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 중순이다..
어릴 적 부터 이맘 때가 단박에 지나고 12월 20일 경이 되면...
추운 날씨, 방학, 연말이라는 시기적인 요건, 눈, 크리스마스, 시내 어느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캐롤, 두툼한 옷을 껴입고 종종걸음을 치는 여자들, 구세군, 영롱하게 밤을 밝히던 엉성한 크리스마스 트리 등등..
이런 환경 덕분으로 나는 하릴없이.. 설레이는 마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마음의 색깔은 쓸쓸함의 모드로 전환되고.. 누군가가 막연히 그리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 누군가 중 으뜸은 단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늘 만만한 친구녀석들의 얼굴.
해가 바뀌기 전에 한번 쯤은 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만만한 얼굴들...
많은 사람들이 송년회다, 망년회다, 크리스마스 이브다 해서 들떠있는 만큼..
나 또한 들뜬 분위기에 맞게.. 송년해 하나 쯤은 만들어 그날 하루 만큼은 아주 느슨해지고 싶은 거다.
송년회라는 이름을 붙힌다 하여 꼭 '한해를 정리하는 다부진 마음'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애시당초 그런 마음으로 그리운 이들이 떠오른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연말이고 분위기도 약간 들떠있고, 뭔가 어떤 꺼리나 집단에 속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소외 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나도 타인들처럼 건수 하나를 만들어 어울리고 싶은 것이다.
시간은 흘렀다.
직장을 잡아 올라탔고,
여자를 잡아 올라탔다.
어느 순간에
자동차에 올라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제 왔는지 기억도 나지않는 사랑스런 아이는 늘 머리 위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삶은 친구들에게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구도 시간과 시대의 흐름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도 역시 무엇인가에 올라타고 있었고
나처럼 그들의 얼굴에는 단조롭고도 고단한 일상이 묻어 나왔다.
그들은 또한 직장을 올라탔으니 동료들과도 한해를 정리하겠지만..
직장에선 친구들처럼 그런 만만한 얼굴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여자에 올라 가족을 일구었으니.. 가족과도 한해를 정리하겠지만..
가장이라는 타일틀을 지닌 채.. 어떤 권위나 어떠한 격이 없이
완전히 무장해제 한 상태로 가족을 대하기엔.. 또한 만만한 얼굴들만은 아니었다.
진정한 만만함(평등)이란 정량적인 것보다는 오히려 정성적인 동등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20년 넘도록 사귐을 가진 친구녀석들의 얼굴을 대하기란
얼마나 얼마나, 끝없이 만만한 것이던가!
이제 그 만만한 얼굴들이 그리워지는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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