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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기

추억- averageman 윤영근

 

averageman 윤영근,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윤영근! 신지헌과 처음 만났던 그때, 윤영근이 신지헌의 바로 옆에 있었다.

당시 그는 이쁘장했고...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덥혀 있었더랬다. 정말이다.

지금은 종성 유전으로 인해 두부에 털이 옛날에 비해 1/3가량이 사라지고

이마가 아주아주 넓어 보이지만

중학교 2학년이 되어 대희와 나와 영근이가 같은 반이 되었을 당시만 해도

참말로 귀엽게 생긴 얼굴이었다..

고상태의 얼굴로 군대를 갔다면 귀여움 꽤나 받았을 텐데...

 

좌우지간 

 

영근이와의 추억은 주왕산으로 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밤 지헌이와 영근이는 많이 울었더랬다...

난 그걸 보면서 찹찹한 심정이 되어버렸다....

불과 몇달 전인가 지리산 쌍계사에서 나도 술에 취해 친구들 앞에서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또렷하게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쌍계사에서 현욱과 대희, 민규, 희성이 앞에서 술에 취에 엉엉 울었던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자, 전날 밤의 내 행동에 대해 몹시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친구들 앞에서 울지 않기로...

 

하지만 주왕산에서 영근과 지헌은 나와 달랐다...

셋 모두 울었던 이유는 비슷했지만 난 혼자서 펑펑 울었고...

그들은 둘이 부둥켜 안고 울었던 것이다.

누군가 기댈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하여간

그날 지헌이와 영근이가 펑펑 울었던 것은 술기운을 빌린 것이지...

이유없이 술주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진학 당시, 지헌이와 영근이와 나.. 이렇게 셋은 이미 인생에 있어 큰 패배감을 맛보았다..(물론 지나고 보면 그런 일연의 사건들은 약이되기 마련이다.)

그리나... 영근은 또다시 대학 진학에 있어 전과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

그 심정을.. 당사자가 아니면 누가 알수 있을 것이냐!

후기 고등학교... 후기 대학교....(영근아! 이건 너를 깔아내리거나, 얏 잡아보는 소리는 절대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다)

영근이는 고등학교 시절 나름데로 칼을 갈았다... 뭐 본인은 그렇게 칼까지 간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할 것이겠지만...

하여간 영근이는 공부를 잘했다... 뭐... 후기 고등학교(물론 나도 같은 학교출신이다. 이게 내겐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한 컴플렉스였었다. 영근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이긴 하지만

영근이는 늘 1등이나 2등이나 3등을 했던 것같다... 하여간 잘했다..

 

물론 또 영근이는 그건 자기가 잘한게 아니라 우리 학교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거다 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어디있겠느냐....

근데... 영근이는 당시 내신이나 성적으로나 모두, 동아대학교 조경학과에 가도 성적은 되었지만

막상 시험을 쳤을 때 상대적으로 영근이가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못쳤던 것이고 그래서 자연스레 카트라인은 높았던 것이었다... 나는 영근이가 떨어질줄 몰랐다..

영근이로써는 두번째 시련이었다...

 

그리고 영근이는 대구대학교를 지원했고,,, 거기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고...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그래서 지금의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그래서 지금의 지원이가 있는 것이니...

딸인 지원이 입장에서 보자면

아빠가 대학진학에서 다시 실패를 맛본것이 정말로 다행인 셈이다...

 

우리 친구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친구들 중 두명은 서울로(현욱, 대희)

한명은 대구로(영근)... 또 둘은 부산에서(민규, 지헌) 그리고 나는 고향을 지키고 있었다... 

 

이쯤에서

내게서 영근이가 참으로 고맙게 여겨지는 일들을 말하려 하고자 한다.

 

평소 나는 내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바로 그 사람이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이유야 어떻든 내가 필요할 때... 내게 달려 올수 있는, 그런 상대방이, 즉, 나와 그날 핀트가 잘 맞는 사람이 내겐 고마운 사람인 것이다.

 

바로 영근이가 그랬다...

 

내가 홀로 외롭게 고향을 지키며 희성이의 뒤를 이어 '아톰플라자'라는 스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 자주 내려와서 술 한잔하던 친구가 영근이었다.

