이 잘 팔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그것들을 소비한다. 그들은 이제 지식을 소비하며 음악을 소비하고 여행을 소비한다. 모든 것이 소비되기 위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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