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배트맨...
밤 12시 라디오 영화음악 채널에 귀끝을 쫑긋세우고 듣고 있는 소년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질풍노도와 주변인의 시기를 겪고 있는 사춘기의 고등학교 2학년 난척선생!
그때 라디오 방송에선 긴박하게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배트맨에 대한 소개를 하며
질풍노도의 고등학교 2학년의 가슴한 구석에다 호기심을 한가득 두가득 채워넣고 있었다.
"도데체 만화 배트맨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그리고 예의 그 18세의 질풍노도의 소년은 영화가 개봉하자 말자,
홀로 극장으로 달려가서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영접하였더라..
결국 제 두눈으로 배트맨의 실체를 확인하고서야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절대적 선의 영웅의 모습과는 또다른 영웅, "배트맨"의 묘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으니..
아! 태생적으로 불행을 가지고 태어났고, 배경적으로 음침하고 어둡기만한 고담시의 색다른 영웅, 배트맨을 처음 대하던 그 순간은 소년에게 있어 실로 '경이' 그 자체였다.
천재 내지는 좀 싸이코가 분명한 팀 버튼 감독이 그려낸 베트맨의 어둠과 고담시의 어둠은 참으로 놀라웠다. 어둠 속에서 빛인지, 빛 속에서의 어둠인지 모를 배트맨을 만나는 경이로운 순간,
당시로는 최고의 특수효과!
주연보다 빛난 잭니콜슨의 신들린듯한 조커연기!
배트맨은 한마디로 말해 팀버튼 특유의 어두운 배경들이 딱들어 맞는 캐릭터였던 거다.
소년은 아직도 그 영화를 보고와 일기장에다 온통 배트맨 박쥐문양을 그려 넣었던 쑥스러운 기억이 생생하였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근원적인 슬픔같은 것을 송두리째 둘러쓴 듯한 주변인 고2는 스스로를 배트맨의 정신을 계승하고 말 것이라 어설픈 다짐을 굳게굳게 했더랬다.
그랬거나 말았거나 배트맨 시리즈는 계속 이어지고...영화의 감독과 배우, 새로운 캐릭터들은 속속 등장을 했건만...
이후 배트맨 시리즈는 어쩐지 소년의 수준보다는 한참 아래인 듯 아동용 영화로 바뀐 것 같았다. (그렇다고 18세 소년이 갑자기 청년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건 아닐꺼다.. 중년이된 아직도 소년의 티를 깔끔하게 벗지 못했지않는가? 그렇게 뭐든 벗고 벗기는 걸 좋아하면서도 소년의 티만큼은 벗질 못했으니.... 쯧쯧쯧)
좌우지간 영화의 스토리는 지리멸렬했고, 배트맨 캐릭터 또한 1편에서의 근원적인 슬픔이나 고뇌를 잘 표현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배트맨 시리즈는 4편까지 계속이어졌고,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영화는 엉망이었고, 소년은 급기야 한때 잠시나마 자신이 배트맨을 숭배했던 사실을 창피하게 여기기까지 했다. 심지어 아놀즈 슈왈즈제네거가 아이스맨인가로 나왔던 마지막 시리즈 '배트맨 앤 로빈'을 보며 그 소년은 팔짱을 낀채 코웃음치며 중얼거렸다다.
"저것도 영화라고... 쯧쯧쯧"
소년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배트맨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소년도 별다른 생각없이 고2를 지나 고3 그리고 떠밀리듯 대학생이 되었건만 소년은 여전히 주변인으로 맴돌고 있었다. 물론 소년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라의 경제도 배트맨 시리즈의 흥행이나 완성도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배트맨 시리즈의 흥행과 소년의 인생과 나라의 경제와 도무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사람들은 뭔가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들에 대해 사사건건 관계를 짓고 의미부여를 하여 마치 세상의 모두 자기 위주로 돌아가는 착각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이다. 특히 사춘기를 지나 청년의 시기에는 이런 면이 더욱 도드라지는 경향을 볼수 있는데... 소년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지지부진한 배트맨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그 소년의 외적성장 또한 부진했는 지도 모를 일이다.(웃긴 일이긴 하지만 그도 그럴것이 한때 잠깐이긴 했지만 어쨌든 소년은 배트맨의 정신을 계승하겠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심지어 그와 배트맨시리즈와 경제와의 관계를 억지로 엮어내지 않았던가!)
