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화섭렵기
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까?
어린 시절부터 텔레비젼이 내뿜는 매혹의 광선에 빠져 지냈던 나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주말 밤이면 주말의 영화, 토요명화, 명화극장이 세상에 온통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말 밤 시간의 이야기이고... 이 밤의 시간은 아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아니었기에,
그 당시 보통의 내 또래 국민학생들은 김동완 기상통보관의 일기예보가 끝나면 9시 50분 경.. 텔레비젼에서는 늘 자막과 함께 이런 말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어린이 여러분,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그러면 마치 이 말이 수면제라도 되는 것처럼 솔솔 잠에 빠져들곤 했었다.
사실 국민학교 시절은 밤은, 우리들의 세상이 아니었고... 밤 시간대의 TV 프로그램 또한 우리가 감히 범접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내 또래들은, 주로 평일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혹은 일요일 아침 8시부터 9시까지..의 어린이 만화를 하던 시간을 선호했다.
그러니까 내가 7살 무렵부터 시작해서 국민학교를 거쳐 갓 중학생이 되어서 까지는 이 허락된 시간에는
TV 만화 시리즈에 송두리째 빠져 있었던 것이다.
TV 만화를 보던 시절에 대한 '나의 TV만화 섭렵기'에 대해서는 이글 다음편에 나올 것이기에 여기서 줄이고...
이번에는 나의 외화섭렵기를 장광설 늘어놓으려고 한다.
우리세대는 분명 공감대가 형성이 될터이니 눈동자를 찬찬히 굴리며 이 글을 읽어 보시라..
먼저 나의 첫 외화시리즈는 "초원의 집"이 아닐까 하는데.. 이건 영 내 기호에 맞지 않는 작품이라
그냥 패스~~
그리고 '6백만불의 사나이',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헐크)'는 시간이 흐른 후에 재방영할때 다시 보긴 했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 때라... 생략하고...
그래도 외화에 대한 눈을 뜨게 한 최초의 작품이라고 하면 바로 "V"되겠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어느 날~ 동네 친구 심성보라는 녀석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너희들 어제 밤 10시에 그거 봤어?"라는 말과 함께 운을 떼었고... 나는 당시 교내에서 소문만 무성하게 돌았던 처녀귀신이 나타난 걸 목격이라도 했나 싶어 귀를 쫑긋세우고 녀석이 하는 말에 "그래서?" 라는 표정을 날렸다.
"느그.. 어제 10시에 7번(KBS2)에서 하는 '브이' 봤나?"
귀신이야기라도 할 줄 알았더니 자다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브이라니? 도데체 그게 뭔데?
심성보의 이야기에 우리반의 몇몇 아이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응 나도 봤다, 우와! 다이애나가 쥐잡아 먹는거, 진짜 무섭더라.., 입술은 얼마나 무섭게 빨갛던지... 어휴"
"다이애나 그 여자가 쥐를 진짜로 먹었다카데?"
"그래! 우와! 정말 독한 여자다.. 생긴 것도 정말 못땠게 생겼던데.. 우리엄마도 쥐먹을 때는 무서워서 안보더라!"
한동안 반친구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을 지켜보며 비로소 그네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게됐다.
그보다 나는 금기시되어있는 시간대에 녀석들이 잠을 자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텔레비젼을 볼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먹었다.
"아! 이 녀석들은 평일 밤 10시에도 텔레비젼을 볼 수 있구나! 그런데... 다음 날 학교는 우째 갈라고 밤 10시에 텔레비젼을 본다 말이고..."
내가 약간의 문화적 충격을 받고 있는데 심성보가 내게 말했다.
"창욱아, 니도 꼭 봐라.. 진짜 재밌다!"
나는 아이들이 밤이 늦도록 텔레비전을 보았다는 사실과 녀석들이 잔뜩 들떠있는 표정과 심성보의 이 말에 갑자기 "브이"가 내 가슴팍에 박혔버렸다. 순간 로버트 태권브이라도 된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브이'를 볼수 있었던 건.. 밤 10시의 본방 시간이 아니라 토요일과 일요일 브이의 인기에 힘입어
재방을 할 때였다.
5부작 브이... 와우!! 공상과학도서나 만화잡지에서만 상상하던 외계인 지구침공이 눈앞에서 전개되는 순간이었다.
브이 주말 재방송은 남녀노소할 것없이 전국을 브이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렸다. 한동안 아이들 사이에서 파충류니 외계인이니.. 다이애나니 도너번이니 하는 말들이 떠돌아다녔다.
그후 브이의 새로운 시리즈는 인기에 힘입어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되어 가족들의 주말 저녁을 책임졌다.
