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어록 청상
지은이: 정 민
文藝
156P 문장이란 어떤 물건인가?
문장이란 무슨 물건인가? 학식은 안으로 �이고, 문장은 겉으로 펴는 것일세.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살가죽에 윤기가 나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그러니 어찌 문장만 따로 쳐서 취할 수가 있겠는가? 중화 中和의 덕으로 마음을 기르고, 효우 孝友의 행실로 성품을 다스려, 몸가짐을 공경히 하고, 성실로 일관하되, 중용을 갖춰 변함없이 노력하여 도를 우러러야 하네. 사서를 내 몸에 깃들게 하고, 육경으로 내 식견을 넓히며, 여러 사서 史書로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게 해야겠지. 예악형정의 도구와 전장법도의 전고 典故가 가슴속에 빼곡하여, 사물이나 일과 만나 시비가 맞붙고 이해가 서로 드러나게 되면, 내가 마음속에 자옥하게 쌓아둔 것이 큰 바다가 넘치듯 넘실거려 한바탕 세상에 내놓아 천하 만세의 장관이 되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네. 그 형세를 능히 가로막을 수 없게 되면 내가 드러내려 했던 것을 한바탕 토해놓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네. 이를 본 사람들이 서로 '문장이다' 라고들 하니, 이런 것을 일러 문장이라 하는 것일세.
- 이인영을 위해 준 글
學問
174P 저서의 차례
대저 저서의 방법은 경전에 관한 책을 으뜸으로 삼는다. 그 다음은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에게 이로움을 주는 학문이다. 변방 방비나 여러가지 기계의 제도 중에 외침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또한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
그밖에 자질구레하고 보잘것없는 주장으로 한때의 웃음거리나 취하거나, 진부하여 새롭지 않은 이야기로 지루하여 아무짝에 쓸데없는 논의 같은 것은 한갓 종이와 먹을 낭비하는 것일 뿐이다. 손수 진귀한 과일이나 좋은 채소를 심으면서 살았을 적의 먹고 살 도리를 넉넉하게 하는 것만 못하다.
-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186P 주경존심
지난번 너를 보니, 도무지 옷깃을 가지런히 하고 똑바로 앉기를 즐기지 않아, 단정 장중하고 엄숙한 기색을 조금도 볼 수가 없었다. 이는 내 병통이 한 바퀴 돌아 네가 된 것이다. 특별히 성인께서 사람을 가르치실 때 먼저 외모부터 수습해나가야만 바야흐로 겨우 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하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에 비스듬히 눕고 기대서서 멋대로 말하고 어지러이 보면서 주경존심 主敬存心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191P 다산의 학문에 관한 글에 대한 정민 선생님의 해설 요약
공부는 언축의 과정이 중요하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그것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하나 배워 하나 떠들고, 둘 배워 둘 떠들면, 안으로 쌓여 고이는 것이 없다. 마른 땅 위로 소낙비 지나가듯 해서는 못 쓴다. 입을 다물면 기운이 안으로 쌓인다. 눈을 감아야 정신이 맑고 깨끗해진다,. 재주를 못 이겨 나풀대기만 하면 한두 번 귀 기울이던 사람도 마침내는 비루하게 여겨 거뜰떠 보지 않는다. 무겁고 깊은 공부를 해야 한다. 묵직이 가라앉혀야지 들떠서는 못쓴다.
'책 속 한문장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산어록 청상 (0) | 2008.10.15 |
---|---|
스피노자 (0) | 2008.10.14 |
다산어록 청산 (0) | 2008.10.14 |
다산어록 청상 (0) | 2008.10.13 |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0) | 2008.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