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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초심으로 돌아가는 표정

 

 

 아리스토 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관계가 아주 느슨하건 긴밀하건 간에 우리는 여러사람과 순간순간 접촉을 하고 있다.

 

 어제 건너 아파트 상가에 있는 차OO 과자점으로 빵을 사러 갔다. 그곳은 불과 몇 달 전에 개업을 한 곳으로, 이번에 신장개업하기 이전에도 역시 빵집을 하던 곳이었는데, 주인이 바뀌면서 인테리어를 다시해 자기 이름을 걸고 영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그곳으로 빵을 사러 갔을 때는, 그 과자점이 개업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4평 남짓한 매장을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3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가게문을 열었을 때 빵굽는 냄새가 코를 휘감아 오는 것이, 냄새때문이라도 이 가게의 이미지는 올라갈 것 같았다. 내 기분을 부드럽게 만든 것은 그저 산뜻한 인터리어와 냄새 뿐은 아니었다.

가게문을 들어섰을 때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시간제로 일하는 젊고 이쁜 여학생? 두 분이 미소와 함께 밝은 목소리로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것이 참 좋았다. 뿐만 아니라 카운터를 맡고 계시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분도(아마 사모님으로 짐작된다) 엷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던 것도, 매장 뒤편으로는 빵공장이 있어 사장님과 기술자 2분이 분주하게 오가는 것도 마저도 흐뭇하고 푸근하게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분명 맛있는 빵이 만들어 지고 있다는 걸 먹어보지 않아도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우와, 도대체 이 작은 과자점에 무슨 직원이 6명이나 있을까? 여기에 뿌리내리기 전부터 고객이 많았나 보구나!"

 

 나는 카운터를 보고 있는 사장님에게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바쁘신데 실례가 될 것 같아 그냥 몇가지 빵을 구입하고 나왔다. 등 뒤로 웃음이 뭇어 나는 표정과 밝은 목소리가 마중을 나왔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가게문을 나서서 보니 가게 입구에는 우리 가게의 빵맛은 보증하는 듯이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이라는 작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기술도 대단한 가보네... 앞으로 장사 잘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와서 빵을 먹어보니 빵맛도 좋았다. 무엇보다 며칠 전 어머니 생일에 목화케익을 거기서 구입했는데.. 평소 케익은 잘 먹지 않는 식구들이 저녁을 배부르게 먹은 상태입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맛있게 먹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 뒤로 이 가게는 내 생각처럼 정말 장사가 잘 됐다. 지나가는 길에 그 가게를 보면 항상 손님들이 2-3명은 빵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것이 빵맛도 맛이지만 직원들과 사장의 친절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어제와 지난 주말 저녁에 두번의 방문을 통해 느낀 그 가게는 이전과는 달랐다. 빵맛은 그대로였으나 친절의 맛은 처음보다 확연히 떨어져 있었다.

 

나는 지난 주말 저녁에 몇가지 빵을 신중하게 고르고 계산을 하려했다.

 

여사장 왈  "6천원입니다."

 

나의 대답 ^^;  "...그래요.. 5천원 밖에 없네.."

 

여기까진 좋았다.  

근데 그녀는 내 이 말에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좀 귀찮거나 피곤한 표정이었다.

 

"... 그러면 고로께 빼시면 되겠네요"

 

^^;

 

 카운터를 지키던 그녀의 표정은 예전과 달랐다.

나는 그녀가 불친절 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단지 친절하지 않았고 웃지 않았았다.

그런데 그게 내 기분을 흐리게 만들었다.

그것은 예전 이 빵집이 문을 열고 얼마 되지않았을 때, 그녀를 표정을 나는 아직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는 예전 그녀의 표정과 지금을 비교를 했기 때문에 기인하는 불유쾌였다.

분명 그녀는 불친절하지 않았고, 다만 그전보다 친절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느끼는 감정은 불친절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런 느낌은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노부부가 빵 1개를 신중하게 고르고 계산을 하려했다.

 

여사장 왈 "5천 5백원입니다."

 

노부부는 순간 당황하는 게 역력했다. 정확하게 말해 요렇게 작은 빵이 어떻게 5천 5백원이나 할 수 있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과자점은 다른 제과점보다 맛은 좋을 지 모르나, 가격은 약간 비쌌다.

두분은 서로 비싸다는 말을 조용히 주고 받았다. 이를 보며 여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거 비싼거 아니예요.. 선물용으로 포장하면 만원까지 하는 겁니다."

 

^^;

 

 이번에도 그녀는 분명 불친절하지 않았다. 다만 그전보다 덜 친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만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봤던라면

이건 비싼게 아니다, 선물용은 만원이라는 말은 뭔가 부족한 말이었다.

그녀의 표정엔 웃음도 배려도 겸손도 없어 보였다. 그냥 피곤해 보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얼굴에는 미안한 웃음을 머금고)

"아! 그러세요? ^^

 그래도, 저희 가게 빵은 참 맛있어요... 재료가 좋거든요. 한번 드세보세요."

 

 

 사람과 사람이 만남은 관계의 시작다.

그 관계가 짧던 길던 느슨하건 밀접하던 그것은 관계이다.

관계는 만남에서 시작하고 만남은 사람의 얼굴 표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또한 그 관계가 1번 이상이라면 당신은 타인으로 부터 당신의 예전과 지금을 하나하나 비교당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소주 상표 "처음처럼"이 떠오는 날이다.

 

처음엔,

처음처럼 사랑하겠다고

처음처럼 감사하겠다고

처음처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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