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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누구의 탓도 아니다

어제 오후,

간만에 마음이 동하여 회사에서 쓸 교육자료를 신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아뿔사! 컴퓨터 화면이 휘리릭 넘어가더니 자료가 그만 날아가버리는게 아닌가.

다급한 마음에 컴퓨터의 구석구석을 이 잡듯 뒤져봤지만 1시간 30분간의 불꽃 노력은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이럴수가... 이래서는 안되는데...

내 컴퓨터의 파워포인트는 자동저장 기능이 설정이 되어 있었지만

이게 모두 에러가 났고, 애궂은 컴퓨터를 탓해봐야 소용없는 일이고, 

결국 중간중간 저장을 하지 않은 내 잘못임이 분명했다.

아! 나는 그저 아쉽고 분한 마음으로, 어지러이 20-30분을 보냈다.

그리고 결국,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일랑  깨끗히 잊어 버리고 하고..

지금, 다시 교육자료를 만드느냐...그냥 없던 일로 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이 처럼 누구나 한번 쯤은 뜻하지 않게 팬티에 똥묻는 날을 맞게 된다.

그것도 오랜만에 숭고한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하나 돌을 주워 탑을 쌓아 올린 것이라면..

정말 한 순간에, 누구의 잘못일 수도 없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로 무너지게 되는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의 습성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를 분출할 어떤 대상을 찾게 된다.

만만한 상대를 찾아 칼침을 날리기도 하고

도무지 그런 상대를 찾을 길이 없을 때는 조상이나, 세상의 허공을 향해 불화살을 쏘아올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미 엎지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을.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세상도, 그 어떤 이의 탓도 아님을 알게 된다.

결국, 자신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쓰고, 좀 더 노력해야 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생각하는게 세상살아 나가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인상 써봐야 나만 손해인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뒤통수를 맞았는데

진실로 깊이 깊이 성찰하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다.

그러므로 평소 생활 속에서 무조건적인 연습이 필요한 거다.

어떻게 연습하냐고 묻지마라 그건 각자가 삶에서 교훈으로 배워나가야 하니까.

 

다만 모든 것의 원인은 스스로에서 기인한다는 거다.

 

나는 생각한다.

왜 자료가 날라 갔을까?

컴퓨터 에러 때문에... 이건 어쩔 수 없으니

누구를 원망하지 못하는 것,

그러다면 누구의 잘못인가?

저장 버튼을 수시로 누르지 않으 내 잘못이요.

애시당초 자료를 만들겠다고 했던 나의 잘못이다.

회사에서 자료를 만들라고 했다면

그 회사를 선택한 자신의 잘못인 거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움직이는 독립인이다.

그러므로 나를 에워싼 환경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굳이 잘못을 들추어 내자면 그건 당신일 따름이다.

 

 

 

P.S

내가 이런 내용의 글을 쓸 만한 사람인가, 하고 자문을 해보면

당연히 부끄럽지..

그렇다 하더라도 딱히 내가 이런 글을 쓰면 안되거나 못할 이유는 없는거다.

쓰고 말고는 어디까지나 내 자유의지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항상 뭔가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 서면 도대체 뭐가 부끄럽단 말인가!

 

그저그저 이런 글 나부랭이를 끄적거리며 

나 또한 연습을 하고 있는거다, 하면서 자기합리를 해보는 거다.

세상에 나보다 중요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정말 이런 연습(글을 통해 성찰과 사색을 해보는 행위 또는 삶에서 부딪치며 배우는 경험들)은 정말 중요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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