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를 떠받치는 세 기둥

      저자:  탁석산

 

 

120P  현세주의, 인생주의에 대한 보험으로써의 허무주의의 작용 + 실용주의

 

 

 한국문화를 떠받치는 세기둥

 

 지금까지 한국문화의 특징으로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를 들어 논했다. 현세주의와 인생주의가 두축이라고 할 수 있고, 허무주의는 이 둘을 건강하게 만드는 보험 역할을 한다. 한국인의 삶의 양식은 '한번뿐인 세상 어차피 허무한 것이니 즐겁게 살다가 가자'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에는 지배적인 종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있다 해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과거의 유산이나 서양의 영향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서양의 과학기술도 한국에 오면 진리탐구의 수단이 아니라 인생의 즐거움을 배증시키는 도구가 된다. 기초 과학은 수입된 지 100년이 다 되었어도 여전히 홀대받고 있지만 휴대폰이나 김치냉장고, 텔레비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초연구야 다른나라 것을 이용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생과의 관련 여부이기에 생활용품이나 편의품에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는 현세주의, 인생주의와 결합되어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을 낳았다. 돈이 있으면 인생이 즐거워질 것이라는 믿음이 근면한 한국인을 만든 것이다. 힌두문화에서는 자본주의가 성공하기 쉽지 않지만, 인생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한국문화에서는 조합이 잘 맞는다. 하지만 돈은 쉽게 벌리지 않으며 돈에 집착하다 보면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되는 일이 흔하다. 이때 허무주의가 역할을 한다. 너무 애쓰지 마라, 결국 빈손으로 가는 것이니까 하며 위안을 준다. 이렇게 해서 자본주의는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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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세가지 만으로는 한국문화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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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이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의 방법론으로 실용주의를 지난 100여년간 택해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