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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블루 재스민

 

블루 재스민 Blue Jasmine , 2013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케이트 블란쳇, 알렉 볼드윈, 샐리 호킨스, 바비 카나베일

 

우디 앨런의 영화는 우디앨런, 그 만의 영화이다.

대부분의 그의 영화는 아주 일상적이면서 잔잔하면서도.. 코믹스러운, 그러나 심각하기도 한 가벼운듯 가볍지 않은 영화이다.

신변잡기적인 수다스러운 대사가 많고, 그 재잘거리는 대사를 통해 영화를 이끌고 나간다.  

이 감독의 주인공들이 내뱉는 대사를 졸졸 따라 가다 보면 나중에는 소소한 재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영화 블루재스민을 보고 나면 제목이 지니는 불루의 의미가 주인공 재스민의 우울한 상태를 일컷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울한 재스민의 이야기인 것이다. 근데... 보통의 영화들처럼 복잡하고 어렵지않다.

그저 졸졸 대사와 상황에 맞추어 따라가면 충분히 즐길수 있는 영화다.

 블루 재스민, 그녀의 우울은 허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녀는 백마탄 주인공이 나타나 그녀를 데려 가는 신분상승의 꿈을 꾸었고, 또 그녀가 원하는 그런 삶을 초고속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 화려한 삶을 쭈욱 살아내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이름조차 자넷에서 우아한 이름 자스민으로 바꾸었고.. 그런 삶을 만족해하며 속물이 아닌척 고상한 삶을 누렸다.  그런데 단 한순간에(사실 한순간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어 있었고, 그녀는 애써 그런 불안을 모르는 채 했다) 그녀의 모든 것(허영으로 이룬 모든 것들)이 송두리 채 사라져버렸다.

여러 여자와 바람을 그녀의 남편과 그녀의 남편의 세금탈루로 인한 재산 압류, 그리고 남편의 자살... 아들과의 단절..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평소 저급하다고 은연중에 무시하던 이복동생에게로 돌아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가 처한 현실을 도무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재스민... 

 

그녀는 도저히 미치지 않고서는 안되는 상황을 맞이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정신나간 사람들이 그러하듯 중얼중얼 혼잣말을 한다. 비행기내에서, 길거리에서... 그러나 그녀의 허영에 대한 애착은 아주 강하다. 최악의 상황을 맞이 했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그녀를 전혀 모르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누추한 곳으로 어쩔수 없이, 스스로 찾아들어가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화려한 원상복귀를 노리는 그녀의 집착은 강하다.

그녀가 현실을 인정한다면 씀씀이를 줄이고 직업을 구하고, 적당히 새로운 남자를 만나 다시 시작하면 되겠지만.. 도무지 재스민의 눈높이는 내려올줄을 모른다.    

 

우디앨런 감독이 주인공의 내면 깊숙한 세계까지 파고 들었다면 미친 여자의 아주 심각하고 심란한 영화가 되었겠지만... 감독은 그녀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자스민의 순간순간 과거회상을 통해 친절하게 보여준다.

그 결과 심란하고 답답한 영화적 환경에서 살짝 벋어나 어쩌면 경쾌하고 발랄하기까지도 한 영화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감독은 이 나락에서도 그녀만의 방식으로 신분상승을 위해 다시 삶을 초고속 엘레베이터에 탑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에게 있어 신분상승이란 결국 그녀에게 맞는 잘난 남자를 다시 만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락으로 떨어진 그녀는 스스로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우니까.... 그녀는 계단, 혹은 엘레베이터, 혹은 초고속 엘레베이터의 세가지 신분상승의 선택에서..

도무지 눈에 차지 않는 계단과 엘레베이터에 해당하는 남자는 과감하게 버리고서 또다시 예전의 방식처럼 재빨리 초고속 엘레베이터에 오르게 된다. 그녀는 이 세가지를 구별할줄 아는 안목이 있으니까...

하지만 과연....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 한가지는 바로... 

주인공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력이다.

아주 뛰어나다.  

때로는 정신나간 연기를 때로는 허영에 들뜬 모습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아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이번 블루재스민으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하나는 받아야만 하지 않을까... (후보에는 올라있던데... 못받으면 개인적으로 내가 섭섭할 듯)  

 

 

우리앨런 감독은 최근 내가 보았던 작품 - 메치포인트' '미드나잇 파리'와 '러브 위드 로마'를 거쳐 '블루 재스민'까지-을 보면 노장의 노련미 보다는 오히려 젊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뭔가 신선하고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적절한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이게 그의 내공인가?  1935년 생인 우디앨런 우리 나이로 80세이다.

크린트 이스트 우드 감독이 85세이니

이분들의 내공은 시간이 가면서 더욱 깊어 지는가?

 

이 영화에서 우디 알렌 감독은 깊히 파고들면 심각한 상태일 수 있지만... 어저면 우리의 삶은(우울증환자가 아니라면)... 전체를 보면 우울이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듯하다.

아무리 암울한 주인공도 살아간다... 어떻게 해든... 살아간다.

삶이란 어쩌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

 

영화의 마지막은 극적 재미가 있고 또한 인상적이다.

관객들에게는 그녀가 미쳐버릴 수 밖에 없는 그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며...

마지막 장면..   

첫장면과 마찬가지로 듣지 않는 화자에게 혼자말을 하고 있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벤치에서 처음처럼 남편과 만난 시점에 음악 블루문이 흐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낯선이에게 이야기를 하자

미친사람이구나 하고 자리를 떠나는 사람....

그리고 쓸쓸히 빈 벤치에서 혼자 떠들고 있는 블루 재스민...

 

이것이 참으로 우디앨런스럽다? 라고 해야할 것 같다.  

어쩌면 궁지에 몰린 그녀가 자살을 선택하거나, 아주 극단적으로 미쳐버리거나 하지 않고...

반쯤 미친 상태에서 체념처럼 혼자말을 내뱉는 재스민에게서 우리는 연민과 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어떻게해서든 이 답답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 현실을 탈출해야만 하는 그녀, 

재스민.. 그녀는 자넷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멀리 와 버린 것이다.  

 

한때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그녀가 전부라고 믿었던... 허영으로 둘러싼 세계가 사라지자...

드러난 그녀의 아름다움은 헛것이 되고...   

 

어쩌면 많은 우리들은 각자의 허영에 사로 잡혀 살아가고.. 허영의 커튼이 거두어지면...

한송이 허망한 블루 재스민이 되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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