물론 새롭게 시작한 시리즈는 대박 났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다음 나를 외화의 세계로 인도한 녀석은 '키트'
이름하여 전격z 작전이었다. 이제부터 외화시리즈의 전성시대!
전격z작전과 출동! 에어울프와 맥가이버로 이어지던... 외화의 전성시대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먼저 전격Z작전,
아! 데이빗 핫셀호프의 이 늠늠한 보습을 보라!
아직도 이 음악을 들으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키트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자동차 운전하며 들으면 어딘가로 질주하고 싶은 충동이 하얗게 이는 것이다.
맛배기 음악을 들어보라.... 분명 그 시절을 함께 살았던 남성이라면 가슴이 콩콩 뛰는 느낌이 들것이다.
어떤가? 다시 들어도 멋지지 않은가? 주제음악이 주는 드라마의 영향력은 정말 크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주제음악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에어울프 아니던가?
이 에어울프는 처음에는 수요일 밤10시 정도에 하던 것이었는데... 인기를 끌면서
주말 시간대로 편성이 되었다. 우우~~~~ 하는 소리와 함께 언덕에서 치솓아 오르는 에어울프의 시작화면... 어찌 잊을 수가 있으랴..
에어울프의 멋진 모습과 호크와 도미니크(어네스트 보그나인-- 얼마전에 별세했다)
자 그렇다면 추억의 음악을 감상해보자!
그리고 어찌 잊으랴! 할말 많은 맥가이버!
이 맥가이버에 대해서는 좀 할말이 많다. 전성기 삼총사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작품으로, 여기에는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우연히 MBC 방송을 보는 중 맥가이버 예고편에 눈길이 걸렸다.
맨손의 마법사 "맥가이버"?
처음에는 나는
저건 뭐야! 정말 재미없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근데 색다른 호기심이 발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근데.. 뭐지? 이번엔 비행기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닌 것이
맨손의 마법사라... 무슨 마술사가 우연히 겪게되는 모험이야기인가? 특별한 장치도 안나오는데...
그리고 수요일 밤 10시 50분이 되었다. 나는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들키면 아마 엄마의 무서운 잔소리를 피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부엉이처럼 감은 눈을 번쩍 뜨고, 거북이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일어나 작은 방을 향해 고양이처럼 가볍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작은 방에 놓여 있던 흑백 14인지 삼성 TV를 향해 까치발로 다가가 먼저 꺼진 텔레비젼의 볼륨을 최대한 낮추었다.(전원을 넣었을 때 텔레비전이 켜지며... 갑자기 소리가 커지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전원버튼을 숨을 죽여가며 돌렸다. 로타리식 채널이라 채널변경 레버를 잡은 손에 극도로 힘을 줘서 돌아가는 소리가 탁탁탁나지 않게 했다.
이어서 맨손에 마법사 맥가이버를 시청하시겠습니다. 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자연배경화면이 사라지자 마자 맥가이버는 시작을 하였다.
엥! 그런데 이게 뭔가... 음악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보통은 멋진 음악으로 시작을 하는데.. 음악이 나오지 않고 바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건 뭐지...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주인공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시작과 함께 성우 배한성씨가 말을 무지하게 많이 하고는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그런데 문제는 그것은 주인공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적어도 대사는 아니었다.
이건 뭔가? 주인공이 벙어리인가?
한번도 주인공이 벙어리인 캐릭터는 본적이 없는데...
내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맥가이버는 속엣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그런데..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 총이나 무기나 무술을 전혀 쓰지 않고 뭔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지도였다) 탈취하여 결국은 그 지도를 타고 사막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며 추격자들을 완전히 따돌린 것이다.
나는 속으로 "요것봐라! 재미있는데.."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주 기가막힌 음악이 흘러나왔다.
빠라빠바 빠빠빠~
아래의 음악이~~ 맥가이버는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저쳤다.
좌우지간 그 음악을 다시 한번 들어보자...
분명 예전의 추억에 심장이 쿵쿵 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트로 음악과 화면이 끝나고 바로 광고가 이어졌다...
어! 벌써 끝난 건가?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건가?
하지만 아쉬움은 잠깐 ... 바로 광고 우상단에 "맥가이버"라고 찍혀 있었다...
오호라... 이 맥가이버란 놈은 보통 외화시리즈와는 다르게 인트로부분에 에피소드가 있구나!
광고가 끝나고 맥가이버 1회가 시작되고 나는 홀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미. 치. 도. 록.
미친듯한 1회가 휘몰아치고...
