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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기

추억- 아직 한번 더 남았다. 7전 7기! 오민규

 

 

초등학교 시절 어땠을까 하는 모습이 완벽하게

상상이 되는 친구..

장난꾸러기, 개구쟁이 같은 놈!  오민규.. 

 

이 친구, 이야기를 하려하니... 또 아득하다..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음... 그러니까...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아니면 2학년 때이지 싶다.

현욱이와 같은 반이었던 이 친구는 내가 저녁무렵 현욱이 집에 놀러갔을 때 처음 마주쳤다.

그날 현욱이가 동생과 싸워서 집안 분위기가 어쩡쩡한 가운데.... 민규와 나는 인사를 했고...

첫눈에 이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당시 내가 아는 이 친구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이고 다른 사람과 사귐을 두려워 하지 않는 놈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멋진 놈이었다.

 

이렇게 만남을 몇 번 가지고.. 우리는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녀석은 고등학교를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때 뭐가 그리 열심인지.. 학원을 다니며 바쁘게 살았다.

수영장, 컴퓨터 학원, 친구 등등 하여간 바빴다..그리고 원래 사관학교에 가고 싶어 했지만... 알듯 모를 듯한 사정으로 부산대 해양과학과에 입학을 하고 대학 생활을 멋지게 시작했다.

이놈은 거기서도 바빴다.. 무슨 각종 동아리를 그렇게 많이 들었는지.. 오만 때만 동아리는 그놈이 다 가입하고 있었다. 아마 10개 정도 도었을 것 같다. 욕심 많은 놈..

그 중 "서밀회"는 압권이었던 것 같은데... "목욕탕에서 서로 등밀어 주는 회"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수첩에는 사람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나는 사회속에서 인맥을 화장하려는 이런 민규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놈은 사회생활에서도 앞서나가려고 하는 놈이구나... 하!

하지만... 우려의 심정이나 시기의 마음이 있었다.

나는 민규처럼 저렇게 안되는데.... 민규는 인관관계를 넓게 사귀니까.. 저들과 깊게 사귀는데는

어렵지 않을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민규는 정말 적극적으로 열심히 살았다.

분주했고, 열심이었고, 자신감에 넘쳤다.

그게 내가 바라본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1학년때의 민규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부산대학교 축제 때.. 우리챙기랴..학교일 챙기랴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민규의 모습..

보기 좋았다. (기억난다. 부산대학교 건물과 그날 술먹고 만취상태에서 ... 커튼을 덮고 학교에서 잤던 사건이)

 

민규는 뭐든 적극적이었다.

내가 여행을 가자고 하면..

no라고 하는 법이 없었다. 일단 YES! 였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항상 그는 뭘 하자고 할때 적극적으로 참여 했고, 나는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웠을 게다.

 

민규를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와 가까워 진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른 스러웠고.. 나는 아이처럼 투덜댔다. 민규와는 좀처럼 살가와 지지 않았다..

그런 그와 좀 가까워 진 것은 아마 친구들과 자주 여행을 갔기때문일 것이다.

 

민규와 최초의 여행은 19살... 

대희, 현욱, 희성, 민규, 창욱, 이렇게 떠난 지리산 쌍계사와 남해 금산으로의 여행이었다.

그 중 민규의 특징을 기억하게 하는 사건 2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쌍계사에서 비빔밥 가격협상 이었다.

당시 돈이 충분치 않았던 친구들은 아침은 대충 먹고 점심을 한끼 사먹기위해 그나마 가격이 저렴했던

산채 비빔밥을 먹자고 했다.

다른 아이 같으면 그냥 어디던 들어가서 먹자고 했을 텐데.. 민규는 한가게에 가서 주인 아주머니와 협상을 시작했다. 3분정도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를 불렀다. 한그릇에 2000원에 해주기로 했다나?

그런 민규를 보며 난 약간 경이로운 눈길을 보내면 생각했다.

민규는 도대체 어디서 저런 배짱이 나오는 것일까? 대단한 걸..

 

또 한가지 사건은  

남해 금산에서 민박을 정하고(물론 민박 가격협상은 민규의 주도로 내가 보조를 맡아했다. 깍아서)

우리들은 중턱쯤에 낯에 이미 정해둔 지점을 향해 담력시험을 하기로 했다.

혼자서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산길을 렌턴 하나만 딸랑들고 올라가.. 손수건을 묶고 오는 거였다.

처음 대희가 갔던가..? 대희가 내려오자 다시 내가 올라가고, 다음 현욱이가 올라가고...

난 큰소리치며 올라갔지만.. 돌이켜보면 이만저만 무서운게 아니었다.

하여간 마지막으로 민규가 남았다..그런데 민규가 자기는 겁이 많으니까... 안 올라 가겠다는 거다..

