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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학생부군신위

 

 법정스님이 쓰신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다.

 

 '사람의 덕이란 그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라기 보다도 이웃에게 전해지는 그 울림에 의해서 자라기도 하고 줄어 들기도 할 것 같다.'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며칠 전 타인으로 부터 목격했던 배움이 퍼뜩 떠올랐다.

 

 우리 영업소에는 좋은 사람이 눈에 띄게 많다. ^^ 흐흐 이건 내 복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속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마음이 정말 비단처럼 고운 사람들이 몇몇 되는데...

어떤 사람인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겠느냐 마는.. 특히 내가 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직 스스로가 그네들처럼 마음이 깨끗하거나 곱지 않기에 은연 중 닮아가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날도 내가 좋아하는 FP 한분이 퇴근을 하시기에 그녀에게 인사도 하고, 바람도 쐴 겸 사무실 앞 낭간에 기대어 눈앞에 펼쳐진 쓸쓸한 가을 풍경을 무심하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요 며칠간 통 눈에 띄지를 않던 박스 줍는 할머니가 아래층 계단참에서 박스 정리를 하고 계셨다.

(전에도 이야기 한적있지만 우리 사무실에는 4시 전후로 할머니 한분이 박스를 수거하로 오신다. 그런데 요며칠 할머니가 보이질 않다가 그 전날부터 다시 나오셨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병원 신세를 지느라 며칠 못나오셨다고 했다.)

하여간 그 FP가 마침 할머니 곁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녀는 간만에 본 할머니와 몇 마디를 주고 받았다. 

짐작하건데 그간의 할머니 안부를 묻는 것이 분명했다.

FP는 할머니의 말에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더니

그녀는 오늘 사무실에서 시상으로 받은 "흑마늘 추출액" 1박스를 뜯더니 그 가운데 한 박스를 할머니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닌다. 할머니는 이게 뭐냐고 묻는 것 같았고, FP는 흑마늘이 몸에 좋은 거라면서 집에서 드시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하!

 

 이 광경을 2층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내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돌며, 가슴이 한켠이 따듯해져 왔다. 

"저분은 역시, 아! 저런 분이구나... 저렇게 넉넉하고 따듯한 마음씨를 가졌구나! 역시 배울 점이 많은 분이구나!"

 

 모르긴 몰라도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만약 우리 FP님을 내려다 보고 계셨어도 나처럼 마음이 따듯하게 데워졌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를 우연찮게 관찰자가 되어 혹은 2층에서 1층을 내려다 본것 처럼 

우주의 위대한 에너지나 어떤 위대한 신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아,

어딘가에서 말없이 나를 내려다 보고 계시겠구나!

 

자신의 행위뿐만 아니라  이웃의 선하고 바람직한 행동에 의해 덕은 자라기도 하겠다고 짐작을 하신 법정스님의 말씀이 맞아 떨이진다는 걸 알수 있었다.

 

 배움이란 것은 책을 통해서도 일어나지만 주변 사람들을 직접 스스로의 눈으로부터의 배움이 보다 그 울림이  크게 전달되는구나!  

 

 우리가 제사를 모실 때 지방에다 벼슬이 없으신 분은 "學生府君神位"라 쓰는데 이것은 참으로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을 때까지 스스로, 그리고 타인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배움의 연속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그 순간까지 이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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