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한풀꺽인, 2004년 8월 26일 오후 3시 38분,
수술실로 들어간지 30분여 만에 제왕절개로
그녀가 세상으로 나왔을때 아빠는 간난아이의 얼굴에게 빛을 보았다고 했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아이를 보고 여느 간난쟁이처럼 피부가 쪼글쪼글 하지 않고,
얼굴이 하얀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더군다나 코도 입도 또렷하다 했다.. 심지어는 아직 눈도 뜨지 못했는데 눈매가 좋다고 아들에게
싱글싱글 거리며 말했다.
아빠는 경이로움인지.. 아니면 신기함인지... 그도 아니면 감동을 먹었는지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담겨서 옮겨지는 아이의 뒤를 졸졸 쫒아가며
엘레베이터의 문이 닫기는 걸 아쉬워 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아빠는 다시 대기실에서 앉아 기다려야 했다.
아이의 엄마 수술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30분정도 걸린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마음을 다소 놓았다.
대기실은 초조할 따름이었다.. 산모의 가족들이 듬성듬성 모여 앉아 이제나 저제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흘러 30분이 지나가고 40분이 지나가고 50분이 지나가고...
아빠는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나... 했다.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고, 친구나 친지들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기쁜 소식을 알리면서 초조함을 달랬다..
1시간이 넘게 지나가자 대기실에는 아이의 아빠와 아이의 할머니만 남겨졌고..
간혹 수술실로 간호사들만 들낙거렸다..
참다 못한 아이의 아빠는 수술실로 들어가는 스테인레스로 된 커다란 문 앞에 달린 인터폰으로
담당간호사를 호출했다.
"OOO씨 수술, 아직 안 끝났나요?"
한참 만에 수화기를 든 간호사는 아빠의 조심스런 이 물음에
"아직 수술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말을 심드렁 하게 내뱉었다."
혹시 잘못된 건 아닌가? 아니야 그다지 큰 수술도 아닌데 뭘.. 괜한 걱정 말고 기다리자.. 괜찮을 거야.."
그리고 10분쯤 지났을까, 육중한 스텐레스 문이 열리며 녹색 수술복에 마스크를 쓴 간호사가
"OOO씨 보호자 맞으세요" 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의 아빠는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나...
그래도 아이의 아빠는 애써 태연하게, 침착하게..
"예, 전데요?"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얼굴엔 긴장이 역력을 것이다.
간호사는
"산모가 수술은 마무리가 잘 됐는데 마무리 과정에서 피가 멈추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제 거의 마무리가 다 되어 가니까, 걱정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된다고 담당과장님께서 당부 말
씀하셨습니다."
그제야 아빠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고
그로부터 20분쯤 뒤에 눈물을 찔찔 흘리며
"오빠! 하고 힘없이 말하는 그의 아내의 손을 꼭 잡고는
"괜찮아?" 하고
울먹이며 아내를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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