2주에 한번 꼴로 금요일이면 이 친구와 혹은 지헌이와 늦도록 술을 마시며 앞으로 펼쳐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곤 했었다..  

  

"나는 니하고 다르다.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될거다... 그래서 적당히 돈 많이 벌고..

취직도 평범한 직장을 가지고.. 아들 딸낳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거다."

 

이 말은 내가 뻑하면 꿈을 이야기할 때, 나 자신조차도 실현가능성이 아주 없어 불안하기만 했던

앞이 깜깜한 영화감독에 대해 들먹거릴 때,

영근이가 술을 먹으며 했던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쩌면 이상과 현실 중에서 현실에 지지대를 구축하고 있는 영근이가 나보다 더 다부진.. 실현가능한 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약간 부럽기도 했었다.

 

늦은 밤.. 영근이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던 그 시간과 공간을 생각하면 한창 예민한 시절에

옆에 있었주었던 영근이가 고마운 것이다.

물론 영근이도 대구, 그 하양 골짝에 남아 있어도 적적하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

 

이런 일은 또하나 더 있었다....

 

대학교 1학년 아니면 복학하고 2학년이었던가? 하여간

가만히 있어도 예리한 감수성에 베어버릴 것 같은 시절에

쓸쓸한 가을이 찾아왔고 나는 가을을 타서 고독했고... 거기다가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날 나는 생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다른 날과 다를 바없는 그저 그런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그냥 집에 들어가려니 생일이라는 타이틀이

더욱 안그래도 터질것 같은 고독감을 더더욱 부추겼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근이 집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근데 대구에 있어야 할 영근이가 있는 게 아닌가... 너무 고마웠다..

나는 무작정 나와라 했다... 정말 다 급한 일이 생겼다 했다..

영문을 모른 영근이는 무슨 일이냐고 말했고,,, 나는 막무가내 였다.. 

 

그렇게 영근이와 지헌이와 나는 "윈저"라는 호프집에서 그날 만났고... 술을 마셨고...

나는 내내 기분이 좋았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 집으로 가서 생일상이 차려진 저녁을 먹었다.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내 곁에 있어 줄수 있었던 지헌이와 영근이가 참 고맙다.

 

또 다르게 고마운 사건이 있었다..

감수성이 애민했던 나는 대학교 1학년 겨울, 그냥 훌쩍 대구로 올라갔다..

대구에는 할머니와 영근이가 있었는데..

할머니한데 갈 생각은 없었고... 그냥 누구라도 보고싶고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그렇다고 할머니와 두런두런 내 인생고민을 나누기는 좀 어려운 세대차였고...

 

삐삐나 휴대전화가 거의 전무했던 그 당시, 영근이와 연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영근이 자취방 주인집 전화번호 하나...

나는 무작정 대구대학교를 찾아갔다. 대구 시내에서 내가 탄 버스가 밤을 가르고 1시간을 이상을 달려

나를 부려 놓은 곳... 논두렁인지 밭두렁인지 어두워서 구분이 안되던 그 곳.. 문천지인지 뭔지 하는 이름의 큰 연못에 황소 개구리 소리가 웅웅 울리던 못... 간이 자동 야구장이 있던 버스 정류장에 팅팅 베트를 휘두르는 술취한 학생들...

그곳에 한 허름한 슈퍼에서 나는 주인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안주인은 영근이 학생이 방에 없다고 했다...

아! 이제 어떡하나... 나는 무작정 영근이의 자취방 쪽으로 가기로 했다...

다시 한번 안주인에게 전화를 넣어 위치를 확인하고

대여섯명쯤에게 길을 물어서... 30분 정도 헤메다가 겨우겨우 찾아간 기숙사 넘어에 있던

그 소똥냄새 나던 동네...에 도착해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 그러나 역시 영근이는 없었다..

나는 슬슬 불안해 졌다.. 못만나고 가는 것은 아닌지..

도대체 이놈을 어디가서 찾아야 한다지... 공부하고 도서관이라도 갔나?

 

이리저리 마을 어귀를 방황하다가 생각이 미친곳이 바로 앞에 보이는 만화방... 저기라면

이놈이 있을 지도 모른다,...

