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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문장 읽기

다산어록 청상

  다산어록 청상

  지은이:  정 민

 

 

警世

 

24P 부질없는 일

 

세상사람들이 부지런히 애를 쓰며 정신을 쏟고 애를 태우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일뿐이다. 누에가 껍질을 깨고 나오면 뽕잎이 먼저 싹튼다. 제비새끼가 알에서 나오면 날벌레가 들판에 가득하다. 갓난아이가 태어나 울음을 터뜨리면 어미의 젖이 분비된다. 하늘은 사물을 낼 때 그 양식도 함께 준다. 어찌 깊이 걱정하고 지나치게 근심하며 허둥지둥 다급하게 오직 잡을 기회를 놓칠까 염려할 것인가? 옷이란 몸을 가리면 되고, 양식은 배를 채우면 그뿐이다.

   

                                                                                                  - 또 정수칠에게 주는 말

 

 

30P 밤 한 톨

 

 저녁 무렵 숲 주변을 산보하고 있었다. 우연히 한 어린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참새처럼 수도없이 팔짝팔짝 뛰는 것을 보았다. 마치 수많은 송곳으로 창자를 찌르고, 절굿공이로 마구 가슴을 짓찧는 것 같았다. 하도 참혹하고 절박해서 어마 못 가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나무 밑에서 밤 한 톨을 주었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빼앗아갔다는 것이었다. 아아! 천하에 이 아이가 우는 것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저 벼슬을 잃고 세력이 꺾인 자나, 재물을 손해보고도 돈을 다 써버린 자, 그리고 자식을 잃고 슬퍼 실성할 지경이 된 사람도 달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 밤 한 톨의 종류일 뿐이다.

 

                                                                                                     -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32P 마음과 얼굴

 

공부하는 학생은 그 상이 어여쁘다. 장사치는 상이 시커멓다. 목동은 상이 지저분하다. 노름군은 상이 사납고 약삭빠르다. 대개 익힌 것이 오랠수록 성품 또한 옮겨간다. 속으로 마음을 쏟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 상도 이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이 변한 것을 보고 "상이 이러니 하는 것이 저렇지"라고 말한다. 아! 이것은 잘 못이다.

                                                                                                    - 상론(相論) 

 

 

36P 사나이의 가슴속

 

 이 세상에 뜻을 둔 사람은 한때의 좌절로 청운의 뜻을 꺽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한 마리 가을 매가 하늘을 박차고 오르는 기상이 있어야 한다.

   

                                                                                               - 학유가 떠날 때 노자 삼아 준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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