나는 그 순간부터 맥가이버의 사도가 되기를 작정했다. 맨손의 마법사...
총이나 기타 무기를 쓰지 않고,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과학을 통해 임무를 완수하는 요원!!
나는 시작과 동시에 완전히 그에게 미쳐버렸다.
완전 흥분한 상태에서 첫회 시청을 마쳤고... 맥가이버 생각에 좀 처럼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다음 주, 수요일 밤이 어서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주 수요일이 왔을 때 사건이 터졌다.
하필 그날 밤, 어두운 골몰길에서 칼을 들고 기다리는 강도처럼 그 어떤 흉물스럽고 갑작스럽고 놀라운 무엇인가가 나의 목덜미를 잡아챌지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나는 부모님이 어서 빨리 잠자리에 들기만을 도둑처럼 숨죽여 기다렸다. 특히, 엄마는 신경이 예민하여 내가 밤에 텔레비젼 소리나 텔레비젼 빛이 조금이라도 새어나간다면 그날로 맥가이버 시청은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방에서 불을 끄고 이불위에 누워 각별히 조심스런 마음으로 깊어오는 밤을, 시계바늘이 짹깍짹깍 거리며 11시로 천천히 움직이는 걸 듣고 있었다.
그리고 10시 40분이 되었을때 나는 귀신처럼 눈을 뜨고 자리에서 스르르 일어났다. 그리고 온 근육에 힘을 꽉주고 텔레비전을 향해 전진을 하고서는 텔레비전을 전원스위치를 돌리면 들리는 딱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볼륨은 최대한 줄이고 나의 종교 맥가이버님이 등장하기를 숨죽이며 기다렸다.
"이어서 맨손에 마법사 맥가이버를 시청하시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녹음된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운 적이 있었던가?
예의 광고가 끝나고 맥가이버는 혼자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렸을 때에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데모화면이 그렇게 끝나자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주제음악이 흐르고, 그것이 끝나자 다시 광고가 시자되었다. 이제 조용히 아주 조용히 맥가이버가 다시 등장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엄마도, 아버지도, 내 옆에 잠들어 있는 동생녀석도, 아무도 모르게 나만 짜릿한 맛을 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아뿔사 이게 왠일인가? 11시가 되자 갑자기... 천지를 울리는 싸이렌소리가 들리더니 맥가이버의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랬거나 말았거나 화면은 열심히 우리의 주인공 맥가이버와 쏜튼국장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래 조금만 참자... 싸이렌은 곧 멈출 것이다..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예상대로 싸이렌은 얼마지나지 않아 그쳤다. 하지만 창밖에서는 싸이렌의 뒤를 이어 요란하게 호르라기 소리가 삑삑 울려대어 내 신경을 긁어대고 있었다.
그랬거나 말았거나 나는 온 신경을 두 귀와 두 눈에 집중해서, 아니 모든 감각을 맥가이버에 쏟아 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호르라기 소리가 더 커지더니 창밖에서 크고 굵고 화가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501호 불꺼라!! 501호 불꺼라!!"
아뿔싸! 야간 민방훈련... 등화관제가 필수!!
나는 팝콘처럼 튀어올라 창문 커튼을 잽싸게 쳐버렸다.
휴! 한숨을 돌리고 다시 맥가이버님에게 온정신을 집중했다.
그런데... 또다시 들려오는, 남의 사정은 도통 모르고, 제 멋데로, 제 기분데로, 힘차게 씩씩하게 들리는,
어딘지 그 목소리에는 민방위 훈련 30분정도 되는 시간을 지배하는 권력자라도 되는 듯한 그런 비웃음과 권위가 실려있었다. 그 소리는 좀전보다 더 또렷했고 컸다.
"501호, 불꺼라!!"
아! 그때의 절망감과 상실감이란...
나는 하는 수없이 텔레비전을 꺼야 했다.
텔레비전 스위치를 힘없이 돌리자 마자...
내 방문이 버럭 열리더니... 무슨 공포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그런 장면이 펼쳐졌다.
엄마가 등쪽에서 쏟아져나오는 빛을 받으며, 아주 신경질적인 얼굴로, 마치 좀비처럼 방문 앞에 떡하고 서있고, 나는 완전히 얼어버린 얼빠진 주인공처럼 겁에 질린 얼굴로 엄마를 앙각으로 올려다보는 장면이 펼쳐졌다. 이윽고 좀비가 내뿜는 괴성...
"니 지금 머하고 있노! 정신이 있나 없나!! 지금이 몇시고.. 으이... 내가 동네 챙피해서.... 빨리 자빠져 자라이!!"
