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민규동
주연: 이선균, 임수정, 류승룡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7년이 흘렀다. 그래도 말스(mars)와 비너스(venus)는 여전히 서로에게 불꽃튀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사랑의 감정이 시작될 때 우리의 뇌에서는 도파민,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들이 마구마구 분비되게 된다. 이 호르몬에 과다 분비로 인해 사랑에 빠지게 되면 비이성적으로 변하게 되어, 밤새 전화를 한다든지.. 밤새 죽치고 그녀의 집 앞을 서성일 수도 있으며, 짜증과 화를 내야할 뻔한 상황에도 사랑이 가득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힘이 들어도 힘든 줄도 모르고, 오히려 이런 고통의 순간에 희열을 맛보는 아주 비이성적인 상태, 다시말해 사랑에 빠진 말스와 비너스는 모두 정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시쳇말로 약간 맛이 간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기가 보통사람의 경우에는 연애기간 2년 정도라고 한다. 2년이 지나게 되면 그녀와 그는 더이상 호르몬이 나오지 않게 되어... 아주 이성적인 다시말해 극히 정상적인 원해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이 상태를 부정하며, 호르몬이 과다분비된 비정상적인, 야간 미친 상태를 마치 정상적인 상태로 오인하게 되는데 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저 사람이 예전같지 않아... 달라졌어... 예전엔 안그랬는데..." 등의 말들을 중얼거리게 되기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오는 남녀의 아주 정상적인 권태가 아주 비정상적인 현상로 단정지으면서 부터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
아주 극소수의 커플들만이 2년이 지나고도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가 되는 것이고 이는 보통의 상태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상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너스들은 정상적이며 보편적인 권태로운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화성男에게 예전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화성男들은 금성女가 원하는 것처럼 예전처럼 돌아갈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화성男들이 금성女들에게 기대하는 모습에서도 마찬가지 인 것이다.
이들이 기대하는 뇌분비 호르몬은 더이상 유효기간이 끝나버려 생성이 되지 않고 체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때, 화성인과 금성인들은 내 옆에 있는 그녀 혹은 그에게 커다란 실증과 실망을 느끼게 되고.. 이런 불만이 지속적이면서 그와 그녀의 결혼생활은 권태에 빠지게 되고... 금성과 화성인들은 내 옆에 있는 그와 그녀가 아닌 또다른 그녀와 그에게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바람은 불어오고 가고...
그리하여, 화성과 금성에는
다시 한번 더 도파민 아드레날린 세로토닌등의 호르몬들이 내리기 시작하고,
예전에 그 짜릿했던 그 쾌감을 찾아서 찾아서... 여행을 떠나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이런 새롭게 분비되는 호르몬 또한 영원할 수 없는 법,
또다시 그 혹은 그녀들은 권태로움에 빠지게 되고...
조강지처가 최고! 그래도 내 남편!이라는 말과 함께.. 그네들은 다시 예전의 금성 화성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가 많은 것이다.
그럼 왜!
바람을 피운 남녀들은 다시 또,
그 뻔한 권태로움의 세계인 조강지처, 그래도 내 남편에게 돌아가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남녀관계, 혹은 인간관계가 본능적이며, 호르몬의 분비로만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호르몬의 유혹이 아닌 남녀관계의 신뢰성에 기인한다고 생각되어 진다.
그래도 내게 있어 제일 믿을 만한 사람은 누구이던가? 를 생각해보면
그래도..내 옆 자리를 미련하게 지켜주고 있는 아내 혹은 남편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신뢰로의 회귀인 것이다.
신뢰는 단기간에 나올수없는 것이다. 신뢰는 세월, 시간에서 생성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호르몬이 다 떨어진 권태로운 결혼생활동안 호르몬을 잃어버린 대신 바로 신뢰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물론 모든 연인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지리멸렬한 시간속에 부부가 얻은 것은 자녀가 아니면 별로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두 사람이 그 시간을 부대끼며 인고하며 보내는 동안 시간이 만들어준 신뢰를 획득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또한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은 권태로움에서 출발한다.
또한 이 권태로움은 소통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결혼 7년 차, 주인공 두현(이선균분) 아내 정인(임수정분)의 하는 짓이 더이상 이뻐 보이지 않는다.
할말은 하고 사는 뾰족한 성격에다 옷은 훌러덩, 방귀는 뿡뿡,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 앞에서 행동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두현은 아내의 장점인 한 엣지하는 요리 솜씨도 그에겐 이젠 고통의 연속일 뿐이다.
