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이 자기 마음같지 않은데, 어쩌면 삶의 묘미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타인들이 자신의 마음을 10%라도 헤아려 주면 고맙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직원 한분이 그만 두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내게는 일언반구도 없이 딱 사무실에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거의 1년을 보아 왔는데.."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그 직원이 왔길래, 그 마음을 꺼내 들었다. 근데 황당하게도 직원은 그 나름대로의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 이야기에 차근차근 반박을 해왔다.
뭐.. 평소 그 성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는지라.. 나는 나대로 섭섭했지만 별다른 말없이 앞날에 대해 격려를 해주고 말았다.
근데 결정타는... 이 사람이 사무실을 나갈 때, 다시 일언반구도 없이
합바지 방구 새 듯,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허허!
적어도 '이제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라는 인사를 기대했는데...
거기서 다시한번 섭섭한 마음이 출렁거렸다.
아무리 선심을 써서 생각해 본다하더라도 그이가 내게 미안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그이는 그게 아닌 거였다. 자신이 기분이 더 크고 중요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나도 그 사람처럼 내 기분에 도취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인간이기에 어쩔수 없는 일.
아! 내가 평소에 그 사람에게 참마음으로 대해왔었는데... 이게 뭔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타인에 대한 실망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마음을 어지렵게 했다.
한편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그 직원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이 분명,
원인이 되어 이런 결과를 초래했음을 알아야 했지만
그것을 되돌아 볼 겨를도 없이, 섭섭함이 앞질러 갔다.
그리고 조용히 "다산어록청상"이라는 책을 펼쳐들었다.
다산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찬찬히 가라 앉았고..
문득, 논어에 학이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파고들었다.
"人不知라도 不慍이면 不亦 君子乎아"
타인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수운 최제우 선생은 큰 뜻을 담아 "吾心 卽汝心"이라 하셨지만..
어찌 소인의 눈에 그 큰뜻이 보이겠는가?
그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 마음 같이 않다. 아니, 잘 모른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다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그 사람이 평생의 지기가 아니겠는가?
그 지기 하나 구하기도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들만 떠돌아 다니는 거다.
그렇더라도
세상에 대해 무작정 화를 내는 것 보다는 세상 이치가 다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참뜻을 몰라주는 것에 무덤덤해 지기로 했다.
차라리,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이런 현실에 수긍을 하는 것이
어쩌면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혜안이라고 자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