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여러 모로 한석규가 주연했던 8월에 크리스마스를 닮아 있는
영화이다.. 몇가지 공통점을 추출하자면..
먼저 둘다 사랑이야기라는 점..
둘째, 절제하며 관찰자적 성격을 띤 카메라 워크
세째, 조용한 대사처리...
네째, 공간의 제약성
8월의 크리스마스가 사진관이라는 좁은 공간이었다면...
사랑할 때는... 약국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발단이 이루어지고,,,
다섯째, 8월의 크리스마스서 처럼 이한위의 감칠 맛나는 조연연기..
여섯째, 여운을 길게 남기는 결말..
이중, 특히 화면의 분위기와 카메라 이동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그것과 흡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혜란(김지수 분)은 동대문에서 가짜 명품 옷을 베껴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감각은 있는 디자
이너라 손님들의 발길이 잣다. 그녀는 가족의 장녀인데아버지가 빚만 남겨놓고 돌아가셨다..
더군다나 상속포기 기간을 놓쳐 고스란히 아버지의 빚은 혜란이 떠안게 된다.
한마디로 피곤한 인생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공격적이다.
심지어 삶의 무게에 눌려 연애 조차 할 여유가 없다.
인구(한석규 분)는 동네에 자리 잡은 약국의 약사!!
그에게도 삶을 누르는 바위돌은 있었으니 바로 정신병을 가진 형(이한위)이다.
심지어 사랑하는 여자와 이런 형이 있다는 이유로 상대 집안의 반대에 부딪쳐 결혼을 포기한다..
이런 두 찹찹한 인생이 늦은 밤, 한석규의 약국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혜란은 처방전으로만 살수 있는 수면제를 요구하고 한석규는 처방전이 없어 안되겠다며...
대신 캔맥주를 내민다...
피곤한 인생이 피곤한 인생을 단박에 알아 본 것이다...
피차일반... 둘은 의미없는.. 가벼운..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며칠후 둘은 또다른 계기로 제법 진진한 만남을 시작하는데...
하지만 둘의 영역은 서로가 이해 하는 공간이면서도 침범 당하기를 원치 않는다..
특히 혜란은.. 인구에게 자격지심, 혹은 자존심의 이빨을 심하게 들어낸다.
우리 이제 그만하죠... 하며 자신을 속이는 말을 던지는 혜란...
영화는 인구의 어머니의 죽음으로 또다른 전기를 맞게 되고...
영화의 종결부는 다분히 인상적이다... 우리에게 잔잔한, 정말 잔잔한 기쁨을 선사한다.
인구는 형과 함께 히말라야를 오르고
혜란에게 활짝웃는 모습을 담은 사진 한장과 편지를 보내 온다..
그리고 혜란은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웃음을 지으며 끝이 난다.
아무 생각없이 편안한 영화를 감상 사실 분이라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