가뜩이나 소심한 성격의 두현은 아내에게 불만을 이야기 하고 싶지만... 이것 또한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아내 정인과 도무지 소통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소심한 두현만의 문제인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소통은 쌍방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런 갈등의 해결을 위해 남편 두현이 선택한 극단적인 방법.. 이름하여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를 고용하면서 부터 관객들로 하여금 재미꺼리를 던져주면서 영화가 제시하는 나름의 갈등 해결방안 속으로 관객들을 빨려들게 한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데 이런 권태로움을 뚫고 가는 방법으로 영화는 극단의 변화를 던져줌으로써 이 부부의 뭔가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듯하다.
또한 이들은 분명 연애기간과 7년이라는 결혼생활의 부대낌을 통해 그들 자신은 새까맣게 몰랐지만...
결국에는 그들은 이 세월이 만들어준 또다른 형식의 사랑과 신뢰를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힘의 역학관계..... 에.. 그러니까.... 남녀관계의 역학... 쉽게 말해 밀당의 법칙!
처음 두현은 정인을 이혼까지 하려는 생각으로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 고용함으로 강하게 정인을 밀려내려 했다. 그러나 집에만 틀어 박혀 있던 정인이 주부로써가 아니라 지방 라디오 프로에서 독설을 날리면서, 인기를 얻어 가면서 남편바라기로 생활하던 그녀가 독립사회인으로써의 지위를 확보해나가기 시작하자..
두현이 애써 밀쳐 내려했던 태도는 조금씩 수그러들어간다.
급기야는 정인이 지방 라디오프로에서 전국구로 진출을 하게 되고... 그가 고용한 장성기와 사랑에 빠진 느낌을 받게 되자... 밀어내려는 힘에서 예전에 데이트 하던 영화의 첫장면처럼 그녀를 끌어 당기려는 힘이 더 크게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정인의 힘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처음에는 남편 두현을 속박하고 완전 자기 중심적이며, 타인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는 비상식적인 아내의 모습에서 사회적 인지도를 얻어가고, 자기를 이해해주는 성기와의 교제를 통해 정인은 남편을 간섭하고 기대려는 방식을 탈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전까지 자신을 싫어하던 사람들이 점점 자신을 좋아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급기야 남편 두현은 그런 아내를 보며 불안해하고, 다시 그녀에게 예전처럼 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영화 속에서 두주인공은 남녀관계 속에서 힘의 역학의 작용을 잘 나타낸다.
한쪽이 다가가면 다른 한쪽은 멀어지고.. 또 다른 한쪽이 다가서면 또 역시 다른 한쪽이 밀어내고...
이런 관계는 연애기간 중에 특히 연애 초기에 다분히 발생하는 일일 것이다.
결혼과 동시에 이런 남녀 힘의 역학관계는 밀당에서 좀더 구체적인 권력의 관계로 탈바꿈 한다.
빨래는 누가 하는데.. 아이들은 내가 돌보는데.. 돈은 누가 벌어다 주는데...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왜냐하면 이제 더이상 밀당의 역학이 작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신 평생을 함께 살아갈 사람이니.. 나에게 맞게 길들이는 작업을 해놓아야 평생이 편안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권력의 관계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또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서로는 뇌 호르몬이 흠뻑 분비되던 예전처럼 나를 위해 희생하고, 그 희생을 기쁨으로 여긴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데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이상 호르몬은 나오지 않는데도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다. 저 사람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 결혼하더니 달라졌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내 아내처럼 속았다!라는 표현도 거침없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부부의 관계는 이 영화처럼 서서히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보통의 부부들은 세월이 주는 권태로움에 넌덜이를 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아닌 전설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 이름도 빛나는 장성기(원래는 다른 이름이엇는데 류승룡이 장성기라는 이름을 고집하여 정해졌다)!
이 인물은 전설의 카사노바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드라마 속에서 보는 여자를 등쳐 먹는 그러한 뻔한 인물이 아니라.. 팬트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부자에다.. 다재다능하고(아프리카어 프랑스어, 중국어, 영어 등등의 유창한 언어술, 그의 집에서 보여지는 사진속에서 알수 있듯 엄청난 취미들..) 여자들이 줄줄 따라다니는 그야말로 카사노바...
그야말로 뭐하나 빼놓을 수 없는 그런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장성기가 아닐까한다. 좀 엉성하긴 하지만... 대단한 매력을 지닌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연애 초반의 노력은 장성기를 따르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계속 장성기처럼 아내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이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극장에서 내가 아내에게 "여자들은 저런 장성기와 같은 인물에게 정인처럼 결국은 넘어가게 되어 있다."라고 말을 하자 아내는 내 말에 크게 공감하면서 조용히 이 말을 박아넣었다.
