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2010
감독 실뱅 쇼매
일루셔니스트!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한편의 슬프게 아름다운 서사시"
뭐.. 이런 거창한 문구를 달아보더라도
이 영화를 찬찬히 감상한다면 대부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
젊은 시절 유명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았던 마술사가 있다.
말하긴 뭐하지만... 그야말로 삼류로 늙어 버린 마술사..
어쩌면 그도 한때는 전성기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60년대의 신문화가 몰려들기 시작하고
그는 무대공연에서 젊고, 싱싱하고, 자유로운 락그룹에게 떠밀려,
도시로부터 스코틀랜드의 어느 시골마을 펍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그나마 시골사람들은 아직까지 그가 펼치는 소박한 마술에 환호를 보내고 유쾌하게 떠들고 즐긴다..
하지만 공연을 즐기며 흥에 겨운 마을 사람들 중 한명이 부르는 노래는 바로 그를 극장에서 몰아낸 락밴드의 노래~
이런 시골에도 도시의 문물은 서서히 그를 밀어내려 침투중에 있는 것이다.
이 시골 마을에서 고아인 듯한 소녀에게 따듯한 정을 베풀고, 소녀는 그런 마법사를 무작정 쫒아 배를 타고 애든버러로 동행을 한다.
하지만 에든버러 역시 한때 화려했던의 극장 공연들은 이미 퇴색 중.. 마술사의 친구들이 극장주인을 설득하여 무대에 서게 되지만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마술, 인형복화술, 광대 등의 대중예술가들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져가고 어디에서도 좀처럼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시대의 저편으로 훌쩍 밀려난다. 그리고 그들은 시대의 흐름에 그저 몸을 맡긴채 변화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 그들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이제 더이상 없는 듯하다.
이런 공연자들 중 일부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고, 경제적 사정으로 그들이 애지중지했던 공연물품을 전당포에 잡히기도 하고, 일부는 무대가 아니라 한창 번성 중인 유행산업과 손을 잡고 삼류 딴다라로 전락을 하기도 한다. 또한 공연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다른 직장을 전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공연!
하지만 시대는 썰물처럼 그들을 외딴섬으로 쓸어내어 버리고 그들의 자리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그들의 업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번 도시에서 늙은 것 낡은 것(마술사)을 밀어내어던 새로운 것, 젊은 것(락가수)은 이곳 도시 에든버러까지 쫒아와 그를 밀어내 버린다. 어쩔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것이다.
영화의 배경에서 등장하는 인기 락가수, 텔레비젼을 판매하는 상점과 옷가게, 구두가게, 영화극장, 소녀와 사귀게(사랑이 아니라 그저 필이 통하여 사귀게 되는 것)되는 멋지고 젊은 남자 등은 새로운 물결의 상징이다.
반면, 마술사와 인형 복화술사, 광대, 시골 등은 낡은 것이고 쓸쓸히 시대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것의 상징이다.
여기에 대해 늙은 마술사는 불평하거나 화를 내거나 개혁의 의지는 없다. 그저 노새처럼 묵묵히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그는 인생은, 세상은, 원래 이러한 것임을 몸소 부대끼며 이미 오래 전에 깨닮은 듯, 조용하고, 관조적이며 때로는 철학적이기 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소녀에게 꽃과 함께 남긴 메모를 보라!
"마법사는 없어!"
어쩌면 이 함축적인 문장에서 우리는 이 영화의 철학을 읽어 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마법사는 없다는 이 글을 나는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다.
"소녀야,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단다. 지금은 너는 젊고 건강하지만 결국엔 나처럼 힘없고 늙게 될 것이고, 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몰라.
소녀야! 네가 좋아하던 구두와 드레스도 결국 유행이 지나게 되어 낡고 볼품없게 변할꺼야..
너에게 혹해버린, 네게 반해버린, 그리하여 너와 함께 길을 떠날 그 젊은 남자도 결국 너에게 시들해 질지도 몰라. 어쩌면 네가 먼저 그 녀석에게 시들해 질지도 모르지..
소녀야! 결국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그리하여 낡고 볼품없이 보일 거야... 그렇다고 해서 낡고 볼품없는 그것이 전부는 아니란다. 이걸 기억하렴.. 낡고 볼품없어 시들해져버린 대상에게도 역사는 있다는 걸..
그것들이 부데껴온 세월은 쓸쓸해 보이지만... 나름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걸.. 잊지마렴..
하지만 너는 지금 내말을 이해 못하겠지... 소녀야..
걱정마렴.. 너도 내 나이가 되면 그땐 느끼게 될꺼야.. 벌써부터 안달낼 필요는 없단다.
내가 그렇듯이 너도 언젠가는 세상으로 부터 결국 사라져갈 운명이란다.. "
"하지만 난 너에게 도저히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구나."
"알아두렴! 세상에 환상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된단다.. 너도 곧 깨닫게 될꺼야. 그러니 소녀야 마법사는 없단다."
이 영화의 제목이 일루셔니스트(마술사)이다.
일루션은 다름아닌 환상!
어쩌면 이 세상이 장자의 나비 이야기처럼 한바탕 환상일지도 모른다.
낡지 않고 영원히 새것인 것은 없으니까?
우리가 집착하는 모든 것은 결국 시간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젊음도, 유행하는 노래도, 새옷도, 영화도, 유행도..
결국 아무도 찾지않는 공연처럼 변할 것이다.
휘황찬란한 모든 것들은 결국 빛을 잃게 될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씩 꺼지고 꺼지고
서서히 사라져가듯
우리 또한 늙고 세상으로 부터 결국 사라져갈 운명인 것이다..
이 훌륭한 영화 일루셔니스트는
근원적인 쓸쓸함을 아름답게 잘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준다.
디지털과는 완전히 다른 아날로그만의 정서를 완벽하게 재현해 준다.
아날로그적인 힘이 뭔지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영화가 답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
오래도록 쓸쓸히 아름다운 영화!
일루셔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