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전도연, 송강호 주연
오늘 아침, 전도연이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토요일, 홀로 밀양을 보며 어쩌면 이 영화가 칸에서 감독상이나 작품상 정도.. 받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영화를 보면서 꼭 이 영화 밀양이 칸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칸에서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받은 영화들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전의 칸 수상작에 비해 그닥 어렵지는 않다..
영화 밀양은 '용서에 관한 고찰'이라고 말해도 될 듯하고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음에 대한 절대적 신의 섬김과 자신 조차도 모르는 인간의 마음' 에 관한 깊이있
는 실험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극중 전도연을 보면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새출발을 위해 내려 왔지만....
결국 아이까지 유괴를 당해 죽음을 맞이하는 극단적인 운명의 여인이다.
그는 절망의 끝에서 이전까지 부정으로 대했던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마음의 큰 상처를 치유받게 된다.
절망에서 하나님을 영접하고난 전도연은 작은 기쁨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자신을 구원해준 교회에 대해
열성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자기 아들을 죽인 유괴범을 용서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교도소에 면회를 간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그녀가 용서하려 했던 유괴범은 오히려 자신보다도 더 편안한 웃음과 함께
자기 자신도 교도소에서 하나님을 영접하고 용서를 받았다면서..
이제는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했다고 말한다.
이 살인자의 말이 용서의 마음을 전하려던 전도연을 미치게 만들어 버렸다...
전도연이 애써 용서하려 했던 사람이 근심 걱정을 덜어 낸 아주 편안한 얼굴로
이미 하나님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말하니 누구라도 전도연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는 거다...
그때부터 그녀는 그녀 안에 깃들어 있던 신을 부정하고 신과 싸우려고 한다.
그러다
그녀는 반쯤 정신을 놓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결국 그녀 시도했던 용서라는 것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전도연 자신도 자기의 마음에 속고 있었던 거였다.
이처럼 우리 인간의 영역에서는 인간으로써는 도저히 어쩔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극중 송강호는 밀양에 내려온 전도연이 처음 만나는 인물이다.
카센터를 경영하고 있는 39세의 노총각, 이런 일, 저런 일에 나서기 좋아하는
그런데 전도연에게 한눈에 반해 버린거다.. 그녀를 위해 집을 알아 보고 땅을 알아봐주고....
그녀를 보기위해 교회를 나가게 되고... 교도소도 함께 가고... 전도연이 송강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음에도 그녀를 위해 무수한 일을 도와주고 있는 거다..
이처럼 송강호 또한 전도연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뜻한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전도연의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인간인 것이다.
전도연의 연기는 여우주연상에 걸맞게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한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절절하게 잘 표현했다.
이창동 감독은 전작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에서처럼 한 인간의 내적인 갈등을 어렵지않게
아주 잘 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작들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마 주인공들의 감정 발산이 전작에 비해 많이 절제되어 급격하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진 않지만
점진적으로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
초록물고기에서의 한석규...와 박하사탕의 설경구, 오아시스의 설경구는 감정의 발산정도가 아주 심하고
컸다면 밀양의 전도연은 감정을 다분히 절제하면서 작은 감정의 폭발을 끌어내고 있었다.
전도연이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며 머리를 스스로 자르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희망의 메세지를 흘리고 있어... 주제의 무거움에 짓눌려 있던 마음을 덜어주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또한 영화의 첫장면과 마지막에 전자 오르간으로 아주 가벼운 듯 흘렀던 음악은
무겁고 진지한 삶이라 관념으로 알고 있는 우리네 인생사를,
아니다! 인생은 어쩌면 정말 통속적이면서도 가벼운 것이라 말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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