"음,,, 맞아! 여자는 자고로 감성을 자극해야 하고 남자는 거기를 자극해야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내의 말을 크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남녀가 연애감정에서 느까는 감각의 차이는 분명이 크게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여자는 청각, 남자는 시각에 좀더 민감하게 반응하듯이, 엄연히 다른 코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내에게 멋진 이 말을 듣고나서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응수를 했다.
"이 표현 멋진데... 내가 꼭 써야 겠다! 괜찮지?"
그래서 여기서 바로 이 표현을 써먹는 것이다.
그런데.. 신혼이나 연애초기에 남성들이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이 수월하다. 하지만.. 호르몬이 떨어진 시기에 남자들은 여자들의 감성을 이전처럼 체워주기가 어려운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몇몇의 아주 특별하고 희귀한 남성들을 제외하고는... 가끔 영화 이나 드라마에나 존재하던 이런 녀석들이 실제 아주 드물게 존재하고 있다는데 뭇 남성들이 욕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먼저 알아야 할것이 그 1%정도의 소수인원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
각설하고,
이 캐릭터 장성기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면 뻔하지만... 한 여자를 내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가히 높히 살만하다는 점이다. 최선을 다해.. 정성을 다해 그녀들을 위하고.. 이에 녹아버린 그녀들은 울고 불고 장성기에게 매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여자와도 사랑에 빠질 수없는 인물, 어릴적 뽀삐를 바다에서 잃고
늘 누군가가 떠나갈 것이라는 심리적 불안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그리하여 사랑 또한 깊이를 갖지 못한다. 버림 받기 전에 그가 먼저 여자들을 버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공허함이 밀려와 온갖 여자들을 찾아 다니는 심리적 상처를 지닌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이 장성기라는 캐릭터는 자칫 진부하게 흐를 수 있는 이 영화을 살려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주 치밀한듯 하면서도 허술하고, 허술한 듯하면서도 치밀한 허허실실의 캐릭터이고 좀 만화스러우면서도 과장된 캐릭터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기때문에 이 캐릭터가 가지게 되는 어쩔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있는 것이다.
최근 작 "최종병기 활"과 이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의 류승룡은 그 캐릭터를 최대한 잘 살리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보여 연기하는 캐릭터는 평소 그가 맡은 강렬한 눈빛의 역할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면서 또다른 류승룡의 매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영화는 결혼한 남녀의 갈등을 장성기라는 인물을 투입과 아내 정인이 남편 두현과의 소통에는 실패했지만.. 라디오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에 성공함으로써 스스로가 가진 힘을 느끼면서 일어나는 부부 사이에서 힘의 변화를 통해 볼 수 있다.
주인공 두현은 이 변화 가운데 마침내 아내에게 소통을 하려한다.
힘의 균형이 맞추어 지고.. 남편 두현은 아내의 깊은 존재를 확인하고 아내에게도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두현은 점점 아내를 닮아 간다. 아내처럼 소리를 지르고 불공정한 것은 바로바로 이야기를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아내 정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회활동과 카사노바 성기를 통해 평소 자신의 행동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면서 서서히 남편을 이해하게 되고 영화는 나름 진부한 방식이지만... 해피앤딩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코믹적이고 과장된 요소와 진지한 부부의 문제를 동시에 담고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것을 진지하지만... 결코 진부하지는 않토록 만드는 힘이 있다.
코믹적인 요소만 있다던지.. 혹은 진지한 면만 담아냈더라면 아마... 흥행에서는 참패를 맞이하였을 지도 모른다. 영화 전체을 흐르고 있는 남녀의 심리와 부부관계에 대한 코믹스럽지만 때로는 예리한 묘사가 있었기에 영화가 더욱 빛나는 것이다.
이 영화 "내 아내..."는 재미있다.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남녀에 대한 뭔가 여운을 주는 재미가 있다.
이 영화를 두고 작품성을 논한다는 점은 웃긴 일이 될 것이다.
재미를 위해 만들어 진 영화이고
그러면서도 그 재미 속에 현재 부부라던지, 연인관계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점이 관객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연인 사이나... 부부사이가 아닌 사람들이 함께 혹은 홀로 보아도
과연 재미가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에는 나는 회의가 든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연인관계나 부부관계에 있는 사람이 함께 봐야만 재미가 있지 않을까?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반성도 하면서, 웃기도 하면서, 공감을 하면서..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각자의 느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뭐 어떠하랴... 보통 극장이란 곳에 출입을 하는 사람들이 남녀 짝을 지어 오지 않던가?
이 영화는 이런 연인들과 부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가도를 달릴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