드르륵..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그 허름한 만화방...그 바로 앞에 영근이가 코를 처박고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순간 얼마나 영근이가 고맙고, 또 반갑던지... 정말 그 기분은,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를 꺼다..

내가 이름을 부르자 영근이는 고개를 들어 멍뚱멀뚱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만화책을 보았다.. 그러다가

영근이는 기절초풍할 만큼 놀란거다...

"네가 여기 어쩐일이냐? 내가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고..?"

"^--^ 그냥 니 보고 싶어서 왔다.. 니가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뭐.."  

영근이는 나를 보고는 내가 어디서 많이 본 놈이기는 한데... 나라고는 생각 못하고

그냥 자기과 학생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 다음은 안봐도 그림이지 않겠나? 둘이서 맥주 반 박스인가? 먹고도 모자라...

문천지인가 뭔가 하는 못으로 나가서 밤을 태우고 있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2병정도 먹고...

나는 못 속으로 고기밥을 왝!왝! 토해냈더랬다..

그때, 영근이는 참으로 고마운 친구였다. 내가 필요한 그곳에 있어준 유일한 친구..

생각해봐라! 만약 영근이가 그날 없었다면... 정말  재미없고 닝닝한 스토리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1학년을 마치자 3월초였나? 아마 3월 8일 아닌지 모르겠다. 현욱이와 영근이는 하루차이로 군대를 갔다. 그리고 나도 한달 뒤에 곧바로 군입대를 했고..

입대를 할때 영근이는 의정부에서 했고.. 현욱이는 진해로 입대를 한 까닭에 나는 현욱이 입대하는 것을 못보고 거리가 먼 영근이를 따라 나섰다.. 전날밤 서울에 있던 대희와 합류해서 술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그때 영근이가 불렀던 노래... 입영열차 안에서.. 이별의 그늘... 이 생각난다..

 

날이 밝자, 영근이와 나는 둘이서 의정부로 전철을 타고 갔다..

그리고 영근이와 나는 부대에서 손을 꼭잡고는 서로의 눈을 무슨 애인처럼 보고 헤어졌더랬다.

그 나이대는 우리 모두다... 우정을 찾고 또 찾은 그런 나이였다.

그날 나는 홀로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왔고

영근이는 모르긴 몰라도 나와 작별인사를 하자마자 좌로구르고 우로 굴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있어야 할것같은 그 자리에서 영근이를 지켜보았다.

현욱이에게는 상대적으로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이후.. 나도 군입대를 하고 우리 둘은 군사우편으로 30통가량 편지를 나누며 서로 같은 처지임을 한번더 확인했다. 일전에 편지를 정리하다가 영근이와 주고 받았던 편지를 읽어 보았는데... 어땠냐구요?

 

뭐.. 두말할 필요도 없이 참 재미있었지 뭐. 우습기도 하고..

 

내가 필요로 할 때 자주 내 옆에 있어 줄수 있었던 친구.. 그래서 그게 고맙웠던 친구... 윤영근

 

근데 고등학교 후기 대학교 후기였던, 이 친구 최종학력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이다...

우리 친구들 중에 가장 학벌이 높다...

 

난 이런 영근이가 은근히 자랑스러운 거다..

마이너 리그에서 열심히 뛰어서 결국 메이저로 진출했지 않은가? 그래도 소위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S대 아니냔 말이다...

 

우리가 어렸을 당시..  세상살이가 뜻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걸 알고는 있었어도...

막상 세파를 겪다보니 그 말이 실감났던 시절,.,,

졸업 후, 뭘할까 하는 딱히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한 추상의 고민들.. 그리고 아엠에프, 구직, 방황,..

 

그리고 지속적인 average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 순간...

어쩌면 녀석은... 또 다른, 아주 조금 높아진 평균을 찾아.. 열심히 뛰고 있을 것이다..

 

그는 오늘도 꾸준한 자신의 average를 유지하기 위해 

잘 알아 먹지도 못하는 기계 작동법을 열심히 설명해 가며,

지금 이순간에도 그 웃기는 토인코에다 코평수를 힘껏 늘리며...

하루 0.00000001나노 미리미터의 이마를 평수를 확장해 가며...  

그 유들유들한, 번들번들한,

보는 이에 따라선 어쩌면 징그러운 부장같은,

미소를 쉴새없이 날리고 있을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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