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빛을 바래고 있던 어제 저녁,
이사에 필요한 가구를 구입하고 저녁을 먹으로 가던 중..
장난감 할인점이 아내의 눈에 확들어 왔다.
자기야! 저기.. 장난감 가게...
아닌게 아니라 아내는 몇일 전부터 내게 장난감 할인점으로 가자고 조르던 차여서 나도 두말없이 장난감 할인점으로 핸들을 돌렸다.
아내는 장난감 가게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아이의 책상을 구경하고.. 또 맘에 들면 구입하려고 했던 것이다.
입구에서 사장으로 보이는 듯한 사내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가게로 들어가는 우리를 향해
"어서 오이소!" 하고 짧고 간략한 인사를 전해왔다.
가게 입구에서 담배를 피는 남자라... 그 순간 가게에 대한 이미지는 그닥 좋을 릴 만무한 것이고, 더군다나 남자의 얼굴을 보니 썩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우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 갈때 남자는 그대로 선채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뿜어 대고 있었다.
딸랑거리는 문이 닫히고, 누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계세요?" 했고
잠시 후 남자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가게 안쪽에서 방문을 열며 나왔다.
이 순간 당신이라면 이 가게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겠는가?
정확히 당신의 기분을 꼬집어 내어 말하긴 힘들지만 분명한 건 이 장난감 가게에 대해 과히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할 것은 분명할 것이다.
여자는 우리가 찾는 책상에 대해 우물쭈물 설명을 하더니... 이내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편을 찾았다. 곧이어 피우던 담배를 아쉽게 꺼버린 남자가 가게로 들어왔다.
남자는 찬찬히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 듣더니... 2종류의 상품이 있다고 말하며 우선 한가지를 보여 주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이 가게에 대한 모든 이미지 반전이 시작되었다.
남자는 우리 앞에 있는 상품의 장단점을 아우르며 열심히 설명해 나갔다.
책상이 얼마나 튼튼한지.. 몇살까지 사용 할 수 있는지.. 우리 집사람이 원하는 원형의 책상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꼬집어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왜 사각 책상이 좋은 지에 대한 그의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려야 했다. 집사람이 책상의 색깔이 하얀색이라 좀 그렇다고 말하니.. 남자는 맞다고 호흥을 했고..
튼튼하기야 우리 앞의 있는 제품이 틀림없지만 색깔과 표면의 거칠기 때문에 때가 잘 탄다고 하면서 실제로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제품을 보여 주었다.. 그 전시용 책상에는 과연 아내의 걱정데로 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제품이 눈에 차지도 않고 가게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였던 아내는 한번 생각해보고 다시 들러 구매를 하겠다고 했다. 그 순간 남자는 홀로 태연한 걸음으로 다른 제품을 향했다.
그의 설명은 다른 제품으로 옮겨갔고 우리는 그의 꽁무니를 쫓았다.
거기서 그의 세일즈는 확실하게 빛을 발했다.
"앞의 제품은 외국 브랜드이고 이건 국산 브랜드인데..."
앞서 본 외국 브랜드의 단점을 보완한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니..
단점도 이야기를 했다..
"근데 이거는 앞서 본것 하고 다르게 상판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근데.. 자녀 분이 딸입니까, 아들입니까?"
"그라면 문제 없겠네요.. 사내아이들은 책상에 올라가서 뛰고 찍고 하는데.. 그라면 자칫 깨질수도 있는데.. 여자아이라면야, 문제없습니다. 표면이 매끈한 OOO제질인데 때가 잘 안탑니다.. 설령 때가 끼었더라고 쓱 한번 닦으면 그만이고"
그는 이어서 요즈음 옥션에서 떠돌고 있는 상품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기 시작하기 시작했다.(사실 아내는 인터넷에서 책상에 대한 구매후기를 읽고 문제점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고는 내 귀를 사로 잡는 한 문장을 내뱉었다.
"이거 하나는 알아 두이소!"
인터넷에 떠도는 상품과 우리 앞의 제품에 대한 비교 설명이 이어지고
특히 책상 아래에 있는 지지판이 있기 때문에 흔들거리거나 부서질 일이 없다! (인터넷 저가 제품은 이게 없다고 했다)
"그라고 특히 이 의자에 있는 다리를 한번 보세요. 우리 초등학교 다닐때 걸상 기억나십니까? 왜 아이들이 앉으면 이렇게 의자 다리를 뒤쪽으로 젖히 잖아요? 그러다다... 자주 넘어지고 다치죠? 근데 이 의자는......"
카!!
이쯤되면 그의 세일즈에 대한 승리였다. 나는 무조건 그 제품을 사고 싶었고 아내 또한 그의 설명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나는 바로 구매 싸인을 그에게 보냈다.
"얼만데요?"
잠시 후 두 말할 것도 없이 남자의 어깨에는 책상이 들려 나오고 있었다.
그가 내 자동차의 뒷자석에 포장된 책상을 실을 때 아내가 말했다.
"아저씨 목소리하고 인상은 그렇게 안생겼는데.. 참 친절하시네요?"
아닌게 아니라 남자의 목소리와 인상만으로 평가하자면 세일즈에 적합한 느낌은 결코 아니었다.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뭔 말인지 압니다.. 다들 그런 소리 마이 합니다."
이번엔 내가 말했다.
"크리스마스데 물건은 많이 파셨어요?"
순간 목에 힘줄이 당기며 자신감 넘치는 투로 말을 했다.
"우리 집은 해마다 20%, 30%로 신장을 합니다. 근데 올해는 작년에 너무 많이 팔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산을 내보니 올해도 20% 매출이 올랐더라구요"
그리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린이 날하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심판 받는 날 아닙니까?
그때 손님들이 우리 가게를 심판내린다 아입니꺼? "
아내와 나는 기분 좋게 그의 가게를 나왔고.. 그의 세일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으로 갔다.
저녁을 먹으로 간 집은 돼지고기를 파는 집이 었는데...
종업원들이 그렇게 친절할 수 가 없었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교육을 잘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친절하니 좋았는데...
조금전 장난감 가게 사장에게서는 이처럼 그닥 친절한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뭔가.. 인간적인..
그의 세일즈 방식이 자꾸만 떠올랐고.. 내 입가에서는 엷은 미소가 떠나갈 줄 몰랐다.
어제 저녁 나는,
진정한 세일즈는
그냥 기계적으로 친절을 외치며 표현하는 것 보다는
정말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와 물품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 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김할 수 있었다.
'사색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은 좁아 졌다. (0) | 2008.01.14 |
---|---|
추억의 한페이지 (0) | 2008.01.08 |
얼굴들. (0) | 2007.12.12 |
욕심 컨트롤2- 欲心과 慾心 (0) | 2007.11.21 |
욕심 컨트롤 (0) | 2007.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