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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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 처음에는 칭커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던 내가 어느새 그 맛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중국 요리와 술은 말할 것도 없고 건배를 청하는 일까지도 좋아하게 됐다. 요령은 간단하다. 그냥 믿어 버리는 거다. 지금은 호시절이고 모두 영웅호걸 절세가인이며 우리는 꽃보다도 아름답게 만나게 됐다. 의심하지 말자. 남는 건 그걸 얼마나 더 세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뿐이다. 그리하여 나 같은 눌변도 장장 5분에 걸쳐 그날의 만남이 얼마나 역사적인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 떠들게 됐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얘기.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렇게 말하고 나면 진짜 그렇게 믿어 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먼저 입과 귀로 취한다. 그다음에는 마음이 취하게 된다. 중국 속담에 "술에 취한게 아니라 사람에 취했다"라는 게 있는데 그 뜻 그대로다. 평범한 술자리도 그렇게 해서 대단한 자리로 바뀌게 된다. 말이 모 든 것을 바꾼다. 어쩌면 우리는 이 삶에 '칭커'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말해야만 할 때가 올 것이다. 요령은 간단하다. 지금은 호시절이고 모두 영웅호걸 절세가인이며 우리는 꽃보다 아름답게 만나게 됐다. 의심하지 말자.
* 请客 칭커 : 중국인의 풍습으로 손님을 초대하여 부담스러울 정도로 거하게 대접을 하고 우정에 대해 좋은 말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간혹 중국 무협 영화에서 식사를 하며 연설비슷하게 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김연수 작가는 처음에 정말 어색하고 생뚱맞기까지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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