흉물스럽기 그지없던 배트맨 시리즈처럼 소년은 설익은 성인이 되어버렸고, 이미 '배트맨의 정신'인지 '박쥐정신'인지 뭔지가 대한민국 어느 촌구석에서 개똥처럼 굴러다니든, 아니면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하이에나가 쭉쭉 빨고 빨아 달아 없어졌던 상관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지만, 소년이 삼땡 그러니까 서른세살을 살아내던 2005년 "배트맨 비긴즈"가 개봉했을 때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기대 정도는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의 매가폰을 잡은 이가 바로 메맨토와 인썸니아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년이 무척 좋아하던 감독이 배트맨을 다시 만든다는 사실에 약간 놀란 소년은 감독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하필 놀란 감독이 배트맨 시리즈에 손을 댔지... 저러다가... 쯧쯧쯧 되면 어쩌려구..."
그리고 소년이 놀란 감독의 영화 프리스티지에서 주연이었던 '크리스챤 베일'의 배트맨 비긴즈를
별 기대없이 보고는 이제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소년의 마음 속에 이미 화석으로 고착되어 있던
바로 "그 배트맨"이 스물스물 부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야 말로 또다른 배트맨의 시작!
서서히 어둠이 우리에게로 다가오는 듯한, 웅장하면서도 어둡고, 멋진 한스 짐머의 음악과 함께...
배트맨 비긴즈는 프리퀄(영화 스토리의 전편이야기)로 배트맨이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와 인물을 참으로 잘 묘사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배트맨이 안고 있는 근원적인 어둠 그리고 선을 향한 고집스런 행동(슈퍼맨이 근원적으로 선한 인물이라면 배트맨은 어린시절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악에 대한 복수심으로 늘 고뇌하는 인간으로 묘사된다)에 대한 표출이 어느 영화보다 뛰어났다.
이래저래 시간은 지나가고 다시 속편이 등장하게 되고, 소년은 조커로 잭니콜슨과 대적할 배우를 만나게 되는데....
배트맨 다크나이트는 히스 레져(조커역 기가 막히게 잘 소화해낸 배우)의 연기에 대한 호평과 얼마지나지않아 그의 자살... 영화 캐릭터에 너무 몰입했다는 소문까지... 더했고..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하다 못해 찬란하기까지한 볼꺼리와 탄탄한 스토리가 압권이었다면..
이번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소년을 약간 놀라게 했지만 화들짝 놀랄만큼은 아니었던 게다.
메멘토, 인셉션등 지금껏 놀라운 작품을 잘 만들어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는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였지만...
이번은 전작에 비해 스토리나 개연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여주인공의 반전)은 꼭 저렇게 했어야 했나 하는 느낌,
그리고 군데군데... 영화의 스토리가 느슨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
악당 베인의 악랄한 모습이 약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은
이번 배트맨 시리즈의 열렬한 지지자로써 어쩔수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트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평범하거나, 따분하거나, 지루한, 엉성한,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정말 화려한 볼꺼리와 제대로 즐기려면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참맛을 알수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화려한 볼꺼리는 조금 느슨하거나 약한 영화의 내용을 충분히 채워준다고 할 수 있다.
시각적인 부분은 배트맨에서 관객들이 당연히 기대하는 것이겠지만..
소년은 개인적으로 한스짐머가 맡은 이 영화의 음향과 음악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한스짐머는 이런 속이 시원하고 가슴을 울리는 음악에는 일가견이 있는듯(라이온 킹, 더락, 인셉션, 진주만, 다빈치코드)
가뜩이나 익숙한 배트맨시리즈의 주제음악에 마음이 훨훨 떠내려가는데, 엄청난 사운드로 가슴까지 울려주는 폭포같은 음악과 음향이 쏟아지니 영화관에서 뿜어내는 에어컨바람과 어울어져서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서늘하게 한다.
거기다가 조금 약하긴 하지만
켓우먼의 등장과 미들네임 "로빈"의 시작 그리고 하늘을 나는 "더배트"는
영화의 깨소금이다.
이제 또다른 감독의 완성도 높은 배트맨 시리즈를 기대하며..
소년이 좋아하는 커피맛 아이스바 "더위사냥"처럼 시원한 영화!
조금은 아쉬움이 묻어 있지만 그래도 멋진 3부작의 완성이니까...
이제 박쥐의 정신은 온데간데 없지만.. 그래도 소년은 배트맨이 좋아~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
(내 개인적으로 삼부작과 비교하여 3개란 이야기지.. 사실 4개줘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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