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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포토 보기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

주연: 제임스 프랭코, 프리타 핀토, 앤디 서키스(시저역)

 

 

여기,

이 영화 이전에 혹성탈출에 관한 나의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

때는 1987년,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당시 내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걱정하여,

우리 집 바로 아래층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형에게 수학과외를 받게 했었다.

당시 나는 내 공부를 누군가가 나서서 봐준다는 걸 무척이나 쪽팔려 했고..

또 집안 형편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결국 엄마의 간곡한 협박과 부탁에 질질 끌려가다시피 아래층(4층)으로 과외수업을 받으러 갔다.

과외선생은 나를 보고 한 눈에 이 놈이 수학공부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 차렸지만...

그래도 그는 수업은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다.

그러다가 과외를 시작한지 3일쯤 되었던가... 그날은 무슨 공휴일이나 기념일쯤 되는 날로 기억되는데..

문득 신문을 보다가

(당시 내가 신문을 본다는 말은 텔레비젼 방송시간표를 봤다는 말이다, 워낙 텔레비젼을 좋아했으니까..)  

텔레비젼에서 혹성탈출 1,2를 이틀 동안 연속으로 방영을 사실을 알게 된것이다.

난 영화라면 예전, 그러니까.. 집에 VCR이 없었고.. 극장을 일년에 한두 번 밖에 갈수 없던 그 실절에는.. TV에서 방영되는 유명한 영화라면 아주 환장을 했는데.. 바로 혹성탈출이란 영화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환장을 하며 봤던 기억에 남는 영화, 스타워즈, 장고, 황야의 칠인, 석양의 무법자, 슈퍼맨, 튜니티 시리즈, 7중대 시리즈, 크레이보이 시리즈, 타워링, 대탈출, 타임머신 그리고 혹성탈출 등등 정말 쟁쟁한 영화가 내 기억에 오롯이 남아있다)

 

그러나 곧 영화 방영 시간과 과외수업이 겹치게 된다는 걸  알게 된 난... 몹시도 그러한 상황에 대해 혼자서 짜증을 냈더랬다. 아니, 왜 하필 그 중요한 시간에 받기도 싫은 과외수업을 받아야 하는걸까? 왜! 왜!

그렇지만..내가 아무리 영화를 보고 싶다 하더라도 엄마의 눈치 때문에 도저히 과외를 빼먹고 영화를 볼 수는 없는 일...하는 수없이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죽상을 한채 4층으로 내려갔다.

집으로 들어가서 인사를 하자마자 그 선생은 내 뚱한 얼굴 표정을 읽어내고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난 속으로 잘 됐다, 쾌재를 불렀다. 울고 싶은 사람 뺨때려주는 기분이랄까.. 난 제법 진지하고도 어른스런 표정을 지으며..

사실은 선생님, 조금있다가 텔레비젼에서 찰턴 해스턴이 주연하는 혹성탈출을 할 건데... 난 이걸 꼭 봐야만 한다. 정말 그 영화를 너무 보고 싶고, 안보면 인생 내내 후회될 것같다며, 내게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라고 말했더랬다.

내 이야기를 듣고는 선생은 '뭐 이런 놈이 다있냐'는 시선을 잠시 보내더니 곧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그러면 오늘과 내일은 오지 말라며 나를 정중하게 돌려 보냈다.

과외를 가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엄마는 너 왜 바로 왔냐고 물었고..

나는 선생님이 영화보러 가라고 그러더라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었다.

 

 결국 그날 엄마의 눈치를 계속 받으면서도 그토록 보고 싶던 혹성탈출을 기어이 지조를 지키며 영화를 감상했고, 찰턴 해스턴이 해변에서 2/3 가량이 흙속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결국 전쟁을 일으켰군.. 망할 놈들 지옥에 나 갈놈들"이라고 땅치며 울부짓던 그 반전을 알리는 그 유명한 마지막 씬도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아무 거리낌없이 혹성탈출2를 보았고..  그날 이후 나는 과외수업을 가지 않게 되었고(선생님이 못가르치겠다고 했다나 어쨌다나....ㅋㅋ)

그것이 나에게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과외수업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나와 혹성탈출에 관한 잊지 못할 에피소드이다. 인연이 깊다면 깊은 영화 혹성탈출이다.

그런데 혹성탈출의 또다른 시리즈들을 안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니 봐야할 이유가 내겐 너무 충분하지 않은가 말이다.

혹성탈출에 대한 추억이 길어졌다.

 

자! 본격적으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이 영화는 그간 나왔던 혹성탈출 시리즈 중 가장 원편에 충실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간 나왔던 혹성탈출 시리즈는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이야기는 동일하지만

찰톤해스턴이 주연했던 오리지널 스토리에는 조금 포커스가 벗어나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 진화의 시작은 그 원작 스토리의 프리퀄(원래 스토리 이전의 이야기)로써

왜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원작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갑자기 인류는 원숭이의 지배를 받아야만 했던 것일까에 대한 이야기는 전작에 없었다.

왜! 왜!

이 영화는 가장 중요한 사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떻게 해서 조상인 시저가 인류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는가에 대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찰톤 해스턴이 주연을 했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은근한 향수에 끌리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높은 지능을 가진 최초의 원숭이들은 차라리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이 영화 곳곳에서 보여 지는 인간은 원숭이를 괴롭히고, 실험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대상으로 비춰지지만.. 원숭이들(특히 시저와 그를 따르는 고릴라와 오랑우탄)는 차라리 좀더 인간적인 의리와 살인을 바라지 않는 모습을 비쳐지고 있는 것은 오늘 날 비도덕적 비인간적이 되어가는 인류에 대한

냉소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앤딩 장면과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면서 우리는

왜.. 원숭이가 인류를 지배하게 되었으며.. 인류는 왜 멸망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아울러 보자면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인류의 오만에 대한 경고와도 같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전 60년에에 만들어진 혹성탈출을 본 사람이라면 분명 향수를 느낄 것이고 재미를 발견할 것이다.

또한 DVD에 추가로 삽입된 해설과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연기했고, 킹콩을 연기했던 앤디 서키스의

진지한 연기를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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