이런 고얀놈... 우리가 모두 그건 개가 풀을 뜯어 먹는 말도 안돼는 소리라며 이구동성을 하자...

민규는 어두운 산길을 주춤주춤 올라갔다..

그전에 알아 두어야 할 것은 한 사람이 올라가면 나머지 친구들은 중간지점에 숨어 있다가 홀로 내려 오고 있을 친구를 놀래켜야 했는데..

민규가 출발하고 나서는 내가 민규에게는 그렇지말자고 했다. 그게 오히려 더 민규를 두려움에 떨게 할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래서 우리는 민규를 보내고 아래쪽으로 내려 왔고.. 민규는 아무것도 모른채 산길을 더듬어 내려오고 있었다... 근데 한참 지나도 이놈이 내려 오지 않는 거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친구들이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자... 조금 후에

산중에서 굵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나는 처음 금산 관리원 아저씨가 누군가를 막 꾸짓는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민규가 산을 내려오며 홀로 막 떠들어 대는 소리였다.

 

나중에 들어 보니 민규는 담력시험이 무서워 그 무서움을 떨쳐 버리려고 큰소리로 자기가 지나온 18년간의 일들을 왜치며 내려오고 있었다..

기가막히고 신기하기도 했다... 난 속으로.. 뭐 이런 놈이 다있나? 싶었다.. 

나도 겁이 많지만 민규는 생긴것과 달리 의외로 겁이 많은 녀석이다.  

 

민규와 내가 여행을 가면 항상 티격태격 했다.

쌍계사와 남해 금산 이후 떠난 중앙산에서도 그랬고,

수백명의 인명을 앗아가 지리산 집중호우가 있은 후 일주일 뒤 떠난   지리산 여행에서도.

그리고 민규와 민규 친구 동원이와 함께 간 지리산 칠선계곡 코스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리산 칠선계곡은 민규와 나에게는 정말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다.

대학 1년을 마치고 민규는 논산훈련소에 조교로 군입대를 했다.  

거기서 민규는 꿈을 하나 마음에 품었다.

다름아닌 한의사가 되어 사람들을 치료해주겠다는 꿈을 품었다..

옆에서 보기에 정말 멋진 녀석이었다..

민규는 제대후 복학을 미루고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 나와 함께 지리산 칠선계곡을 올랐고,,,

티격태격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이질감을 느끼며 감탄했고 꿈에서나 볼 듯한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또한번 감탄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찬비를 맞으며 우리는 지리산에 대해 또 한번 감격했었다.  

 

그후

 

민규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래도 친구들은 민규를 믿었다. 왜냐하면 믿음직한 친구였으니까?

나또한 한번도 민규가 한의대에 합격하지 못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사자에겐 아픈 기억이겠지만... (지금쯤 치유되었을 거라 생각하고..)  

한의학과에 4수인가? 5수였던가..?

그리고 그의 인생의 길은 뜻밖에도 한의학이 아닌 치의학 쪽으로 나있었다..

민규는 낙담했지만 하여간

그 어렵다는 치과에 합격했다.  

어쩌면 그의 인생이 그에게 원하는 건

타인의 이를 잘 예방,치료,관리하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놈을 보면 우리 친구들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눈빛에서 쏘아보는 듯한 강렬함이 있고..

타고난 체격조건도 골격과 덩치가 있는 편이다. 하체가 잘 발달 했고..

사상의학 쪽으로 보면 이 놈 태양인인가?

 

 

지금 민규는 6년을 졸업하고 1년간 월급쟁이 의사로 일하다가

최근 부산에서 "OO치과"를 개업하여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그를 보면 믿음직함이 느껴진다는 것이고

변함없이 내 좋은 친구들 중 하나란 것이다.

 

그의 꿈 중에 하나가 60세 이후에 배우자와 함께 세계일주 여행을 가는 것에 있다고 하니...

지금 이대로라면 그의 꿈은 이루어 질것이다.

 

내가 아는 이 친구, 7번 쓰러지면 7번 일어 났던 것 같다.

아직 8번은 못 일어났지만.. 서서히 나머지 8번도 일어서려 준비 중일 것이다.

 

 

후기

 

나는 지난 번 메일에서 민규가 타인들의 이야기를 할 때

더더 밝혀라!

하나도 빼놓지 말고 다다 밝혀라! 라고 했던 걸 기억한다. ^^

며칠 전 민규에게 자기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하니.. 부디 좋은 이야기만 쓰란다.

그래서 우스워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너 평소에 친구들에게 잘했나?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잘했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친구들에게 잘했다..

그러니 안 좋은 이야기는 묻어 두련다.

사실 별로 묻어 둘 것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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