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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지사다!

경계 -- 저급문화 경보주의보

 

김문수 도지사가 119 로 전화를 걸어 도지사입을 강조한 그리고 전화를 받은 두명의 당사자를 인사조치(타지 발령했다가 취소함)를 보면서 느낀점이다.

처음 그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들었을때 "뭐야! 이 사람은? 도대체 자기가 119에 전화를 걸어 그렇게 도지사임을 인정받고 싶은 거야, 뭐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그 도지사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더 컸다.

그는 적어도 경기도민이 선출한 대표이지 않은가? 우리의 대표가 우리 위에 군림하려한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하지만 그래서 당장 트위터와 카카오 톡에다 녹음내용을 리트윗했다.

그런데 좀 더 깊히 생각해보았다. 가만히 도지사의 입장을 생각해보았다. 

이게 단지 한 개인만의 일이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쩌면 이번 김지사의 통화내용에서 보여지는 권위주의적이고, 상명하복, 혹은 군대식, 혹은 꼰대정신?이 비단 김지사가 가진 지극히 개인적인 인간성의 문제이겠는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51년생인 그는 과연 73년 생인 나와 현재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같은 세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지사가 느끼는 그런 상명하복의 문화는 어쩌면 그 또래가 겪었던, 그래서 공통적으로 내제된 그런 무의식적이고 암묵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느끼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당연히 분노하고, 기가막히는 일이 과연 그 시대 사람들에게도 대부분 통용되는 일일까? 라는 생각말이다.

"요즘 애들은 왜 저 모양인지..., 요즘 애들은 정말 무서워..., 요즘 애들은 개념이 없어" 라는 말속에는 이렇게 말하는 당사자는 요즘 아이들이 아니고 도무지 요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윗세대들은 우리를 어떤 시각으로 우리들을 보고 있을까? 마찬가지로 우리세대를 보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고, 우리를 보면 걱정이 앞설 것이다.

"도대체 요즘것들은 왜 저 모양인지.."라며 우리세대를 보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나와 10년~15년 차이가 나는)을 보며, 우리와는 다른 족속들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가끔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단점도 보이지만 내가 도무지 따라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세대들의 장점도 보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번 헤프닝을 세대문화의 차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기로 했다.  

과연 김지사는 자신이 119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다는 걸 알았을까?

아닐 것이다. 그는 결코 자신이 뭔가 잘 못되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로써는 도지사가 전화를 했으면 당연히 "아! 네.. 도지사님! 어떤 일로 이렇게 친히 전화를 하셨습니까?" 따위의 늬앙스를 원했던 것이다.

내가 도지산데.. 도지사가 관등성명을 묻는데, 왜 대답을 안하는 거지... 도지사가 물으면 묻는 말에나 대답을 잘할 일이지... 용건이 뭐냐고.. 이런 괘씸한..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119 전화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얼마나 긴박한 업무를 다루는 전화인지를 망각하고 있었거나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도지사가 전화를 거는데.. 당연히 공손하고 정중하게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치우쳐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즘 애들은 도무지...." 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왜 119에서 쓸데없는 권위를 찾으려고 한 것인가? 그것은 김지사의 인성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쩌면 그것은 시대문화이 혹은 세대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우리 세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시대의 문화,

즉, 상명하복, 군대식, 명령과 복종, 쓸데없는 권위의식 등등이 그 시대를 살아남았던 사람들에게 녹아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스스로는 평등지향, 탈권위의식, 평등주의라고 표방하며 살아가고 스스로도 그런줄 착각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러하지 못한 것.. 어쩌면 이것은 세대문화중 저급문화에 휩쓸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세대를 아우르는 저급문화에 중독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성장을 했을때 꼰대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는 평등하고 탈권위주의적이고, 젊은 세대뿐아니라 어느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다라고 믿고 있지만

우리 다음 세대는 날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경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번 헤프닝을 보며 김지사에게 한수 배우기로 했다.

나 자신도 김지사처럼 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계할 것이다. 우리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저질, 저급문화에 대해..

아직은 우리 시대의 저급 문화가 뭔지는 꼬집어 말할수 없지만 분명 그것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를 열열히 꼬집고 씹고 비틀어 희열과 쾌를 느끼기 보다는

그를 아프게 생각하며 오늘 그로 부터 한수 배웠다는 감사를 보내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저급문화가 불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지사를 깔아 뭉게고 씹고 찟고 발라내는 작업에 열을 올려 쾌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저급문화는 아닐까 한다.

김지사의 실수로 부터 쾌를 찾기보다는, 타산지석을 삼아야 겠다는 결심과 그런 일에 너무 집중하여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결심,

늘 자신을 시대의 흐름으로 부터 경계하여야 겠다는 결심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늘 스스로를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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