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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언제나 그랬듯이

2022년의 끝자락이 고요하게 지나가고 있다. 

고요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 고요함 속에는 약간의 우울감이 섞여 있어서 기분은 조금 가라앉은 상태다.

그렇다고 감정이 불안하거나 다운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주 전부터 일상의 리듬을 깨트리고서, 조금 게으른 상태가 되어 몸과 마음을 방치하고 있다.

매일 저녁 해오던 운동과 독서, 영어회화를 저만치 물려두고 있고, 주말마다 찾던 도서관도 가지 않는다. 

평일 저녁과 주말이 되면 그저 거실에 누워서 넷플릭스와 TV 드라마와 예능프로에 시선을 멍하니 고정시키며 빈둥거릴 뿐이다.  

뭐, 그렇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걸 안다. 전에도 더러 이런 경우가 있었고, 그때마다 다시 일상을 회복해 왔던 터다. 

 

12월 초에 아내와 저녁 산책을 하면서 겨울이 춥지 않고 봄처럼 따듯하다며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한파가 들이닥치더니 전국이 영하권으로 접어들었고, 전라와 제주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얼마 전만 해도 겨울이 이상하게 따듯해서 그게 걱정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매섭게 찬바람을 일으키며 지금 이 계절은 바로 '겨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아! 때가 되면 겨울은 오고, 봄 또한 오는 것이구나. 애써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구나.

흘러가는 대로 놔두거나, 그저 조용히 주변을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것이구나.

그러면 다시 저 너머에선 봄이 오고, 꽃은 피고, 새가 울겠구나.

어긋나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구나.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다가 어느 순간 어른이 되고, 그렇게 우리는 늙어가다가 어느새 사라지고 하는 것이구나.

꽃이 피고 지듯, 계절이 돌고 돌듯  

언제나 그랬듯이.

 

 

*이 글에는 역시 같은 제목의 윤상의 '언제나 그랬듯이'가 어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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