마지막 자빠져 자라이! 말과 함께 엄마는 내 화면에서 사라졌지만..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거역했다가는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지가 충분히 상상이 되는, 그런 굉장한 힘이 실려있었다.
엄마가 사라지자 마자 나는 바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그놈의 야경꾼을 끝끝내 원망을 했다.. 도대체 빛이 새어나갔다면 얼마나 새어나갔다고.. 그리고 뭐... 전쟁이 진짜로 나는 것도 아닌데... 커튼을 쳤으면 봐줄 수 있는 거잖아!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얄밉고 나쁜 놈!
이렇게 마음 속에서 야경꾼에 대해 온갖 욕설을 하는 사이에도 맥가이버는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더 미치게 안타깝게 만들었다.
아이씨!
아이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 말밖에 없었다..
이윽고.. 30분정도가 흐르자 다시 싸이렌이 울렸고...
피를 말리던 민방위 야간 훈련은 허망하게 끝이 났다...
시간은 이미 11시 30분을 넘기고 있었고... 나는 분노와 안타까움에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잠시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엄마도 잠을 잘꺼야.. 내가 텔레비를 다시 틀어도 모를꺼야...
내 마음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나타나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냥 틀어! 분명히 모른다고..."
"너 그러다가 정말 엄마한테 맞아 죽는 일 생긴다... 조용히 그냥 자라.."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당시 나는 죽어도 좋았다... 맥가이버님을 볼수만 있다면...
그래서 죽을 각오를 하고 텔레비전을 켰고...
나머지 부분을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맥가이버의 내용보다는 들키냐 마느냐의 전혀 엉뚱한 스릴을 철저히 느끼며,
잊을 수 없는, 짜릿한 30분을 만끽했다...
물론 그때 죽지않고 지금 살아있는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만약 그때 텔레비젼을 다시 켜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하며 살지도 모를 일이라고...
그렇게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내고
다음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내 방에는 더 끔찍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지난 밤일로 화가난 엄마가 텔레비젼 플러그를 빼버린 것이다. 그리고 플러그를 어딘가로 감추어버린 것이다.
(지금이야 전선과 플러그가 일체형으로 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플러그에 있는 나사를 풀어 전선을 연결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아! 이럴수가! 이제 더는 맥가이버를 만날 수 없단 말인가...'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도무지 방법은 없단 말인가? 아직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있지만.. 마침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나는 바로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어떻게 해서든 맥가이버를 봐야만 했다.
'필요는 발명에 어머니' 라고 했던가!
나는 처음엔 피혁이 벗겨진 전선을 그대로 콘센트에 꼽아보았다가.. 질겁을 했다...
콘센트에서 불꽃이 번쩍하고 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차선의 방법은?
그래 숨겨둔 플러그의 위치를 파악해두고 수요일 밤이 되면 몰래 플러그를 연결해서 보면 되는 것이다.
집안 구석구석을 십여분 뒤진 끝에 결국 나는 발견했다. 서랍장 한구석 철제 보관함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플러그를 발견한 것이다. 반갑고도 조심스러웠다. 플러그야, 기다려라. 수요일에 다시 찾아와 구출을 해주마!
그랬다..
필요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의 어머니었다.
그리고 이후 나의 수요일은, 나의 수요일은....
즐거웠더랬다. 즐거웠더랬다.
그것도 아주!~ 짜릿하게...
후기: 맥가이버에 미쳐있던 나는 맥가이버가 들고 다니던 일명 맥가이버칼을 고등학생일때 친구와 오동동 한 등산코너에서 거금 2만 5천원인가를 주고 빅토리 녹스(스위스 아미 나이프, 보통 빨간색으로 방패에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주머니칼, 이칼은 911사태가 나기전까지 해외공항에도 들고 다닐수 있었다) 등산칼을 구입하게 된다. 칼날이 날카로워서 정말 잘들었는데..
그것을 10년이상 소중하게 간진하다가 어느 추석 벌초를 하러갔을 때 잃어버려...다음날 바로 똑같은 모델로 하나더 구입을 했고, 유럽 배낭여행을 하던 도중에 스위스 알프스 산 근처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빅토리 녹스(맥가이버칼) 검정색을 구입하게 된다.
또 중학교 때는 맥가이버의 주연배우 리차드 딘 앤더슨의 사진을 코팅해 책받침으로 사용했더랬다.
여러 모로 맥가이버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 외화시리즈였다.
2부 예고
게리슨 유격대, A특공대, 제5열(미션 임파서블), 레밍턴 스틸, 블루문 특급, 몽크,
그리고 나의 영원한 걸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